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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인생 동반자··· “웃어넘겨라”

나는 걱정한다. 얼마 뒤 오전에 있을, 예외적이다 싶을 정도로 곤란스러운 사람과의 어려운 면담 때문에 나는 초조해한다. 나는 한동안 이 문제를 놓고 걱정해왔다. 사실 나는 베네치아에서 짧은 휴가를 보내고 막 돌아온 참이다. 베네치아는 내가 좋아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저 ‘가장 고귀한’ 도시로의 이번 여행은 오히려 지루했고, 걱정으로 절반쯤 그늘져 있었다. 나는 베네치아의 매력에 오랫동안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팔라지’(궁전)와 ‘캄피’(경내)를 바라보면서도, 실제로는 그 너머에 있는 내 곤란의 원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은 내 일상을 좀먹었다. 나는 온갖 가능성 없는 결과들을 가지고 스스로를 고문했다. 오전 4시 32분… 나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걱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걱정은 본성상 잡초와 비슷하다. 숫자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걱정은 정신을 질식시킨다. 시야를 망치는 데 특히 솜씨가 좋다. 그리고 걱정은 현재의 일부분이다. <8~11쪽>

걱정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선언하는 것이다. “나를 바라봐. ‘나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봐. ‘내가’ 무엇을 안고 살아가는지 귀를 기울여봐. ‘나는’ 내 걱정에서 중요한 사람이야.” 때로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조차 술집에 앉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술을 마시며, ‘나’와 ‘나의 근심’에 지친 듯 귀를 기울인다. 때로는 분주한 내면의 삶을 가진 것이, 정작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겨운 일이 되는 것이다. 걱정에는 독특한 형태의 위안이 들어 있다. 걱정이 친숙한 경우 걱정 없이 살려고 시도하는 자체가 위험으로 다가온다. 걱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묘한 귀향과도 비슷하다.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급기야 우리는 자기 자신을 걱정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걱정꾼은 마치 아기 새처럼 되기가 쉽다. 입을 크게 벌리고, 남의 관심을 끌려 하고, 남이 자기에게 해줄 수 있는 일에만 초점을 맞춘다. <110~112쪽 요약>

걱정은 어쩌면 일상의 곤란에 대항하는 방어 메커니즘일 수도 있다. 통상적 위험 노출에 대항하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개 걱정은 우리를 괴롭히는 진짜 위협을 가리키는, 또는 우리 삶의 진짜 조건을 가리키는 가장 작은 지표에 불과하다. 일상적인 걱정은 국지적인 것에, 부분적으로 통제 가능한 것에 몰두하게 만든다. 미시적이고 작은 결정으로 데려간다. 바로 이 대목에서 걱정에는 역설적으로 안심이 되는 면이 있다. 걱정은 보통 편협하며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 걱정은 우리가 일상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게 만든다. 일상적인 걱정은 일종의 축복이 된다. “지금의 두려움도 / 무시무시한 상상보다는 덜 하구나.” 멕베스의 말이다. <202~205쪽 요약>

때로는 걱정의 심각함 그 자체가 걱정 그 자체며, 솔직함이 오히려 우습다. 때로는 걱정은 기껏해야 웃음을 이끌어낼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뭘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해!?” “그럼 너의 이런 부조리함에 내가 웃어야지 별수 있냐?” 우스꽝스러운 대상을 향해 웃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조건을 변화시키지 못한 인간의 패배를 보여주는 표지다. 하지만 이것은 부조리함이 ‘실제로’ 우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워낙’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위를 언덕 위로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Sisyphus)는 현대인의 비극적 상징이다. 하지만 그는 또한 우리를 쓴웃음 짓게 만든다. 걱정에 대해 웃어넘기는 행위는 우리가 걱정과 화해하도록 돕는다. 기묘하게도, 걱정은 우리에게 뭔가 좋은 일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걱정이야말로 문제와 그 잠재적인 해결책을 모두 알아내는 방법일 수 있다. 걱정이 삶의 도전들을 예견하고, 대처하도록 돕는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미래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235~237쪽 요약>

생각은 걱정을 탄생시킨다. 추론 가능하고 합리적인 삶은 여기에 근거한다. 걱정은 가치 있는 질문을 만들고 구체적인 생각,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을 낳는다. 걱정꾼의 정신에는 항상 대화와 분석, 숙고가 가득 하다. 걱정꾼은 마음 상태, 반응, 뉘앙스, 감정의 섬세한 색조 등을 분석 하는 데도 뛰어나다. 걱정꾼은 고통이 삶의 내용 가운데 일부임을 알고 있다. 행복은 더 많은 해악을 가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잘되리라는 경솔한 확신은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고 정신의 산란을 일으킬 수 있다. <249~260쪽 요약>

걱정꾼의 행복은 과거에 있다. 걱정꾼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난 뒤에 가서야 그 일을 더 잘 즐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의 개념에 따르면, 행복이 가장 안전하게 속한 곳은 바로 과거인데, 과거에서는 행복이 ‘실제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휴가가 마무리되었을 때에야 휴가로부터 더 많은 즐거움을 취하고, 이제는 걱정이 말살된 기억 속에서 안전하게 즐긴다. <266쪽 요약>

예술은 걱정꾼에게 뭔가를 말해줄 수 있다. 걱정은 이성과 함께 태어난다. 예술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예술이 제공하는 지식은 걱정꾼을 잠깐 동안이나마 다른 어딘가로 데려가는 힘을 갖고 있다. 예술은 단순히 세계로부터의 ‘도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안이며 반격을 제공한다. 예술은 일종의 희망이며 지루한 행복에 대한 대안이다. 예술은 일상적인 삶의 성격을 바꿔놓는다. 예술의 축복이 걱정꾼에게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무질서하고, 우려하고, 걱정하는 정신의 내면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275~289쪽 요약> / 정리=정연심 기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연심 기자  cometru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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