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늙어야 가장이다
지하철 환승하듯
서른 줄로 갈아탄 아들 녀석
정부미 먹던 바람 찬 옛 이야기
늙은 애비 말은
편의점 영수증처럼 슥 구겨 버린다
보송하던 딸년도
치마가 짧아지고 귀가도 멋대로
일찍 오라는 애비 카톡
1이 없어지는데 하룻밤 걸린다
발바닥 군살 허옇게 긁으며
종편 패널에 열 올리는 늙은 아내
늙은 남편 밥상에까지 침이 튄다
새끼 고양이 ‘샤르’
견갑골을 으쓱이며
늙은 주인 팔뚝을 한 입 깨문다
밥 달라고
그래, 밥 달라고 할 때가 좋을 때였다
글=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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