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널리스트 헤밍웨이가 우리에게 남긴 비판의 목소리
[리뷰] 저널리스트 헤밍웨이가 우리에게 남긴 비판의 목소리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0.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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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미국 대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저널리스트(기자)의 이미지를 겹쳐본 적이 있는가. 기자는 솔직하게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 등 헤밍웨이의 문학 작품밖에 몰랐다. 그가 기자였는지는 이 책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통해 알았다.

헤밍웨이가 젊은 청년이었을 때, 그는 북미와 유럽을 누비며 활약한 기자였다. 열여덟 살의 신참 기자로서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고, 20대에는 해외 특파원 자격으로 유럽의 전쟁과 사회상을 보도했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 현장에도 있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아시아 각국을 돌며 국제 정세부터 전투 현장까지 폭넓게 보도했다.

그가 한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한 세기 전이다. 그런데 그의 기사에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상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그가 던진 의제들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조지 오웰, 칼 마르크스의 기자 시절을 그려낼 한빛비즈 출판사의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는 이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국제여단 중 이탈리아군 전사자의 사진 <사진=한빛비즈>

저널리스트로서 헤밍웨이의 활동 시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신참으로 시작해 전업 기자로 활동한 초기(1910년대 후반~1920년대 중반), 그리고 작가로 명성을 얻은 후 특정 보도 임무를 맡아 활동한 시기(1930년대 이후)다.

헤밍웨이가 기자 생활을 시작한 1920년대는 전쟁 직후 ‘광란의 20년대’라 불렸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군수 물자를 만드는 데 동원됐던 일자리가 사라졌고, 무리 지어 귀국한 군인들은 좀처럼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헤밍웨이는 미주리주의 지역 신문사 ‘캔자스 시티 스타’에서 경찰서, 병원, 기차역 등을 돌며 그날의 사건을 취재했다.

다음은 1918년 1월 20일 보도된 기사 ‘구급차에 실려 오는 사람들(At the End of the Ambulance Run)’이다. “야간 구급차 응급팀이 길고 어두운 병원 복도를 황급히 뛰고 있었다. 들것 위에는 축 늘어진 환자가 누워 있었다. (중략) 굳은살 박인 손에 지저분한 머리칼이 헝클어진 환자는 시장통에서 벌어진 싸움의 피해자였다. 그가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조지 앤더슨’이라는 이름이 적힌 영수증 한 장만이 겨우 그의 신원을 알렸다” 헤밍웨이의 기사라는 것을 알고 봐서인지 더욱 그날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한편, 헤밍웨이가 ‘토론토 스타’의 해외 특파원으로 임명된 1920년대 초반, 그는 훗날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무솔리니가 신문사 ‘포폴로 디탈리아’의 편집장이었을 때 그를 기자로서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자기 눈앞의 인물이 갈등을 종식시킬 인물이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인물임을 경고했다.

1922년 6월 24일 보도된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당(Fascisti Party Now Half-Million Strong)’ 기사를 보자. “여기는 밀라노. 파시스트 운동의 우두머리인 베니토 무솔리니가 앉아 있는 책상은 지금까지 그가 북부 이탈리아와 중부에 뿌린 거대한 화약의 도화선과 맞닿아 있다. (중략) 무솔리니는 크고 갈색빛이 도는 얼굴, 도드라진 이마와 게으른 미소가 엿보이는 입매, 현란한 감정 표현에 동원되는 커다란 두 손을 갖고 있다. (중략) 여기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무솔리니는 ‘군사 조직으로 성장한 정당’을 데리고 과연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 책에 실린 헤밍웨이의 기사는 훨씬 많다. 옮긴이 김영진 씨 덕분에 그의 기사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저널리스트로서의 헤밍웨이를 읽고 나면, 그가 집필한 문학 작품들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바람처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인간 헤밍웨이, 그리고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서의 헤밍웨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정윤 기자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펴냄 | 25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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