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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북- 『연장전』] 같은 연장 다른 연봉…노동의 삶, 비정규직의 삶

[독서신문] 노동은 근로행위의 총칭이지만, 몸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말이 됐다. 몸을 써야 하는 게 노동이 됐다. 고단함과 땀 냄새와 떨칠 수 없는 빈곤, 그리고 막걸리가 떠오르는 이유도 ‘몸을 쓰는 노동’이라서 그렇다.

하루하루 살아가고 버티는 힘이 근육에 있기에, 노동은 그 원초적인 힘으로 이루어내는 어떤 생산이기에 신성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다. 기자의 이런 말은 노동을 잘 몰라서가 아니라, 애써 노동의 현실을 피하고자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노동’은 왠지 말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그럴 것이다.
 
이런 경우를 보자. 지하철 정비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쓰는 방진 마스크는 얼굴을 다 가리는 게 아닌 반만 가릴 수 있는 반면 마스크다. 비정규직이기에 호흡기만 보호할 수 있는 반면짜리다. 정규직에게는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전면 마스크가 지급된다.

『연장전』 우리 시대 노동의 풍경
박점규·노순택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96쪽 │ 14000원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노동을 하는 데도 이런 차별이 존재한다. 고용 형태가 차별되고 이는 안전의 차별, 나아가 생명의 차별로 이어진다. 노동강도가 정규직보다 약할 리 없는 비정규직에게 노동의 값은 이렇게 다르게 저울질되고 사람마저 그렇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이 책 『연장전(傳)』은 노동자에게 필수적인 도구, 연장을 제목 삼았다. 그 연장이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노동운동가 박점규와 사진가 노순택이 24개의 직업을 가진 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삶과 현장의 얘기를 엮었다. 그중 몇을 소개한다.

* 먹방 전성시대다. 마치 요리사 전성시대처럼 보이고 스타 셰프는 TV채널을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그러나 요리사들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하루 10시간, 주6일 노동에 월급은 최저임금, 10년이 지나도 200만원을 넘기 힘들다.

그나마 호텔 요리사는 나은 편이었지만 최근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비정규직 비율이 44%, 호텔신라는 49%다. 요리연구가 박찬일 셰프도 요리사는 고통스럽고 취약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스타 셰프를 꿈꾸며 하루 11시간, 청춘을 바치는 20대 중반 젊은 요리사들, 그들의 월급은 연장근무 수당을 포함해 140만원 안팎이다. 세종호텔 한식 뷔페 은하수(엘리제로 개명했다 다시 은하수로 바꿈)는 요리사를 계속 줄이면서 비정규직은 절반에 육박한다.

30년 경력 주방장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출장 뷔페로 쫓겨났다. 한 요리사는 2013년 연봉 4500만원에서 2992만원으로 깎였다. 노조원들이 세종호텔을 상대로 싸우는 이유다.

* “우정본부가 적자라며 하위직을 1000명 넘게 감축했는데, 5급 이상 관리직은 100명 이상 늘렸어요. 적자가 났다는 4년 동안 6000억원 넘게 정부에 갖다 바쳤고요. 정말 너무합니다” 집배원의 하소연이다.

2015년 10월 기준 전국 집배원은 1만6천여명. 평균 노동시간은 64.6시간, 1인당 하루 배달량은 2000여통. 시골 집배원은 150킬로미터를 달린다. 서울에서 군산을 매일 달리는 셈이다. 1인당 담당인구는 2800명으로 일본의 4배가 넘는다. 우정노조는 1958년 만들어진 이래 1968년 임금인상 쟁의 이후 50년 동안 조용하다.

정규직 집배원에게는 정액급식비 13만원을 주는데, 계약직에게는 한 푼도 안 준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됐지만 정부와 국회는 비정규직 집배원 급식비를 삭감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 엄정권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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