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구로에 안긴 노벨문학상... "다소 뜻밖이지만 익숙한 영역으로 돌아왔다"
이시구로에 안긴 노벨문학상... "다소 뜻밖이지만 익숙한 영역으로 돌아왔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0.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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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올해 노벨문학상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이같이 발표하고  "이시구로는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그는 매우 자제하고, 잘난 체하지 않는다"고 평하면서 "그는 (영국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특히 오스틴의 풍속 희극과 심리적 통찰)과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뒤섞은 듯한 소설가다"고 말했다.

가즈오 이시구로 <사진=연합뉴스>

수상자 발표 직후 이시구로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이 "굉장한 영광"이라며 "내가 위대한 작가들이 걸어온 길을 따른다는 뜻이기 때문이고, 그것은 아주 멋진 찬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외신과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들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마거릿 애트우드(캐나다), 응구기 와 티옹오(케냐), 무라카미 하루키(일본) 등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상황에서 이시구로의 수상은 뜻밖의 선택"이라며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에게 노벨상을 안겨 논란을 일으킨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는 좀 더 익숙한 영역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노벨상 부문별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2억7천만원)이며 매년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한편 1954년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태어난 이시구로 작가는 5살 되던 해 아버지가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직하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일본계이긴 하지만 그는 현대 영미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최고의 현대 영미권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시구로가 위대한 '감정적(emotional)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를 연결하는 우리의 환상적 감각 아래에 있는 심연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문화원에서는 그의 작품에 대해 "왜곡되거나 잊히거나 하는 기억의 여러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민음사를 통해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들이 소개됐다. 다음은 그의 주요 작품 목록이다.

◇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김남주 옮김 | 민음사 (2015년 9월 25일 출간)
세계 대전 시절, 선전 예술을 통해 정치에 휘말리게 되는 마스지 오노라는 화가 이야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 나가야 하는지, 과거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 파묻힌 거인 (하윤숙 옮김 | 시공사 (2015년 9월 15일 출간)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해 영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현대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저자가 10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펴낸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망각의 안개가 내린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우리가 고아였을 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2015년 3월 27일 출간)
부모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여 명성을 얻은 크리스토퍼 뱅크스라는 탐정이 1900년대 초 중국과 일본에 이주하여 겪는 사건들과 그곳에서 다시 부모의 비밀을 추적하는 추리 소설이다. 고풍스러운 런던의 사교계와 동양적 정취를 간직한 상하이의 거리를 배경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자라야 했던 영국 소년의 어린 시절 추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 남아있는 나날(송은경 옮김 | 민음사 (2014년 1월 28일 출간)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남자 '스티븐스'의 6일간의 여행을 따라가고 있다. 근대와 현대가 뒤섞이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지난 스티븐스의 과거도 들여다본다. 스티븐스의 가족과 연인, 그리고 30여 년간 모셔온 옛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특히 인생의 황혼 녘에 깨달아버린 잃어버린 사랑의 허망함과 애잔함에 관해 내밀하게 써내려간다.

◇ 창백한 언덕 풍경(김남주 옮김 | 민음사 (2012년 11월 30일 출간)
전쟁과 원폭 후 일본의 황량한 풍경을 투명하고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 낸,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데뷔작이다. 원폭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일본의 소위 ‘원폭 문학’과 달리, 담담한 서술로 인간 내면의 상처에 집중하며 일본적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

◇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김석희 옮김 | 민음사 (2011년 12월 1일 출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성공을 위해 버려야 했던 가치들을 되살리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과정이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경계가 없는 몽환적인 배경에서 펼쳐진다. 젊은 날 놓쳐 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좌절감에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모습이, 지난날에 대한 회한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과 심리를 그려낸 작품이다.

◇ 녹턴(김남주 옮김 | 민음사 (2010년 11월 12일 출간)
가즈오 이시구로의 첫 소설집이다. 흔히 야상곡(夜想曲)이라고 불리는 '녹턴(Nocturne)'처럼 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감정을 나타내는 몽상적 성격을 지닌, 음악과 황혼에 대한 5편의 소설을 모았다. 음악을 문학 속으로 끌어들여 절묘하게 녹아낸다. 젊은 시절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었다는 저자의 정체성이 내밀하게 투영되어 있다.

◇ 나를 보내지 마(김남주 옮김 | 민음사 (2009년 11월 20일 출간)
 '타임'의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비평가협회상과 독일 코리네 상을 수상했다. 간병사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원제 '네버 렛 미 고'는 팝송 제목으로,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복제 인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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