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스마트폰 중독을 얘기하는 건 새삼스럽다. 통계가 나올 때마다 중독 수치가 높아지는 게 눈에 띈다. 최근 한 영어교육 전문업체가 20~30대 남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두 명 중 하나는 중독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스마트폰을 과하게 사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여자가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증세를 느낀다는 응답도 많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질문이 있었다. 어떤 어플리케이션(앱)이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었나 라는 질문이다. 1위가 카카오톡이다. 2위는 카카오버스 3위 카카오택시다. 금융거래 서비스앱도 상위에 올랐다.
까똑~ 울리는 카톡은 2030뿐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최고 채팅 수단이 된지 오래다. 간편한 대화는 물론 문서를 주고받고 사진도 공유할 수 있으니 편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이유도 카톡 때문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요즘 젊은 여자들 맛집 음식이 나오면 스마트폰 카메라부터 갖다 댄다. ‘공유’라지만 자랑하고픈 이유도 있다.
그 전파성, 확산성, 영향력을 수치로 나타낸 자료는 없지만 어쨌든 카톡은 전국민 문자 놀이터다. 전국민 사진관이요 모든 이들의 앨범이 됐다.
카카오측에 제안한다. 카톡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독서 또는 읽기 또는 짧은글 짓기 등의 문화 놀이터로 만들어 볼 의향은 없는가.
당장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카톡을 이용한 전국민 백일장, 이른바 카톡 백일장이다. 소설을 카톡으로 할 수는 없고 다소 제한된 분량으로 시(詩) 또는 시조를 올리면 어떤가 하는 것이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등으로 나누든가, 주부 대상으로 한다든가, 학생만 참여시킨다든가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카톡으로 올리는 기술적 방법이나 심사(필요하다면) 같은 것은 당장 논의할 것은 아니지만 카톡 백일장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 IT 기술이 그까짓 것 못하겠나.
카카오 측으로서는 스마트폰에 빠져 책을 멀리하는 학생 젊은이들에게 글을 쓰고, 책을 한 줄이라도 읽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을 만하다. IT업체와 손을 잡는 것도 방법이겠다.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뇌를 팝콘 브레인이라고 한다. 마치 팝콘처럼 속이 비었고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허약함을 상징하는 말이다. 지금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팝콘 브레인이 될까 두렵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살게 된 바탕은 전국민의 희생 등이 있었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독서가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 주인공들은 학창 시절 책을 많이 봤던 세대다. 책 말고는 별다른 취미거리가 없기는 했지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지금보다 절박했다.
상상만 해도 손에 든 스마트폰에 톡톡 글을 쓰는 모습은 보기 좋다. 엄지 백일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시가 됐든 시조가 됐든 글을 쓰는 것은 그만한 분량의 상상력을 요한다. 그 상상력의 바탕은 독서다. 독서와 글쓰기가 선순환처럼 돌아갈 것 같다.
이런 것도 카카오 측은 생각해보기 바란다. 책 속의 재미있는 한 줄, 멋진 구절 등을 직접 올리게 하면 어떨까. 책 한권이라도 경품을 내걸면 응모가 좀 되지 않을까. 출판사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 되겠다.
스마트폰 중독이 ‘읽기 사망’에 이르기 전, 학생 젊은이들이 아예 책을 안 읽는 ‘책맹’이 되기 전, 어른들이 뭐가 됐든 대책을 내야 한다. 그게 어른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