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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칼럼] “괜찮니?”
황태영 수필가 <보림에스앤피 부사장>

[독서신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수는 7만1916명이다. 이는 이라크전쟁 사망자 3만8625명보다 약 2배 정도 많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1만4719명에 비하면 약 5배에 달한다. 하루에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약 40명이 되고 우리나라는 13년째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연간 자살 사망자는 약 1만5000명 정도이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약 500만명, 계획하는 사람은 약 200만명, 자살을 실제 시도하는 사람만 약 15~3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자살은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당뇨병, 폐렴, 교통사고보다 높고 암,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등 중대 질병에 이어 4번째의 사망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자살공화국’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박완서 선생님의 「옥상의 민들레꽃」 무대가 된 궁전아파트도 자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외제 물건에 고급 시설, 환경이 아름다워 최고의 선망이 되는 아파트에서 할머니가 두 분이나 자살을 했다. 주민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살 원인 때문이 아니라 나쁜 이미지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쇠창살을 달자’ ‘유리창에 새로운 자물쇠를 달자’는 등 다양한 대책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주인공 아이는 그것이 해법이 아님을 안다. 어머니가 친구와 통화하며 막내인 자신을 괜히 낳아서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아이는 자살을 결심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큰 슬픔이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할 때 아이의 눈에 민들레꽃이 들어왔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 한 숟갈도 안 되는 열악한 흙더미에서 민들레꽃이 웃고 있었다. 아이는 부끄러운 생각에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없어지기를 바랄 때 살고 싶지 않아진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가족들도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계셨으면 하고 바랐을지 모른다. 그리고 살고 싶지 않아 베란다에서 떨어지고자 할 때 그것을 막아주는 것은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다.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는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자살을 막는 근본대책인 것이다. 인간다운 삶은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에서 온다.

사람들은 흔히들 순위를 매기고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체는 각자가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이며 비교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남들 눈에는 보잘 것 없이 보여도 누군가에는 아주 소중하고 값지다.

닉 부이치치는 팔다리도 없이 발가락 두 개만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마침내 부모님이 그를 안고 오열했다. “나에게는 이 세상 무엇보다 네가 가장 아름답다.” 모두에게 천덕꾸러기였지만 누군가에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에게 희망메시지를 전하며 제2의 인생을 살도록 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우리는 흔히 1등을 하고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눈물 나는 감동, 삶의 에너지는 돈 아닌 사랑에서 온다. 천억을 주어도 바꾸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천억 부자이다. 가진 것이 없다고 자학해서는 아니 된다. 나는 이미 누군가에는 천억의 보석이며 또 사랑하는 천억의 보석을 가진 부자이다.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 진정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바로 사랑의 힘을 키워야 한다.

묵자는 천하무인(天下無人), ‘하늘아래 남이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무관한 남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살아가고 있다. 이웃 보기를 내 몸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서로의 관계가 고립, 단절되어져가고 있다. 모든 갈등과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제는 탐욕의 쇠창살을 걷고 가슴의 빗장을 열어야 한다.

값비싼 보석이 아니라 “괜찮니?”라는 작은 관심과 사랑이 오히려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묘약이 된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이기적이고 차가운 마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각자의 가슴에 꽃을 심어가야 한다. 강인하고 사랑스런 꽃들이 가득해질 때 세상은 다시금 복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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