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디자이너 금성에서 온 편집자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화성에서 온 디자이너 금성에서 온 편집자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 황은애 기자
  • 승인 2017.10.24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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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각기 다른 디자인의 책들이 빼곡히 진열돼있다. 화려함, 단순함, 강렬함 등 다양한 인상을 풍긴다. 독자는 눈길이 가는 책에 손을 뻗는다. 이렇게 간택된 책은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간택되지 않은 책은 먼지가 쌓여 창고로 갈 게 눈에 훤하다.

책의 구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의 첫 번째는 단연 북디자인이다. 북디자인은 책의 판형, 표지와 내지 디자인, 앞뒤 날개, 책등, 종이의 재질, 인쇄, 후가공 등 책의 외형을 모두 총괄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를 ‘독자의 마음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부른다.

독자의 구매 욕구를 샘솟게 하는 북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몫이 크겠지만, 분명 편집자의 힘도 필요하다. 물론 디자이너와 편집자의 소통이 원활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올 테다.

그런데, 기자가 아는 한 디자이너는 “디자인이 무슨 마술 부르듯 되는 건 줄 아나? 추상적으로 말하는 게 제일 싫어.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라며 불평을 토로한 적이 있다. 대체 편집자가 어떻게 말했냐고 묻자 “이거 좀 시원하게, 부드럽게 배치해주시면 안 돼요? 뭔가 올드한데”라 했단다.

이 같은 충돌은 편집자가 디자인적 사고를 갖추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이에 미술을 전공하고 출판 현장에서 25년째 미술책을 기획해온 저자가 편집자의 북디자인 이해를 위해 책을 펴냈다. 왜 책은 독자의 심리를 닮았는지, 왜 판면에 양지와 음지가 존재하는지, 표지, 약표제면, 표제면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도판과 여백은 지면에서 어떻게 호흡하는지 등 책의 조형 원리를 통해 구석구석 편집자가 알아야 할 북디자인을 꼼꼼하게 따졌다.

서체 비교

아직도 편집자가 무슨 디자인이냐면서 구시대적인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속히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시대는 점점 빠르게 변하고, 그 걸음에 맞추려면 편집자 또한 책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살피는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화만이 살길이다. 여행의 자유화와 인터넷의 확산, 소셜미디어의 활성화, 스마트폰의 일상화가 도래함에 따라 책 형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 위주에서 도판 위주로. 책의 모양도 가파르게 변신하는 중이다. 갈수록 책 속의 시각적인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편집자도 원고만 만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이미지까지 보고 다룰 줄 아는 적극적인 자세와 능력이 요구된다<20, 21쪽>”라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일례로 유아인, 김윤석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완득이』가 있다. “이 표지는 담당 편집자의 제안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편집자가 디자이너에게 표지에 ‘만화’를 사용하자는 의견과 함께 두 명의 만화가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 과정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때마침 소설을 읽은 디자이너도 비슷한 생각을 하던 참이어서 서로 의기투합한다…결국 이 책은 ‘표지 이미지를 만화로 하면 어떨까?’ ‘이런 만화가에게 작업을 의뢰하면 어떨까?’ 하는 편집자의 적극적인 아이디어가 표지 작업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126, 127쪽>”

‘읽고’ ‘보는’ 시대다. 좋은 디자인은 설령 독자가 글자를 읽지 않는다 한들 그 책을 손에 들리게끔 한다. 편집자는 독자들이 ‘보는’ 책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와 손을 맞잡고 힘을 쏟아야 한다. / 황은애 기자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펴냄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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