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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셀럽이 나선다- 배우 송일국 추천 책 황석영 소설 『수인』

[독서신문] 세월의 기억, 몸으로 겪고 부딪친 경험은 기억에 촘촘하다. 황석영이 그렇다. 어머니 등에 업혀 월남해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었고 4·19때 친구를 잃고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5·18땐 동료들과 진실을 위해 저항했다.

그리고 1989년 방북, 그리고 4년여 망명, 귀국 후 기다린 건 감옥. 5년간 수인 생활을 했다. 근세사를 몸으로 살고 버텼다. 시대의 아픔을 증언하며 작가로 이름값을 올린 황석영은 결과적으로 세월‘덕’을 본 걸까, 세월‘탓’을 할까.

지난한 세월을 조상이 겪으면 후손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조상의 고통과 아픔이 제 몸 뼛속까지 박힐 리는 만무하고 고통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조상을 박제로 만들지 않고 조상을 기리는 일일 것이다.

특히 일제의 압박은 잔인무도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독립유공자의 자손들은 조상‘덕’을 봤을까, 아니면 조상‘탓’을 할까. 배우 송일국은 조상‘덕’이라 말한다. 그의 외조부는 김두한, 외증조부는 김좌진 장군이다. 김두한을 한 인터넷 사전은 ‘한국의 깡패 1세대 오야붕 출신이며, 국회의원이자 독립운동가’라고 적고 있다.

송일국

"황석영의 소설에서 우리 조상의 향기가
불굴의 저항, 문학적 승화, 독립운동 정신 닮아"

『수인』은 황석영의 자신의 힘겨운 세월에 한국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전하고 있다. 송일국은 “작가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시대의 감옥 안에서 작가는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까, 작가에게 감옥은 무엇이며 그 시대를 버틴 작가 정신은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고 『수인』을 읽은 소감을 말했다.

송일국이 말하는 ‘작가’를 김두한으로 ‘감옥’을 일제치하로 치환하면 ‘외조부 김두한은 굴종을 강요하는 일제치하에서 무엇을 생각했으며 어떻게 행동했으며 저항한 정신은 무엇이었나’에 도달한다. 외증조부 김좌진 이름으로 대신해도 같은 지점에 닿는다.

김두한이나 김좌진의 업적과 저항 정신을 논하기는 적당치 않고 다만 송일국이 조상‘덕’이라는 말에 초점을 맞춰보자. 송일국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구술)를 통해 연기 인생에서 좋은 선배를 만났고 그 ‘복’은 외증조부의 업적 덕분이라고 말해, 자신의 성공 원동력으로 외증조부의 덕을 확실히 꼽고 있다.

송일국은 학창시절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는 타이틀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부모님과 친척들로부터 ‘조상들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에겐 스트레스가 될 법도 하다.

어쨌든 송일국은 역사 드라마에서 발군이다. ‘주몽’으로 무명을 벗어나고 ‘해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스타 반열에 오른다. 이른바 선 굵은 연기는 그의 외모와 연결 짓지 않을 수 없고 그 외모는 어디서 왔는지 뻔한 것 아닌가.

다시 『수인』으로 돌아가자. 한 사람이 몸으로 겪은 삶이 서사화됨으로써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으로 태어나는 광경을 우리는 종종 보고 『수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황석영의 문학은 작가가 현장에 몸을 던짐으로써 잉태했고 희생함으로써 문학은 태어나 우리 앞에 온몸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점이 다른 작가들과 다르다면 다르다. 말랑말랑한 스토리에 의존하는 작가들에 비해 선이 굵다.

송일국이 『수인』에 반했다면 아마 이런 대목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삶, 주저하지 않는 저항은 송일국의 DNA와 무관치 않으리라. 그 DNA는 대한, 민국, 만세 세 쌍둥이 이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 엄정권 기자

* 송일국이 추천한 책 『수인』

황석영이 몸으로 써 내려간 자전적 기록이다. 그러나 개인의 기록을 넘어 역사의 물줄기를 품고 있다. 한반도의 현대사는 굽이치고 수많은 인간 군상은 역사의 물결 속에 침잠하고 그 가운데 작가의 고민은 치열해지고 회한은 깊어간다.

황석영은 말한다. “시간의 감옥, 언어의 감옥, 냉전의 박물관과도 같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작가로서 살아온 내가 갈망했던 자유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던가. 이 책의 제목이 『수인』이 된 이유가 그것이다”라고.

무엇보다 그를 옥죈 것은 언어의 감옥이었으리라. 1989년 금기의 시대에 금기를 깬 용기는 그의 발걸음을 평양으로 이끌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다 각오한 일이었다. 망명 4년, 수인 생활 5년. 그에게 감옥은 압축된 현대사의 한 모퉁이였고 감옥의 어둠은 언어를 박탈하는, 기록을 부인하는 속수무책의 공간이었다.

“그러면 당신은 조국의 분단을 그냥 운명이라고 체념하고 살아갈 것인가? 나는 그 질문을 오랫동안 되새겼다. (…) 나는 한국전쟁 당시 남과 북에서 죽어간 사람들과,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이 경계의 금기를 깨뜨렸다가 갇히고 처형당한 사람들, 그리고 광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다 죽은 시민들을 생각했다. 이 경계를 어떻게 해서든 넘어서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작가도 뭣도 아니었다”<1권 79쪽>

그가 작품에서 펼쳐 놓는 이야기는 우리가 지나온 시대를 기록한 세밀화 같기도 하다. 유명인사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과 사연이 다채롭다. 그 하나하나가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황석영, 그가 돌아가고 싶었던 곳은 어디일까.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문학이라는 집이었다. 세상의 뒤안길을 떠돌며 노심초사하다가도 퍼뜩 정신이 들면 나는 늘 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1권 365쪽>  / 엄정권 기자
 

『수인』 1: 경계를 넘다
『수인』 2: 불꽃 속으로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각 496쪽, 464쪽 | 각 16,500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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