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다시보기] 500년 전 조선 ‘선배엄마’에게 자녀교육을 묻다
[역사, 다시보기] 500년 전 조선 ‘선배엄마’에게 자녀교육을 묻다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10.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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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시·서화에 능한 조선 중기의 여류예술가 신사임당은 ‘멀티플레이의 대가’이자 시대를 앞선 육아의 고수였다. 살림을 하면서도 한순간도 자녀교육에 소홀하지 않았던 조선의 큰 어머니였다. 반가운 가족, 친지들과 함께 500년 전의 ‘선배엄마’ 신사임당의 자녀교육 정신을 되짚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한국학중앙연구원

단아한 얼굴, 기품 있는 모습의 현모양처로 다가오는 신사임당이 방목교육 예찬자였다면? 리좀(rhyzome) 시대를 미리 읽은 스마트맘이었다면? 예체능교육을 중시한 엄마였다면? 그녀는 왜 율곡의 엄마가 아니라 사임당으로 기억될까.

『사임당의 최고의 교육』은 율곡을 조선의 창의융합인재로 키워낸 신사임당의 자녀교육 노하우를 알려준다. 책에서는 그녀가 행한 교육의 핵심은 ‘엄마의 성장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데 있다고 봤다. 이에 저자는 사임당이 어떻게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평생 자기계발을 하며 자녀와 함께 성장해 나갔는지 밝혔다. 자기 생각을 가진 엄마의 자녀는 길을 잃지 않으며, 자기를 소중히 여기며 커나갈 수 있다는 것을 사임당의 자녀교육에서 증명했다.

우선 책에서는 자기계발과 자녀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지혜롭게 살아간 사임당의 삶을 들여다봤다. 율곡이 조선의 앞날을 내다보고 10만양병설을 앞서 주장한 것은 어머니 사임당의 전인교육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벼슬이 아니라 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라는 입지(立志)교육, 자녀 주도의 삶을 살게 한 방목교육,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이타주의를 키워주는 공심교육이 율곡을 키운 자양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자녀에게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명품 옷을 입히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도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엄마라면 사임당이 전하는 이 한마디에 귀기울여볼 법 하다.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 사임당은 자신을 갈고 닦으며 행복의 촉수를 나날이 다듬을 줄 아는 엄마였고, 그 행복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됐다. 책은 묻는다. 입으로만 행복을 말하면서 병가처럼 무력으로, 법가처럼 법으로 아이를 다스리지는 않는가?

“자신의 삶이 불행하고 우울하다고 느끼는 엄마는 자신의 꿈을 아이가 대신 이루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잔소리가 많아진다. 잔소리는 엄마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을 신뢰하지 못할 때 나오는 것이다. 양자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엄마의 잔소리가 많아질수록 잔소리의 양만큼 자녀가 잘되지 못한다고 한다. 양자물리학자들은 모든 것을 파동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엄마가 느끼는 불행의 파동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09쪽)

잔소리로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 시간에 자유롭게 놀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할 미래는 학력이나 자격증이 아닌 창의성, 도덕성으로 승부하는 세상이다. 우리가 때론 자연에게, 예술에게 가르침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불어 저자는 “엄마의 삶의 크기가 자녀 삶의 크기다”며 “대한민국 엄마들이 교육열이 높으면서도 리더를 키워내지 못하는 것은 엄마의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엄마와 유대인 엄마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지녔지만 아이들이 보여주는 성과는 큰 차이가 난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은 ‘급이 다른’ 유대인 엄마들의 교육에서 답을 찾았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면 학원으로 가지만 유대인 아이들은 탈무드 교육을 받는다. “탈무드 교육은 한 마디로 말하면 영성교육이다. 이 아이들은 친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 대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 친구를 제치기 위한 공부를 하는 아이는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하는 아이를 이길 수 없다.” 

큰 교육이 큰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다. 엄마 삶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사임당의 자녀교육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엄마가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사임당은 책 읽는 엄마였다. 그녀는 사서삼경을 읽으며 자신만의 생각과 목소리를 정립했고, 자치통감 같은 역사서를 읽으며 사회와 시대를 통찰했다. 특히 많은 책을 읽기보다 한권을 제대로 정독했다. 저자는 사임당처럼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은 디테일을 갖는 최고의 방법이며, 이 시대에 필요한 사고력, 판단력, 문제해결 능력, 질문하는 능력은 바로 사고의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임당의 삶과 자녀교육법을 살핀 이 책은 21세기 지식창조시대를 맞아 부모와 자녀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인공지능과 4차 산업사회를 앞두고 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 정연심 기자

 

 

『사임당의 최고의 교육』
백은영 지음|좋은책만들기 펴냄|25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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