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대중과 심리학자 사이의 벽을 허물다
[독서신문]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는 어려운 법. 그렇기에 심리학은 대단한 연구 업적이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심리학이 무언지 물어보면, 그저 심심풀이로 해본 심리테스트나 영화에서 본 독심술 정도로만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저자는 심리학을 강연하고 심리학 대학 컨설팅 전문 기업과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심리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인 그도 처음 심리학을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여느 사람들처럼 대중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두꺼운 교재 속 전문 용어와 빽빽이 들어찬 뇌구조 사진들로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심리학자와 대중 사이의 두꺼운 벽을 허물기 위해 저자가 책을 펴냈다. 그는 심리학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심리학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심리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앞으로 심리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심리학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잠깐 들었지만, 충분히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을 만한 주제들로 이야기를 잘 엮었다. ‘성격 탓인가, 환경 탓인가?’ ‘잘난 사람과의 비교는 약인가, 독인가?’ ‘심리테스트를 좋아하십니까?’ 등의 목차만 봐도 구미가 당긴다.
흥미가 생겨 천천히 살펴보니, 목차처럼 마냥 재미있고 쉬운 내용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타인의 마음과 감정을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믿기지 않는 흉악을 저지른 범죄자의 심리를 파헤치는 경우도 다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엄청 어렵지도 않아서 누구나 읽기 편한 ‘심리학 입문서’로 알맞다.
책에 적힌 심리학에 관한 글들을 읽는 동안 타인의 마음을 독심술 하는 것처럼 꿰뚫는 기분이 든다. 이보다도 더 큰 재미는 자신의 심리에 대해 알아간다는 점이다. ‘누가 내 얘기를 적어놨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발가벗겨진 듯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자꾸 궁금해진다. 그만큼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는 이야기들을 예로 들어 더욱 몰입하게 된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휩쓸고 있는 자기계발서 유행. 무수히 많은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읽어도 제자리걸음만 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 해답도 심리학으로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아는 법과 자신을 대하는 방법을 알아야 자기계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생김새, 성격 등 하나도 같은 게 없는 남과 똑같이 하면서 달라질 걸 기대했으니 헛다리를 짚을 수밖에. 심리학은 자기계발서이자, 힐링 도서인 셈이다.
그동안 심리학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으로 시름시름 앓았던 지난날. 이제 『당신은 심리학에 속았다』로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속 시원한 쾌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황은애 기자
『당신은 심리학에 속았다』
허용회 지음 | 재승출판 펴냄 | 304쪽 | 14,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1호 (2017년 9월 14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