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가름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뉴스에도 작가가 있어요?” JTBC ‘뉴스룸’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뉴스에도 작가가 필요하다. 그것도 그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카메라 뒤의 사람들, 화면 밖의 사람들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사라져 버린, 뉴스 끝난 뒤 흐르던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들어가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드러나 보이는 사람보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세상은 주목받는 사람들, 드러난 사람들이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6년 겨울, 나처럼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광장을 촛불로 메워 현실을 바꾸어 내는 모습을 보았다.
무대에 선 돋보이는 누군가가 아닌, 기꺼이 200만 개의 촛불 중 하나가 된 사람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들.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묵직한 배경이 되길 선택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촛불이 일으킨 변화의 물결에 JTBC가 큰 역할을 했고 그 자부심의 중심에는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뉴스를 만들던 또 다른 ‘우리’가 있었다.
공동체란 결국 시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의 총합이다. 기억은 곧 역사가 되고, 역사는 다시 공동체를 규정한다. 방송, 특히 뉴스를 만드는 일은 매일 매일을 역사로 만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하루 동안 겪었던 일을 어떻게 기록하고 후세로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나는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비록 직접 드러나 보이지 않아도 내가 하는 일이 역사가 된다.
이 책에서 내가 꺼내 놓을 이야기는 우리 뉴스쟁이들의 이야기, 우리가 사는 작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을 바꾼 것은 보이지 않는 우리가 아니었던가. 보이지 않는 나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 정리=정연심 기자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임경빈 지음 │ 부키 펴냄 │ 304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