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땅에 뿌리를 박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데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게 삶이다. 가끔은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슬쩍 괴롭히지만, 또 가끔은 마치 온 우주가 나를 흔들어 대는 것만 같다. 모든 일이 내 뜻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억센 갈대 수풀을 헤쳐 나가는 듯 고달프고, 앞이 막막해지는 순간, 이런 삶의 모든 스펙트럼을 시인은 ‘흔들린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시 「흔들린다」는 커다랗게 자란 참죽나무의 가지를 치는 과정에서 본 생(生)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은 흔들림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흔들리며 무성해진 가지를 가만히 다독여주는 듯하다. / 황은애 기자
■ 흔들린다
함민복 지음 |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펴냄 | 52쪽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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