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다시 보기] 매부리코 귀족에 에로틱 토우 등 신라의 ‘서역 바람’ 『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역사, 다시 보기] 매부리코 귀족에 에로틱 토우 등 신라의 ‘서역 바람’ 『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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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긴가민가 하는 것들이 확연해지는 느낌이고 뿌옇던 과거가 조금은 안개 걷히는 기분이다. 대체로 우리 역사에서 우리마저 흐릿함을 보게 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저자 정형진

명쾌하지 않은 것은 학자들 노력 부족 때문일까, 사료 부족 때문일까, 아니면 온갖 이설(異說) 난무에 따른 혼란 때문일까. 어쨌든 이 책을 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우리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를 지은 정형진은 우리 상고사를 교류와 흐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 교류의 역사를 유물과 문헌에 담긴 문화코드로 풀어낸다. 정형진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30년째 경주에 머물며 우리나라 고대사와 고대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상고사에서 이주(移住)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현재 인류는 한 뿌리에서 나와 자란 커다란 나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반도에 고아시아족이 살고 있던 신석기 말 이후 새로운 주민들이 대륙에서 밀고 내려왔고 이어 시차를 두고 몇몇 그룹이 더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그들이 한반도라는 자루에 담기면서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난 것은 삼국이 통일되면서 부터라고 정형진은 말한다.

이주에는 크게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하나는 중원지역에서 중국 동북지역을 거쳐 한반도로 이주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서북지역의 가장 높은 산인 천산 주변과 그 너머 세계에서 초원로를 타고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하는 길이다. 이들은 일본 열도까지 이주했다.

그러니 한반도로 이주한 조상 중에 초원의 유목민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 예로 신라 김씨 왕족들의 근친결혼, 토우에 연출된 성애 장면, 문무왕의 출생담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원성왕릉(괘릉)을 지키는 무인상

경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왕릉인 원성왕릉(괘릉)의 무덤을 지키는 서역인이 페르시아계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다. 또 하나 경주 분지 중앙에 나지막한 산, 낭산이 있다. 이리산, 늑대산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라인들도 투르크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늑대가 저승길을 인도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초원에서 불어온 바람은 이렇게 서라벌을 물들이고 있었다.

삼국 시대에 이미 서역문화가 경주로 들어왔고, 통일신라 시대 서라벌은 실크로드의 종착점으로서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서역의 문화와 문물을 담아냈다.
 
신라인 정체를 풀어볼 중요한 단서를 소개한다. 국보 91호 기마인물형 토기다. 말 그대로 말을 탄 인물을 표현했다. 왕실에서 쓰던 주전자로 속이 비어있다. 인물 뒤에 보이는 솥 모양의 그릇으로 물이나 술을 부으면 앞가슴 쪽 부리모양으로 물이 나온다.

주목할 것은 인물이다. 얼굴을 보면 스키타이인의 피가 흐름을 추정할 수 있다. 더구나 매부리코에 쭉 찢어진 눈은 영락없는 몽골로이드이다. 혼혈인으로 신라 귀족이 분명하다. 이마가 뒤로 밀려 있는 것도 현재의 우리 모습과 확연히 다르다.

기마인물형 토기. 오른쪽은 인물의 얼굴이다. 매부리코가 선명하다.

발해사는 한국사인가. 중국은 고구려뿐 아니라 발해사도 자국사인양 주장한다. 동북공정의 결과다. 발해는 고구려와 관련 없다는 중국의 강변에 우리 학계는 대항할 논리가 있는가? 이러다간 단군조선, 부여, 고구려 역사도 중국사가 될 지경이다. 참으로 두려운 관점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리는 논리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 발해라는 명칭은 프리기아(부여)인이 사는 바다라는 의미라고 저자는 밝힌다.

이외에도 『화랑세기』에만 나오는 미실은 실존인물인가, 첨성대는 천문대였나 등 관심을 가질만한 언급이 곳곳에 있다. 차분히 책을 따라가면 어느새 독자 여러분은 우리 역사의 정수리에 도달한다. 정수리에서 가만히 머리 가르마를 따라 다시 내려가 보자. 안내는 정형진에 맡기자. / 엄정권 기자

『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정형진 지음 | 휘즈북스 펴냄 | 33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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