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향기-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에게서 돈 냄새가 나나요? 사랑의 미소는 못 보셨나요?
[명작의 향기-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에게서 돈 냄새가 나나요? 사랑의 미소는 못 보셨나요?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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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가난한 청년 개츠비가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엄청난 대저택을 마련하기까지 딱 3년 걸렸다. 웬만큼 벌어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저택이기에 개츠비가 정당한 수단으로 돈을 번 게 아니라는 사실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개츠비는 우연히 데이지를 만나고 그녀의 집을 방문하곤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후 데이지는 갑부 톰 뷰캐넌과 결혼하지만 톰은 늘 여자문제를 일으키며 데이지를 힘들게 한다.

그러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다시 만나고 개츠비는 자기 집을 데이지에게 보여주며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데이지는 심하게 흔들린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는 가운데 오직 자신만을 기다리는 옛 연인을 만났고 더구나 부자라는 사실도 알았으니 어찌 흔들리지 않을까.

하지만 8월의 어느 무더운 날, 데이지는 늦더위에 예민해지고 몹시 불안정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하필이면 남편의 불륜녀를 치고 만다. 게다가 조수석엔 개츠비가 타고 있었다. 데이지 남편 톰은 불륜녀 남편에게 “뺑소니 운전자는 개츠비”라고 일러준다. 그리하여 개츠비는 불륜녀 남편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미령 작가

개츠비의 사망으로 뺑소니 교통사고도 말끔하게 처리됐고 그의 저택에는 주인의 관만 덩그러니 놓여 조문객을 받게 됐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고 심지어 데이지조차 연락이 끊겼다. 남편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쓸쓸한 장례식을 마치고 모든 게 끝났다. 서른을 갓 넘긴 개츠비의 삶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람들은 대체로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에 불만을 털어놓는다. 개츠비는 위대한 게 아니라 오히려 속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분명 그는 밀주 매매와 사기라는 떳떳치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고 살인 혐의도 받고 있으며 돈을 파티로 흥청망청 날리고 여자 환심이나 사려다 총맞아 죽었으니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라고 말할 만큼 사랑하는 여인을 되찾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개츠비는 그런 여인을 비난하지는 않다. 많은 독자들은 이 문장에서 개츠비를 비난한다. 탐욕에 눈먼 개츠비가 돈독이 오른 여인을 차지하려고 개처럼 돈을 벌었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런 여인을 사랑하면 안되는 건가요? 남의 아내가 된 여인을 되찾으려 하면 안되는 건가요? 그 남편은 지독한 불륜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말이지요. 마지막까지 사랑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도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밤새도록 여인의 불 꺼진 창을 올려다 본 개츠비였다. 지독하게 배신당했음에도 사랑을 믿은 개츠비였다.

그런데 사랑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에서는 개츠비의 사랑도 헐값에 넘어간다. 데이지도, 파티의 손님들도, 현대의 독자들도….

개츠비에게서 돈 냄새만 맡은 독자들은 그를 비웃을지 몰라도, 그에게서 사랑의 미소를 본 독자라면 그의 행위가 가치있다고 소리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위대한 개츠비'일 수밖에 없다.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159~165쪽 발췌 요약>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이미령 지음 | 샘터 펴냄 | 296쪽 | 13,000원

이 책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의  저자 이미령은 「위대한 개츠비」 편에서 이 작품을 여름이 가시고 서늘한 바람에 살짝 한기를 느낄 때쯤에 딱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했다.

이미령은 수년째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에서 하루에 한 권씩 소개하고 있으며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왜 문학을 읽는가’라는 물음에 저자 이미령은 ‘위로’라는 화두를 붙들고 문학 속 인물을 좇는다. 이미령은 작품 속에서 인간의 고통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들이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얻는가를 사유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삶의 고통과 대면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들의 웃고 우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 발견을 통해 사유가 깊어지면 이 책은 소임을 다 한 것이다. 34개 작품이 감칠맛나게 소개되고 있다. 이미령의 책 소개를 읽다보면 원작을 안 읽어보곤 못배길 것 같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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