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트래블] “오겡키데스까?” ‘눈의 고장이었다’… 그 곳!
[포토 인 북-트래블] “오겡키데스까?” ‘눈의 고장이었다’… 그 곳!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10.01 2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무늬 『다정한 여행의 배경』

[독서신문] ‘맛집을 찾아서’ ‘사표를 내서’ ‘태교를 위해’… 여행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목적이 여행의 내용을 결정하기도 한다.

유명한 음식도, 화려한 관광지도 아닌 그저 작품의 배경을 찾아 떠나고 썼다.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을 지우고 남은 마지막 이야기는 배경일 터. 자칭 ‘배경여행자’가 배경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고 그 다정한 기록을 모았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이 아름다운 문장을 낳은 곳은 일본 에치고 유자와의 다카한 료칸이다. 이 료칸에 짐을 풀고 역 근처에서 우동을 먹고, 겨울 풍경을 밤늦도록 구경하고,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며 느릿하게 설국의 풍경을 떠올려보는 것. 다정한 여행의 방식이다.

 

“오겡키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 “와타시와 겡기데쓰(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러브레터』의 도시 오타루도 눈의 고장이다. 저자는 영화처럼 눈이 소복이 쌓인 오타루에서 결혼식을 꿈꿨다. 결혼식 전날, 당일, 다음날까지 사흘 내내 눈이 내려 러브레터보다 더 영화 같은 배경을 선물했다.

 

소설가는 가본 곳, 익히 아는 장소만 배경으로 쓸까? 핀란드 헤멘린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주인공 쓰쿠루가 마지막 찾은 순례지다. 저자는 헤멘린나를 다녀온 뒤 하루키에게 직접 그곳을 가보고 소설을 쓴 건지 궁금하다고 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

“하루키 씨의 소설을 빠짐없이 읽고 있는 팬입니다. 3년 전부터 회사에서 휴가를 얻으면, 하루키 씨의 소설 속 배경이 된 곳을 순례하는 것이 취미가 되어(...) 최근 다녀온 곳은 핀란드 헤메린나입니다만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하루키 씨의 소감이 신경 쓰여 잠을 이룰 수 없으므로, 무라카미 씨께서 한마디 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하루키의 답은? “헤멘린나. 네, 가보지 않고 썼습니다(웃음). 지도만 보고 적당히 쓴 것입니다. 소설을 쓴 후(출판되기 전에) 가보고, 여기 저기 둘러보니 상상과 거의 동일했기 때문에 안심했습니다.”(131쪽)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66번 도로를 도망치는 사람들의 길로 부른다. 66번 도로는 미국 최초로 동서를 이은 도로로, 지도상에서는 없어진 길이지만 일부 구간은 다른 이름으로 남아있다. 저자는 66번 도로를 달리며 1930년대 미국 경제공황기를 본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농부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서글픔을 느끼기도 한다. / 정연심 기자

 

『다정한 여행의 배경』
이무늬 지음 | 꿈의지도 펴냄 | 304쪽 | 13,8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