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큐레이션 책방 ‘비플랫폼’ “책으로 소통하는 문화를 팝니다”
북 큐레이션 책방 ‘비플랫폼’ “책으로 소통하는 문화를 팝니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28 00: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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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인딩·팝업북 워크숍도 진행

[독서신문] 지난 6월 다채로운 행사로 호평을 받았던 서울국제도서전. 그중에서도 20개 동네책방이 함께한 ‘서점의 시대’ 코너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 전문 책방 ‘슈뢰딩거’, 개인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는 ‘사적인 서점’, 추리소설 전문 책방 ‘미스터리유니온’ 등 각 서점은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었다. 

그때 한 서점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아티스트가 자가 출판한 독특한 형태의 책 『바운드리스(Boundless, 무제본)』를 비롯해 다양한 팝업북이 전시돼 있고, 책 제작 과정에 사용되는 도구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합정동의 작은책방 ‘비플랫폼’이었다. 비플랫폼(B-Platform)은 ‘책(Book)’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서점이다. 손서란 디렉터와 김명수 북큐레이터가 지난해 5월 31일 문을 연 뒤, 책의 탄생 과정을 함께하는 플랫폼을 제안하고, 우리 시대 책의 예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명수 북큐레이터. 북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책방 스튜디오에서는 북바인딩 원데이 워크숍, 팝업 워크숍, 나는 이야기다 워크숍, 북바인딩 워크숍을 진행하며 일반인들도 나만의 이야기로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예전보다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예전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유하려는 시대가 됐다. 비플랫폼은 그 지점에 집중했고, 책을 직접 만들고자 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14일 책방을 찾아 손서란 디렉터와 김명수 북큐레이터를 만났다. 

- 비플랫폼, 어떤 공간인가
손서란 디렉터(이하 손) “1년 조금 넘은, 조그만 서점이다. 비플랫폼은 서점, 갤러리, 스튜디오 세 가지 파트로 나뉜다. 서점에는 국내외에서 직접 셀렉한 그림책을 진열하고, 갤러리에서는 정진호 작가 『별과 나』의 원화전시를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에서는 북바인딩, 팝업 워크숍 등을 열고 있다. 소량의 책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 왜 책 만드는 서점을 표방하게 됐나
손 “이제는 책이 양산되고 있다. 책꽂이에 셀렉션 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기 책을 직접 만들어 소장가치를 가졌으면 했다. 그래서 우리가 책 만드는 것도 알려주고, 프린터도 들여놔서 소량의 책을 찍어주기로 결심했다. 소량의 책을 직접 프린트하고 바인딩해서 소장하면 더없이 좋겠구나 싶었다” 

- 그만큼 글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손 “그렇다. 그림책만 해도 작가들이 다양해졌다.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멋진 그림을 그린다. 이제 ‘누가 그리냐’는 중요하지 않다. 책의 콘셉트가 중요한 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누가 글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을 사느냐가 중요하다. 페이스북에 글을 꾸준히 올린 뒤 책을 내는 이들도 많아졌고, 부모님한테 선물을 드리기 위해 사진집을 만드는 경우도 봤다. 우리는 그 문화를 세일링 하고자 한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김명수 북큐레이터(이하 김) “이제는 충분히 자가출판(셀프 퍼블리싱)이 가능해졌다. 이 책은 집에 있는 흑백 레이저 프린트로 인쇄한 뒤 직접 자와 칼로 재단하고 바인딩까지 한 책이다. 전문적인 출판사에 맡기지 않아도 얼마든지 집에서 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다. 개인의 글쓰기 욕구를 비교적 쉽게 해소할 수 있다” 

- 왜 쓰고 싶어할까
김 “인간은 기록하고 싶어한다. 나의 일부분을 남기고 싶어하는 본능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우리가 지금 그 경향을 도드라지게 느끼는 것은 출판 시스템 자체가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쓰고 책을 만들 수 있도록 플랫폼이 제공된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김 “책 만드는 기술은 제지술, 인쇄술, 제본술 세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책의 내용과 메시지에 맞게 각 기술을 활용해 책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북바인딩 워크숍에서는 제본술을 알려준다. 일반인을 포함해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전문가도 찾아온다. 그런데, 이 워크숍에서는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8주 과정 동안 교양 과목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에 3시간씩 8회 수업, 즉 하루 동안 책 제본을 배우는 것과 같다. 기술은 반복 학습해서 연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이해하는 측면에서는 유용하다. ‘루프 스테이플러’라는 방식이 있는데, 이건 링 제본 시 아카이브용으로 활용한다. 모르면 그냥 특이하고 예뻐 보일 뿐이다”

- 워크숍을 듣고 직접 책 만든 사례는 
김 “북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하수정 작가가 그 예다. 워크숍에서 제본술을 배운 뒤, 프렌치 도어 형식으로 책을 출간했다. 다만 수강을 했더라도 원고가 없으면 곤란하다. ‘작가’는 지을 작(作), 집 가(家)를 쓴다. 집을 지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집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집 안에 누가 살지는 직접 디자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 이정윤 기자, 사진=정진욱 기자

북바인딩 워크숍의 결과물

비플랫폼 스튜디오 워크숍

◆ 북바인딩 워크숍 : 책의 유형별 제본 방법을 실습하며 내용과 책의 구조 관계를 배워본다. 종이를 접고, 묶고, 펴고, 풀어내는 순으로 진행하며 제본의 개념을 확장한다. 
◆ 팝업 워크숍 : 팝업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응용해 다양한 구조의 팝업을 만들어 본다. 복잡한 팝업을 만들기 위한 기초를 닦는다.
◆ 나는 이야기다 워크숍 : ‘나’라는 존재를 그림과 글로 표현해 본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나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지를 책으로 만들어본다. 이 과정을 통해 자기를 새롭게 발견하고, 표현하며 스스로 치유하는 경험을 갖는다. 
◆ 더미북 워크숍 : 그림책, 독립출판물, 포트폴리오 등 만들려는 책을 미리 가제본해봄으로써 더 좋은 책을 만드는 밑바탕을 마련한다.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2호(2017년 9월 28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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