[리뷰] "차별화된 독일의 속살…사회과학 전공자와 취준생에게 지식 보고”
[리뷰] "차별화된 독일의 속살…사회과학 전공자와 취준생에게 지식 보고”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1.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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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정 독일 함부르크 총영사가 쓴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읽고

'유럽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장시정 독일 함부르크 총영사가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책을 냈다. 이 책은 직업 외교관으로서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 걸쳐 현상을 살피면서 글로벌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어 독일관련 필독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독서신문 애독자이자 대학원생인 조영인씨가 서평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 

[독서신문] 봄바람이 간지럽게 불던 5월의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자’는 정당들의 커다란 홍보 현수막들을 보았다. 하지만 이내 기대를 접고 고개를 다른 곳으로 휙 돌려버렸다. ‘독일을 들먹이면서 제대로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라고 생각하면서.

독일에 대해서는 긍정적 이미지가 많은 것 같다. 그 예로 정직함과 정확함, 고도로 발달된 산업 등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독일사회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한국인이 독일을 향한 선호도는 꾸준히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면 한국인은 독일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수년 전부터 정치권에서 ‘독일 배우기’ 열풍이 크게 불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는 독일 연구모임을 발족했었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베를린의 한 대학에서 정치학 공부를 하기 위해 출국하기도 하였다.

당시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나는 내심 국내의 이러한 ‘독일 배우기’ 움직임이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함께 공감해줄 사람이 늘어서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의 ‘독일 배우기’는 결국 구호와 보여주기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과연 대안 모델로서의 독일을 제대로 활용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독일의 하르츠개혁을 벤치마킹했다며 새 노동정책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이것은 세계 질서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독일의 좋은 이미지를 활용한 홍보 전략일 수도 있다.

물론 홍보하는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정책의 장점을 부각하여 홍보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독일에 호의적인’ 국민들은 과연 “인기 없는 성공”이라는 하르츠개혁의 이면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은 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파리에 환상을 갖고 현지에 방문했다가 문화충격을 받고 우울함을 느끼는 ‘파리 신드롬’이 있다. 어쩌면 독일에 환상을 가진 우리 국민들이 독일의 실상을 알고 베를린 신드롬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에게 독일은 아직 ‘좋은 이미지를 가진 먼 나라’, 혹은 맥주나 소시지를 잘 만드는 나라 정도뿐일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은 ‘유럽의 병자’라는 2000년 초반의 오명을 씻고 다시 유럽의 기관차로 다시 일어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잠재력이 풍부하며 참고할 점이 많은 ‘꽤 괜찮은 나라’다.

우리나라 학문과 유학의 중심이 미국인 것을 불만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유명한 학회들은 미국에서 많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이 국내에서 실제보다 저평가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문과 유학의 중심들이 지나치게 미국으로만 몰려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려운 점은 물론 있지만, 유학이나 취업을 하기에 독일도 괜찮은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미국 중심일 필요는 없다. 세계 여러 나라의 좋은 것을 취사선택하여 우리의 실정에 맞게 고쳐 쓰면 될 일이다.

따라서, 대안모델로서의 독일은 확실히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 가운데,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가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은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체제에서 나타나는 제도적 차원의 패턴적 특성을 상당히 폭 넓게 그리고 심층적으로 풀어냈다. 아마도 국내에서 출판된 독일에 관한 사회과학서로는 'unbeatable'(타의 추종을 불허하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   
장시정 지음 | 한울 펴냄 | 720쪽 | 36,000원

장시정 총영사

더욱이 저자는 이 책에서 독일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각 분야별로 우리의 현실을 소개하고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진로 설정에 대한 대안을 나름 제시하면서 이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19세기말 일본의 개방과 불과  22년 차이밖에 나지 않은 조선의 개국은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하여 동도서기(東道西技)에 그쳐서는 백년 전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되리라고 경고한다. 한 나라의 제도나 관행들은 그 사회의 오랜 전통에 뿌리박고 있어 다른 나라에 이식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만큼 좀 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과 결연한 행동이 고삐 빠진 세계화를 바로 잡는 데 필요하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아무튼 그에 관한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하다.

이 책에서는 독일의 전 분야를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독일은 어떤 나라인가’로부터 시작하여 ‘무엇이 독일모델인가’, ‘독일모델은 지속가능한가’를 살펴 보고 종착지인  ‘독일모델과 한국’ 까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저자의 외교관 생활에서 나온 에피소드들이 이 책 전반에 곁들여져서 결코 지루하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독일어나 독일/유럽 지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경제/경영학, 정치외교학, 법학, 사회학, 심지어는 교육학이나 종교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필독서로 권유하고 싶다.

또, 이책은 제 4차 산업혁명, 세계화, 기본소득제, 민영화의 한계, 사회의 재봉건화, 에너지 전환 같은 범 지구적 쟁점들에 관해서도 만만치 않은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어 주관식 시험에서 고득점을 원하는 수험생들도 유용한 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독자로서 아쉬운 점도 있다. 외교관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독일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 책의 곳곳에 녹아있기는 하나, ‘총영사로서 경험했던 독일’은 분명 나와 같이 외교관이 아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독일의 모습까지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장시정 총영사 독일어권 국가에 오랜 기간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독일에서 겪은 사소한 경험도 일반 독자들에게는 독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돋보기가 될 수 있다. 출판기념회든 독자와의 만남이든 독일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라도 열면 좋겠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지 못한 숨은 지혜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 경제, 사회, 심리 등 다양한 사회과학 학문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사회복지 분야를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다.

조영인

대학원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으레 방대한 양을 학습하게 된다. 북유럽, 미국, 유럽 대륙의 복지모델을 비교 연구하다보면 장시정 총영사의 저서를 뒤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사회과학 분야를 공부하는 데 좋은 비교자료이자 참고문헌이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은 독일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독일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공감을 주는 책이 될 것이다.

조영인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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