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김광석- 상] ‘서른 즈음에’ 포효했고 ‘부치지 않은 편지’로 신음했다
[책으로 만나는 김광석- 상] ‘서른 즈음에’ 포효했고 ‘부치지 않은 편지’로 신음했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0.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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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추석 연휴에도 김광석은 화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죽음을 둘러싼 ‘말’은 의혹을 품고 ‘의혹’은 또 다른 변형된 말을 낳고 기어이 그 말들은 괴물처럼, 남아 있는 자들의 눈을 가리거나 귀를 막는다. 옳고 그름이 ‘말’에 있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김광석은, 죽어서 더욱 따뜻하게 다가오는 그의 노래와 여기에 없기에 더욱 추억되는 삶은, 남아있는 자들이 오롯이 지키고 기려야 할 것이다. 김광석에 대한 책 2권을 정리해 소개한다.

먼저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김용석 지음, 천년의 상상 펴냄)와 『김광석과 철학하기』(김광식 지음, 김영사 펴냄)이다. 저자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김광석과 노래를 사랑하는 대학교수로 철학자다. 책은 모두 김광석 20주기가 되는 2016년 1월에 나왔다. 먼저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부분 발췌 요약해 싣는다. [ ] 부분은 책 내용이고, 나머지는 기자 생각을 옮긴 것이다.

김광석.

노래하는 시인 [김광석은 표표히 떠났지만 우리는 그의 노래와 함께하고 있다. 노래를 듣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권인하는 김광석에 대해 “김광석은 그림에 시를 더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또한 “보컬리스트로서도 중음, 저음, 고음의 밸런스가 한결같은 당대 최고의 가수”라고 했다. 김광석을 그래서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77~78쪽>]

세상을 향한 영혼의 목소리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인생이라는 열차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 같다. 아니 삶의 리듬으로 달리는 그 열차 안에 내가 타고 있는 듯하다. (…) 김광석 자신도 “제 노래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이야기, 아파하는 이야기, 그리워하는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고 느끼는, 이런저런 일상과 이야기들을 노래로 담아냅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펴냄 | 228쪽 | 16,000원 

그는 데뷔 초부터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에 관심이 많았다. (…) 김광석 음악의 핵심은 시가, 즉 시와 노래다. 그에게는 노랫말이 중요해진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미 지어진 말’에 어떻게 ‘지금 살아있는 의미’를 실어주는지가 중요했다. 바로 김광석 특유의 곡 해석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건 단순한 목소리, 곧 목의 소리가 아니라 몸의 소리이고 영혼의 소리다. <19~20쪽>]

삶의 한계 ‘서른 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노래의 첫 마디부터 폐부를 찌른다, 아니 김광석이 폐부를 찌를 작정으로 그렇게 부른다. 정말 뭔가 소중한 것이 멀어져만 가는 것만 같다.

1995년 6월 29일 KMTV가 주최한 콘서트에서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나서 “뭐나 이렇게 공감하시죠? (…) 뭔가 스스로 가진 한계라고 하는 것…,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한계. 그렇다, ‘서른 즈음에’는 삶의 한계를 노래하고 있다. ‘서른’이란 나이는 인생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의 심리적 순간들 가운데 한 예일 뿐이다. (…) 사람마다 인생의 한계를 중병 앓듯 느끼는 시기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것이 삶에 어떤 특별한 계가기 된다는 공통점은 있다. <22~24쪽>]

절규하듯 열창, ‘어쩔 수 없음의 한계’ [그가 절규하듯 열창하는 부분은 뒤의 두 마디이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은 떠난 것이다. 이 어쩔 수 없음의 한계는 김광석의 다른 노래들에서도 때론 처연하게 때론 체념하듯 들려온다.

자신이 작사 작곡한 ‘일어나’에서도 삶의 한계, 인생의 덧없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생이란 강물 위를 끝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 어는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술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하지만 이것은 복선일 뿐이다. 곧 생명의 의지에 의해 전복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그는 포효하기 위해 신음했던 것이다. <28~29쪽>] 

김광석은 사람들을 힘겨워하는 것처럼 비친 때도 있었다 [노래 속의 김광석이 일면 사람들을 힘겨워하는 것처럼 비치 때도 있었다. 라이브 공연에서 노래 사이사이에 하는 이야기에서도 왠지 사람들을 버거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그 무료하게 보냈던 시간이며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리에 있으면 괜히 뜬금없이 찾아오는 외로움, 고독감…, 막산 뭐 친한 친구를 만나도 익숙한 탓이었는지 별반 뭐, 색다른 것도 없고..., 금방 싫증나게 되고…, 뭐 그런 경험들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노래로 만들어보았습니다. ‘나른한 오후’라는 제목하에” <44쪽>]

배우 송강호 “근데 광석인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김광석은 이제 우리나라 모던포크의 전설이 됐다. 김광석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좋은 사람이었다. 또한 김광석은 함께 있어서 좋은 사람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무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카세트 레코더에서 김광석이 부르는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오고 노래들 듣던 극중의 오경필 중사가 배우 송강호의 인정미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근데 광석인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야~ 우리 광석이를 위해 딱 한 잔만 하자우”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 없다. <47쪽>] / 엄정권 기자

『김광석과 철학하기』
김광식 지음 | 김영사 펴냄 | 400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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