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종개에 대해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진돗개라고 답한다. 어쩌다 한두 명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삽살개도 우리나라 개라는 대답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토종개가 있거나 말거나 별 관심도 없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믿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 토종개로서 진돗개가 진짜 우리가 자랑할 만한 개인지, 어쩌다 우리나라의 개 범주에 든 것 같은 삽살개는 어떤 개인지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의 토종개들은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세계사에 유래 없는 멸종의 위기를 겪었다. 일제는 1938년부터 시작하여 2차 대전으로 패망한 1945년에 이르기까지 8년에 걸쳐 우리 토종개 껍질 150만 장 이상을 벗겨 군수품으로 이용했다.
껍질이 벗겨지는 수모만 당한 것이 아니라 정체성마저 정치적 조작에서 유린되었는데 지금가지 어떤 역사가도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한 적이 없다.
진도를 제외한 반도 전역에서 개 껍질 벗기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었는데 조선원피주식회사라는 별도의 법인을 총독부에서 만들어 진행했던 것이다. 토종개들의 유래 없는 수난이 이때부터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되면서 해방될 때쯤에는 중대형 개들의 씨가 거의 마를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일본 순사들에 의해 도살되던 토종개들의 참혹한 모습이 풍속화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 전역에서 개들의 울부짖음이 멈춘 후 7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우리 개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우리가 고유한 문물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우리 고유 문화를 사랑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한다. <11~16쪽> / 정리=황은애 기자
『한국의 개』 - 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지홍 지음 | 글로벌콘텐츠 펴냄 | 220쪽 |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