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찾사] 『시로 만난 별들』,…시 하나에 별을 헤고, 시 하나에 스타의 이름을 불러본다
[시찾사] 『시로 만난 별들』,…시 하나에 별을 헤고, 시 하나에 스타의 이름을 불러본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0.24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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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어느 소설가가 그랬다던가? 짧은 시로 다 말할 수 없어 소설을 쓴다고. 그처럼 시라는 짧은 운문에 무엇을 담는다는 게 쉽지 않은데 거기에 한 사람의 평생을 녹인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묘수를 내어, 사람들이 알고 싶은 한 마디, 듣고 싶은 두어 마디를 짧게 읊었다. 그리고 뒤에 에세이라는 살을 두툼하게 붙였다. 어엿한 인생 스토리를 만들었다. 일간지 기자를 오래하고 있는 저자가 마감에 쫓기면서도 지면 메우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여기에 죽 펼쳤다.

최불암

한국을 주름잡는 스타들은 죄다 그러모았다. 발품 팔아 오래전부터 만나는 지인급 스타도 있고 두어 차례 수인사 한 정도의 스타도 있다. 일반인도 아닌 스타의 삶이라는 바퀴 자국을 흉내만 내도 최고에 버금간다.

호흡이 길지 않은 단문에 마치 신문기사처럼 팩트 위주에 취재 경험을 담았기에 그 자체가 역사 기록물 같다.

은막의 스타 황정순을 떠난 나룻배가 최은희 신구의 손을 잡더니 김지미 조영남 조용필에 맴도는 듯하다 송강호 전지현을 감싸고돌아 소녀시대에 이르러 짐을 풀어 놓는다.

숨가쁜 여정 39명에 40편의 시와 에세이로 묶었다. 장재선이 낸 책 『시로 만난 별들』이다.

배우 신구 편을 보자. 2002년 한 광고를 통해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이후부터 철딱서니 없는 노인네 역할을 맡아서 그때까지 쌓아왔던 ‘진지한 배우’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신구는 “내 벽이 허물어진 것 같더라고.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구는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상대 시험을 치렀다 낙방하고 성균관대 국문학과에 들어가 군대에 입대한다. 제대 후 복학하지 않고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지금도 신문을 매일 4~5시간씩 본다. 상식이 폭넓다. 이런 신구를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 젊은이들이 진지충이라며 / 고개를 가로젓는다지만 / 난 그래도 한 마디 할 자격은 되지 / 니들이 인생을 알아?”라고 했다.

「신발을 정리하는 손」은 누구를 위한 시일까? “(…) 팔부 소맥을 일곱 잔쯤 먹었을 때였을 것이다 / (…) 화장실서 돌아오던 그가 / 방문 앞에 몸을 구부리고 있는 게 보였다 / 댓돌 위에 어지럽게 놓인 수많은 신발들을 / 짝이 맞게 정리하고 있었다 …)”

여기까지는 누군지 잘 모르겠다. 바로 다음 연을 보자. “삼십대 초반에 수사반장을 하느라 / 몸짓이 일찍 늙은 그가, / 사십대에 양촌리 회장을 지내느라 (…) 한국인의 밥상을 찾느라 (…)” 최불암이 허리를 굽혀 신발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그렸다.

저자에 따르면 최불암은 운문 실력이 있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의 말이 리드미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0대의 나이에도 그는 직접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지인들과 교우하는데, 그 메시지는 시의 한 구절처럼 압축적 여운을 준다고 한다.

사실 그는 한국 현대문학사를 장식한 시인들과 친분이 있다. 어머니 이명숙(1986년 타계) 여사가 서울 명동에서 운영한 주점 ‘은성’이 당대 문학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덕분이다. 그의 이름 불암(佛岩)과 불암산의 한자가 같은 것이 계기가 돼 서울 노원구청이 2009년 그를 불암산 명예 산주(山主)로 위촉했다.

조용필

조용필에 대한 저자의 시 「바람의 노래를 멈추지 않는」은 좀 쓸쓸하다. 이 구절이 특히 그렇다. “그의 노래를 모르는 이는 없지만 / 그를 아는 사람도 없다 / 이 나라의 가왕으로 살아온 / 세월의 뒤편에서 노을을 벗한 / 적막을 누가 알겠는가” 조용필은 2018년 음악 인생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국 투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효녀이자 노인을 위한 이동목욕차량 기부로 잘 알려진 가수 현숙에 대한 시 「벌떡 할아버지의 추억」은 큭큭 웃음이 절로 난다. “늙어도 남자들은 거시기가 선다잖아 / 그래서 조심조심 몸을 닦았지 / 그래도 거기를 안 닦을 수는 없으니 / 이거 어쩌나 / 눈을 질끈 감고 할 수밖에 (…)”

현숙은 14곳에 이동식 목욕 차량을 기증하고 목욕봉사에 직접 참여한다. 그동안 들인 비용이 5억이 훌쩍 넘는다.

소녀시대

걸그룹 소녀시대를 위해 저자는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로 찬미한다. “그대들의 소녀시대는 끝났어도 / 파리의 팬들이 우리말로 외쳤던 / 그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 지금은 소녀시대 / 앞으로도 소녀시대 / 영원히 소녀시대”

이수만이 소녀시대 9명을 한명씩 UCC로 공개한 게 2007년 7월이었다. 1991년 6월생 막내 서현이 벌써 스물여섯 살이다. 가끔 그녀들이 다시 뭉쳐 노래를 불러줬으면 한다. ‘소녀시대’ 상표권은 SM이 갖고 있다. / 엄정권 기자, 사진=도서출판 작가

『시로 만난 별들』
장재선 지음 | 작가 펴냄 | 24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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