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앤 시네마] 스티븐 킹 공포소설의 정수 『그것』, 31년 만에 영화로 만나다
[북 앤 시네마] 스티븐 킹 공포소설의 정수 『그것』, 31년 만에 영화로 만나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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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과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증상이 있다. ‘삐에로 공포증’이다. 삐에로 공포증(coulrophobia)은 비정상적, 비이성적으로 광대에 대해 극도의 공포심을 갖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공포증을 갖고 있다면 사람들을 웃기려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삐에로를 볼 때 소름이 돋고, 삐에로에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 

삐에로 공포증은 연쇄살인범 존 웨인 게이시가 1972년부터 1978년까지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던 소년과 청년 남성 33명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존 웨인 게이시는 평소 광대 분장을 하고 어린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해왔기에 ‘광대 살인마(Killer Clown)’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사건은 미국을 충격에 빠트렸고 이 때문에 삐에로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그 공포증은 스티븐 킹의 소설 『그것(IT)』에서 빨간 풍선을 들고 삐에로의 모습을 한 페니와이즈가 등장하면서 확산됐다. 지난 6일,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그것’이 개봉해 한국의 많은 관객들을 공포에 빠트리기도 했다. 소설 『그것』은 영화 개봉에 맞춰 황금가지에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출간됐는데, 스티븐 킹의 소설 중 가장 무서운 작품으로 꼽힌다. 

또한, 1986년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2주 만에 밀리언셀러가 되는 기록을 세워,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공인받았다. 이 작품으로 스티븐 킹은 BFA(영국환상문학협회상)을 받았고, 같은 해에 로커스상과 WFA(세계환상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이 책 이후로 미국 언론에서는 ‘공포 소설’을 이를 때 ‘스티븐 킹 스타일의 소설’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소설의 도입부를 보자. “또 다른 28년이 흐른다 해도 끝나지 않을 공포는, 신문지로 만들어져 빗물에 부은 도랑을 떠내려가던 어느 배로 시작되었다. (중략) 조지는 위챔 가의 왼편을 따라 종이배를 뒤쫓고 있었다. 있는 힘껏 달렸지만 물살이 더 빨라 종이배는 점점 앞으로 멀어져 갔다. 종이배는 두 차례 빙그르르 원을 그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조지는 일어나서 배수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노란색 눈이 있었다. ‘안녕, 조지’ 배수관 속에 있는 이는 어릿광대였다. 분명 그 형체는 서커스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릿광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배를 갖고 싶니, 조지?’ 페니와이즈는 히죽 웃으면서 종이배를 들어 보였다. 그가 입고 있는 헐렁한 비단옷엔 큼지막한 적황색 단추들이 달려 있었다. 앞쪽으로 밝은 색 넥타이와 야광 전구가 줄줄이 달렸고, 손에는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처럼 커다란 흰색 장갑을 낀 모습이었다” <13~31쪽 요약>

여섯 살 조지 앞에 모습을 드러낸 광대 페니와이즈. 잠시 뒤 왼팔이 잘린 조지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마을은 혼란에 휩싸인다. 그리고 조지의 형 빌은 친구들과 함께 절대 악 ‘그것(페니와이즈)’에 맞서 싸우며 동생을 찾아 나선다. 소설은 이 아이들이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돕는 모습을 조명해 공포와 성장담을 적절하게 버무려 낸다. 

영화 ‘그것’의 연출을 맡은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도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그것’과 맞서 싸우는 형과 친구들의 용기와 기지의 순간을 포착해 성장 드라마의 요소를 환상적으로 그려 판타지 성장 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것’의 원작소설을 쓴 스티븐 킹 작가

영화를 감상한 스티븐 킹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영화 ‘그것’은 천재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과 달리 80년대를 배경으로 해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면 현대가 배경이 되도록 했다.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요즘 관객들은 학교에서의 괴롭힘, 첫사랑,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즐거움 등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티븐 킹은 “아역 배우들의 실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것’에 나오는 아이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른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이 영화를 이끌어나간다”며 두려움과 슬픔, 우정과 용기 등 다양한 감정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의 모습에 감탄했다. 

이처럼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대단하지만, 뭐라 해도 ‘그것’의 주인공은 광대 페니와이즈다. 페니와이즈는 ‘갈라진 멜론’ 같은 큰 두개골과 커다랗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치아를 갖고 있다. 그 사이로는 침이 뚝뚝 떨어지고, 광기 어린 웃음소리로 공포감을 더한다. 또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밖으로 끄집어내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에 몰아넣는다. 사람들 저마다가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페니와이즈를 마주한 이들은 극한의 공포를 맞게 된다. 

한편, 페니와이즈 역할을 맡은 배우 빌 스카스가드는 진한 분장 속에 꽃미모를 감추고 있어 여성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캐릭터에 많은 것을 불어넣기 위해 양쪽 눈이 각기 다른 방향을 보는 듯한 사팔뜨기 연기를 직접 해냈다. 그의 푸른 눈을 CG 작업을 통해 노란색으로 바꿨을 뿐, 기이한 눈 기술은 모두 배우의 실력이었다. 

현재 영화 ‘그것’의 챕터 2 제작도 가시화된 상태다. 소설이 3편에 나눠진 만큼, 원작의 스토리가 방대하다. 원작은 열한 살 여름방학 ‘그것’에 맞서 싸웠던 7명의 아이들이 시간이 흘러 ‘그것’이 다시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에서 다시 만난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영화 ‘그것 2’에서는 성장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그것 2’를 관람하기 전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스티븐 킹 작가의 공포와 마주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않아도 좋다. / 이정윤 기자 

『그것 1~3권』         
스티븐 킹 지음 |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펴냄 | 1852쪽 | 36,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2호 (2017년 9월 28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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