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규 스토리지북앤필름 대표 “오·탈자 많은 할머니 글도 책으로…독립출판은 ‘날것’이 매력이죠”
강영규 스토리지북앤필름 대표 “오·탈자 많은 할머니 글도 책으로…독립출판은 ‘날것’이 매력이죠”
  • 황은애 기자
  • 승인 2017.10.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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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거기서 거기다. 요리책도, 자기계발서도, 소설도. 대형 서점엔 대부분 기성 출판사들의 비슷한 서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함을 떠나보내고 새로움과 마주하고 싶다. 차라리 ‘내가 책을 내볼까?’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지만, 방법을 몰라 쉬이 포기해버린 적도 많다.

여기 독립출판물을 발간하다가 독립서점을 열고, 독립출판을 가르치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의 강영규 대표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사실 필름 카메라를 파는 가게였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강 대표는 아는 사람의 잡지에 사진을 몇 번 실은 적이 있다. 자기 사진이 잡지에 실리는 그 기분이 좋아 『주제별 사진집』이란 개인잡지를 내면서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책방으로 변모시켰다.

최근 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에 이어 홍대에 2호점 ‘초판서점’을 연 강 대표는 『Walk zine』이란 잡지를 발행하면서 독립출판 워크숍도 여러 개 진행하고 있다.

-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인지 ‘표현으로부터의 독립’인지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독립출판물은 판매 수익이 남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300~500부로는 먹고 살기 쉽지는 않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수익에 얽매이지 않아서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기성출판은 독자를 고려해서 책을 기획하고 장르를 구분 짓곤 하지만, 독립출판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표현할 수 있거든요”

- 기성출판물과 독립출판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다양성인 것 같아요. 예컨대 요리라는 주제로 접근한다고 하면, 기성출판은 틀에 박힌 형식이나 독자들이 기대하는 이야기에 맞춰 기획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독립출판의 경우 『할머니의 요리책』이란 요리책이 있는데, 할머니가 손수 레시피를 적으셔서 오·탈자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할머니의 마음이나 감성이 느껴지죠. 표현이 방식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 독립출판물을 발행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독립출판에 대한 개념을 몰랐을 땐, 책을 어떻게 내는지 전혀 몰라서 답답했던 때가 있었죠. 『Walk zine』을 만들면서 분명히 저처럼 자기 책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책을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려 강좌를 기획했어요. 더불어서 저와 독립출판을 하는 친구들이 부가적인 수입을 만들기 위해서도 있고요. 강사들이 현직 독립출판 제작자가 대부분이죠”

- 어떤 강좌를 진행하나요?

“대표적인 워크숍인 ‘LITTLE PRESS’가 있어요. ‘LITTLE PRESS’는 일본에서 독립출판을 부르는 말이에요. 이 강좌는 기획, 디자인, 제작, 유통, 회계 등 과정을 한 주 동안 가르쳐요.

‘Make Magazines’는 독립잡지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좌예요. 독립출판물은 혼자 제작하는 분이 많은데, 독립잡지는 팀으로 돼 있기도 하거든요. 독립잡지 준비하는 분들에게 잡지사별로 어떻게 기획하고, 콘텐츠를 수집하고, 어떻게 잡지 형태로 만드는지 알려드려요.

제가 진행하는 ‘4주 동안 나만의 책 만들기’는 한 달간 독립출판을 어떻게 만들고 출판하는지 알려주는 수업이에요. 이미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듣죠. 준비돼있지 않으면 4주 동안 책을 만들 수가 없거든요. 이 강좌들을 통해 독립출판물도 더 다양성 있게 나오는 것 같아요”

- 수강생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학생이나 회사원이 많아요. 수익을 내기 어려워 독립출판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300~500부 제작에 드는 금액이 100~150만 원이라고 치면, 수익은 7~8만 원밖에 안 생기거든요.

독립출판물 자체로는 수익이 없어도 그로 인해 다른 일거리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그림 그리는 분들은 삽화 일, 사진집은 사진 일거리, 글 쓰는 분은 글 쓰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 독립출판물 하나 추천해주세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이란 우울증 수기집이에요. 예를 들어 기성 출판에서 우울증이란 콘텐츠에 접근한다고 하면, 원인과 증상을 파악하고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시하는 책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사람들의 우울증 이야기를 그저 나열해놨어요. 이를 통해서 느끼는 바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의 경험을 물 흘러가듯 읽게 되니까 마음이 되게 편안해지더라고요. 우울증이라는 게 꼭 치료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나을 수도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립출판이니까 저렇게 낼 수 있지 않을까요?”

- 독립출판물이 더 활성화되는 데 필요한 노력은?

“지금처럼 다양하게만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상업적으로 변하지 않고 이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죠. 상업성을 띤다고 나쁜 건 아니지만,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독창적으로 자신만의 것을 표현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아직 독립출판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하고픈 말씀

“가능하면 이 책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독립출판물은 인쇄를 조금만 해서 전부 팔리고 나면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많아요. 판매하던 시점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책도 많고요. 요 시점에 이 책을 꼭 놓치지 말고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 황은애 기자, 사진=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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