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강변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 한그루는 스러질 듯 옆 나무를 부둥켜안았고 / 다른 한그루는 허공을 향해 굳센 가지를 뻗었다 / 그 위에 까치집 두 채가 소슬히 얹혔다 / 강변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이시영 시집 『하동』 중 「나무」 전문>
이시영 시인은 서정시의 전범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는다. 최원식 평론가는 “이야기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모든 이야기를 존중의 눈으로 받든다”고 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절제된 행간과 여백에 스며든 언어의 경제가 정밀하다.
“겨울 속의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 세상엔 이런 작은 기쁨도 있는가”<「무제」 전문> “형의 어깨 뒤에 기대어 저무는 아우 능선의 모습은 아름답다 / 어느 저녁이 와서 저들의 아슬한 평화를 깰 것인가” <「능선」 전문> “개구리 한 마리가 번쩍 눈을 뜨니 / 무논의 벼꽃들이 활짝 피어난다” <「벼꽃」> <이시영 시집 『하동』 / 창비 펴냄>
시 읽기의 즐거움이 느껴지시나요. 시 한편 읽고 창 너머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면 올 가을은 멋질 겁니다. / 엄정권 기자
시집『하동』
이시영 지음 | 창비 | 132쪽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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