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선에 고구마 들여온 조엄, 그의 ‘민생 프로젝트’와 ‘먹거리 혁명’ 『조선관리 먹거리 혁명에 뛰어들다』
[리뷰] 조선에 고구마 들여온 조엄, 그의 ‘민생 프로젝트’와 ‘먹거리 혁명’ 『조선관리 먹거리 혁명에 뛰어들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0.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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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1763년 음력 9월, 대한해협의 검은 물결은 초가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으며 끝도 없이 은빛으로 빛나는데 대마도로 향한 뱃머리는 긴 여정에 벌써 지친 듯 조는 듯 물살에 흔들리며 머리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계미통신사를 이끄는 책임자 조엄의 머릿속에는 두고 온 땅, 유리걸식하는 조선 백성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일본은 야만국이라 해 통신사로 가길 모두 꺼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엄은 총책임자가 되어 470명에 이르는 일행을 이끌고 대마로를 거쳐 에도(도쿄)에 머문 뒤 다시 대마도를 거쳐 부산 서울로 돌아오는 거의 11개월에 이르는 긴 여정을 떠난 것이다.

저자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

조엄은 누구인가. 조선 후기를 지배했던 풍양 조씨 노론파다. 조엄의 부친부터 조엄을 거쳐 후손 등 7대가 모두 이조판서를 지냈다. 일찍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세도가문이다.

당시 숙종 경종 영조 때 50여년은 가뭄과 홍수 등으로 기근이 특히 심해 전국적으로 기민이 속출하고 인육을 먹는다는 등 흉흉한 소문이 돌 정도였다.

먹을 것 없던 시절, 구황작물마저 없었다. 그때 구황작물로 고구마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인물이 조엄이다. 고구마는 조선 팔도로 전파되면서 배고픔을 이길 수 있는 귀한 작물이 되고 조선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구원투수가 된다.

고구마가 조선 후기 먹거리 혁명을 이루며 배고픈 조선을 위기에서 구하는 조엄은 누구이며 그 조엄이 가진 목민관의 개념이 어떻게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거쳐 배고픈 조선을 구하는가를 살피는 책이 나왔다. 바로 조선관리. 먹거리 혁명에 뛰어들다다. 저자는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이다. 전 소장은 이 책에 역사경영학 개념을 도입했다.

조엄의 고구마 전래 행적과 조선의 전파과정이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전 소장이 하는 얘기는 조엄의 스타 만들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물론 긍휼의 마음으로 조선 백성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하려는 조엄의 의지와 노력을 기리고 있지만, 그를 통해 정작 현 시대에 관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등을 묻고 있다.

나아가 책 곳곳에 최근의 해외 경영사례 등을 배치해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대목이다. 조엄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발견’하고 구황작물로 ‘점찍는’ 과정을 전 소장은 ‘현장에 깊게 착안하면 의도치 않은 결과도 덤으로 얻게 된다’고. 조엄은 사실 지방행정관울 거치며 민생문제는 백성 삶에 더 밀착할 때 그 문제를 더 고민하게 되고 해법도 찾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엄은 고구마를 구황작물로 ‘발견’하는데, 이를 저자는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발견, 듀폰의 나일론 테플론 개발, 3M의 포스트잇 발견, 캘로그의 시리얼, HP의 잉크젯 프린터’와 같은 반열에서 설명한다.

그러나 무릇 혁명이란 혼자는 못하는 법. 조엄이 초발혁신가라면 강필리 등은 고구마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초발확산자들이다. 강필리는 조엄이 보내준 종자와 재배법 기록을 따라 실제로 시험재배하고 우리에게 맞는 재배법을 기록해 전국 보급의 기초를 닦았다. 저자는 이게 바로 ‘지식증강’이라고 말한다.  

고구마 마케팅 에피소드. 전라도 부안에 사는 한 80된 노인이 꼽추병을 앓다 고구마를 장기 복용하고 나서 병이 낫고 정력이 좋아져 부인과 잠자리까지 하게 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고구마는 날개돋친 듯 팔렸고 고구마 재배농사는 산업화됐다. 몸에 좋다면 인기를 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최고 마케팅 전략이다. 정력 강화는 최고의 홍보였다.

『조선관리, 먹거리 혁명에 뛰어들다』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펴냄 | 248쪽 | 14,500원

사실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고구마를 구황작물 중 제일로 쳤고 정조는 고구마 재배를 국가적으로 권장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구마 재배법은 토착적인 방법이 더해져 우리만의 독특한 지식이 만들어졌다. 일본과 중국의 지식을 벤치마킹하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것으로 만든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고구마에 관한 한, 한국형 ‘밑바탕 지식’이 정립됐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 산업을 이해하는 시금석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그러면서 창조적 발상과 실험이 없이는 글로벌 리더십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벤치마킹만으로는 안 통하는 사회라는 것. 이제는 창조적 사고로 차원을 달리해 가며 대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고구마 혁명’의 21세기적 메시지다. 

이 책 저자 전경일은 분주하다. 책에서 조엄의 사료와 관련 인물들의 사료를 들추면서 과거 중국 일본의 사례까지 언급해야 하고 이러한 사실을 통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경영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역사소설처럼 플롯을 가지고 서사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고 조선실록 등 사료와 최근의 경영학 ‘사료’를 씨줄 날줄로 엮었기에 흥미로운 소설보다는 경영 다큐멘터리을 읽는 느낌이다. 어쨌든 '역사경영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만 하다.

다가오는 겨울, 군고구마 계절이다, 조엄을 다시 생각하자. 조엄을 만천하 밝은 햇빛으로 초대한 전경일에 감사하자.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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