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만화 정복] 지치지 않는 마라토너 강풀의 『26년』 『이웃사람』 『무빙』
[추석, 만화 정복] 지치지 않는 마라토너 강풀의 『26년』 『이웃사람』 『무빙』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0.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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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 <사진=누룩미디어>

[독서신문] 1세대 웹툰 작가 강풀. 본명 강도영. 대학 시절 풀색 옷만 입고 다녀 후배들은 그를 ‘강풀’이라 불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웹툰 작가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웹툰 팬들 중 강풀을 모른다면 ‘간첩’이고 그의 웹툰 중 상당수는 영화화, 드라마화가 됐을 만큼 상당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강풀의 작품은 감성적 소재와 극적인 구성으로 인해 많은 제작가가 탐을 낸다. 다만 처음에는 그의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막상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면 짜증을 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기본적으로 내용이 길기 때문에 여러 에피소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인물 간 갈등이나 극의 개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풀은 만화가 영화화되는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그는 원작자로서 역할을 다한 것이고,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영화화가 진행 중인 ‘무빙’과 ‘타이밍’의 제작 과정에서는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주인공은 절대 죽이지 말아달라’는 것. 그의 몇몇 웹툰이 서로 연계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준 셈이다.

열흘간의 추석 연휴를 맞아 강풀 작가의 만화를 쭉 훑어보는 건 어떨까.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타이밍’, ‘26년’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어게인’, ‘당신의 모든 순간’, ‘조명가게’, ‘마녀’, ‘무빙’, 그리고 지금 다음 웹툰에서 연재 중인 ‘브릿지’까지 나열하기에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세 편만 골라 소개한다. 다음의 세 편은 만화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강풀의 만화세계를 더욱 느껴보고 싶다면,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한 ‘강풀만화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 26년 “광주의 아픔을 가슴으로 기억했으면…”

2006년 4월 10일부터 9월 28일까지 연재된 ‘26년’은 강풀 작가가 “만화를 시작하면서 제일 잘한 일이 ‘26년’을 그린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의 단죄를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작가는 1980년 5월 일어난 광주의 아픔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현재’로 시점을 옮겨 그 비극이 결코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아픔과 상처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는 “지금 우리보다 어린 세대들은 5.18과 8.15를 헷갈려 한다. 이번 만화는 광주를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며 다른 웹툰과 달리 ‘26년’만큼은 모든 이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무료로 남겨뒀다.

과거에 못다 해낸 역사 청산을 도발적인 방식으로 다루며 단죄와 복수를 꿈꾸는 스토리여서 사뭇 강풀 작가의 세계관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도 강풀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드러난다. 역사적 비극에 휩쓸려야 했던 모든 이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따뜻한 시선이 그것이다. “화해란 용서란, 잘못을 한 자가 반성을 하고 용서를 빌었을 때 그것이 화해이자 용서야.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그저 잊어버리는 것뿐이야”라는 대사가 맴돈다.

◆ 이웃사람 “더 이상의 희생자는 없어야만 한다”

2008년 6월 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연재된 미스터리 장르의 만화다. 잔인한 연쇄살인마 이야기를 통해, 이웃의 무관심과 대화의 단절이 키운 아픔이 바로 우리 사회의 범죄 사각지대가 된다는 것을 예리하게 고발하고 있다.

경기도 한 야산에 암매장된 트렁크에서 부패된 여고생 원여선의 시신이 발견된다. 범인은 다름 아닌, 같은 빌라에 사는 류승혁이다. 그동안 범인의 정체를 의심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이지만, 이 사건 이후 피자가게 점원, 희생당한 여고생의 새엄마, 야간 경비원, 그리고 감금당해 있는 가방 주인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희생양 수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이웃사람’은 시작부터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명확하고, 강풀 특유의 시간을 되돌리는 기법이 잘 녹아있어 매력적이다. 작가는 차근차근 범인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이웃’에 대한 공포심을 고조시키고, 너무도 평화롭지만 이기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소외된 부분을 부각시킨다. ‘이웃사람’은 2012년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했다.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등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24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 무빙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과 초능력을 물려준 부모들”

2015년 2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현재 연재 중인 ‘브릿지’의 전작이기도 하다. 기존 작품들의 30회차 연재분량을 깨고 45회차를 강행했을 만큼 강풀의 최장기간 연재물이자 열두 번째 장편만화다.

‘무빙’의 무대는 정원고등학교 3학년 5반이다. 주인공은 공중부양 능력이 있는 김봉석, 상처 치유 능력을 가진 장희수, 엄청난 힘과 스피드를 지닌 이강훈이다. 이들 모두 3학년 5반 학생이다.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살아왔던 아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비밀을 공유하고 ‘날고 싶다’고 깨닫는 순간, 시간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안기부 옥상에서 처음 마주친 블랙요원 김두식, 정보분석관 이미현, 조직폭력배에서 안기부 블랙요원이 된 장주원, 청계천 8가 노점상 이재만에게로 넘어간다. 이들은 정원고등학교 3학년 5반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이들은 아이들의 초능력이 자신들로부터 유전된 것을 알기에 아이들이 처한 모든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돕는다. 이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브릿지’를 통해 확인하면 될 것이다. / 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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