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험담’도 습관이고 ‘배려’도 습관이다
[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험담’도 습관이고 ‘배려’도 습관이다
  • 독서신문
  • 승인 2017.09.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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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독서신문]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나의 눈길을 붙잡는다. 초로의 여인이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를 손수레에 태우고 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녀는 고물상에서 만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폐지 줍는 할머니를 그곳 일과가 끝나면 꼭 손수레에 태워 할머니 댁까지 모셔다준다고 하였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동병상련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여인의 마음 씀씀이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는 타인에 대한 이타심이오, 배려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면 강도 높은 비방의 글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는 타인의 잘못을 포용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타인을 비방하고 허물을 들추는 사회적 풍조는 불신과 대립을 야기 시키기도 한다.  자신은 올바른 소리를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정작 그런 일을 당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나도 타인에 의하여 억울하게 모함과 험담을 당한 경험이 있다. 문단에 입문하겠다는 꿈을 지닌 어느 남성의 이야기다. 그는 아직 여물지 않은 필력으로 작가의 꿈을 키웠던 사람이다.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어 하는 그의 간절함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하여 문단 입문으론 턱없이 부족한 그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글 한 자 한 자를 첨삭 지도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내게 첨삭 지도비로 얼마간의 금액을 보내왔다.

사실 문인이 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문단에 입문하여 문예지에 글 몇 편 발표 됐다고 하여 문인이란 칭호를 얻는 것은 아니다. 문인의 외적 조건을 따진다면 어느 장르의 글이든 자신의 필력을 펼칠 수 있을만큼 필력이 야물어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내적으론 무엇보다 마음 그릇이 반듯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문단에 등단을 도우려는 내게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언행을 저질렀다. 문제는 그런 언행을 행하고도 추호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를 보다못한 나는 그의 문단 입문 추천 의뢰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파렴치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은 문인의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 의해서였다.

그러자 그는 지난날 내게 건네준 원고 첨삭 지도 비를 되돌려 달라고 떼를 썼다. 첨삭 지도 비란 무엇인가? 문인으로서 원고를 첨삭 지도하고 받는 수고비 아니던가? 나로선 당연히 받을 돈을 받은 것 뿐이다. 그런데 자신의 뜻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그릇된 언행을 돌아볼 생각은 않고 무조건 그 돈을 다시 내게서 되돌려 받으려고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나중엔 그가 자신의 잘못을 크게 깨달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이 일로 인간관계가 와해된 게 사실이다. 이런 경우 그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가슴에 손을 한번쯤 얹고 자기 성찰을 했더라면 저지르지 않을 과오였다. 뒤늦게나마 그가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내게 사과를 해서 그에게 향했던 증오심이 다소 누그러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위 일을 겪으며 진정한 인격자란 어떤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그래서 『논어』에선 ‘인간에게 완비(完備) 함을 구하지 말라’일렀나보다. 스티븐슨이 1886년에 발간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Dr.Jekyll and Mr. Hyde) 내용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인간의 이중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부단한 자신의 절차탁마에 의해서 일게다.

내가 타인에게 존중받고 예우를 받으려면 내가 먼저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 허물을 눈감아 줄줄 알아야 한다. 평소 앉았다 하면 타인의 허물을 들추는 게 습관화 되어 생각 없이 남을 비방하고 험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선가 읽은 이 내용을 들려주고 싶다.

석가모니가 많은 청중들 속에서 설법을 할 때 일이다. 어느 한 사내가 나서서 석가모니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마구 욕설을 했다고 한다. 이를 본 석가모니 제자들이 재빨리 사내를 끌어내려고 하자 석가모니가 이를 말리며 그 사내를 향하여, “  당신 집에 손님이 왔는데 그 손님이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 그 음식은 누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물었단다.

이에 “그야 제가 먹지요.” 라고 사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그렇다면 자네가 준비한 욕이니 방금 내게 향한 욕은 자네가 모두 배불리 먹게.”라는 말로  석가모니가 의연히 대응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타인을 향한 비방이나 험담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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