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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박목월·김춘수 창간 정신 계승한 시 전문지 ‘현대시학’48년 역사, 시인선도 꾸준히 출간

[독서신문] 현대시학(現代詩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 잡지이자 정통성과 시문학사적 위상을 지닌 시 전문지다. 1969년 4월 전봉건 시인이 주재해 창간됐고, 창간 당시 편집위원은 박두진, 박목월, 박남수, 구상, 김춘수 시인이었다. 창간사의 “우리는 이 잡지를 몇몇 시인의 전유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넓게 기회를 나눠줘 명실상부한 범 시단지를 만들 생각이다”라는 구절처럼, ‘현대시학’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현대시학이 변화하는 출판 환경에 맞춰 통권 578호(2017년 7·8월호)부터 격월간으로 바꿔 발간한다. 새로운 디자인과 편집 방식으로 쇄신을 꾀했고, 조창환 시인의 ‘여는 글’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시 잡지는 시인의 문화적 교양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 잡지는 시인과 독자를 이어주는 소통의 매체며, 시인에게 봉사하고 독자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현대시학』이 그러한 일에 앞장서 주기를 희망한다”

이번 호에는 네 명의 여성 비평가가 참여한 기획 특집 ‘페미니즘과 우리 시’가 실렸다. 특집은 시사 속 여성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부터의 페미니즘 비평과 이론을 참조해 시의 길을 모색한다. 가장 관심을 끌 만한 코너는 김지하 시인과의 특별 대담이다. 이처럼 변화와 함께 풍성한 콘텐츠를 담아낸 현대시학의 신작 시인선 3권도 소개한다. 

■ 내 안에 타오르던 그대의 한 생애
이용호 지음 | 현대시학 펴냄 | 160쪽 | 9,000원

“詩에 이르기 위하여 너무 먼 길을 돌아서 왔다. 詩가 아닌 것들로 인해 그동안 아파해야 했던 날들 그 시간들이 오늘의 자양분이 되었다 (중략) 살아 있음이 곧 고통인 사람들에게 혁명을 대신하여 이 시집을 바친다” 2010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이용호 시인이 두 번째 시집으로 돌아왔다. ‘내 안에 타오르던 그대의 한 생애’, ‘나를 조율한다’, ‘거처 없는 마음으로’, ‘배롱나무에 물들다’의 시와 함께. 

박정대 시인은 사흘 동안 이용호 시인의 시를 읽은 뒤 조금 아팠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픔이 밀고 가는 별빛처럼 그의 시는 만항재같이 환한 곳에 늘 있을 것이라며 벌써 세 번째 시집을 기다리게 된다는 평을 남겼다. 이용호 시인의 이번 시집은 거리로 허공으로 돌멩이와 구호들이 날아오르던 1980~1990년대의 후일담으로 봐도 좋다. 나아가 ‘기억’들을 생생히 복원해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엿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색
심강우 지음 | 현대시학 펴냄 | 152쪽 | 9,000원

2013년 수주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하고 2014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시가 당선된 심강우 시인의 첫 시집이다. 박현솔 시인의 서평에 따르면 심강우 시인은 시인으로서 갖춰야 할 감성과 감각, 기교의 완성도가 절정에 도달하고 있고, 사조적인 측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단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시인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문명비판이나 해체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독자들은 그가 써 내려가는 감동 있는 시를 좋아한다. 

시인은 할머니의 그림자에서 시를 읽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어느덧 말뚝이 되어버린 건물의 그림자. 푸성귀가 담긴 바구니를 앞에 두고 앉은 할머니. 할머니의 그림자에서 시를 읽은 적이 있다. 그게 좋은 시인지 나쁜 시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시는 그림자에서 좀 더 읽기 쉽다는 것을 알았을 뿐. 나에게 시는 그림자 읽기이다” 자신만의 시 ‘색’을 찾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 사라지는 것들
조영민 지음 | 현대시학 펴냄 | 140쪽 | 9,000원

“(전략) 지금은 창밖의 소나기도 구겨지고 / 단단히 다렸던 달도 구겨진 가을 모퉁이 / 벌써 가을은 폐가의 문처럼 삐거덕거리네 / 잎사귀가 구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 나는 여름을 보냈네” 조영민 시인의 시 ‘사라지는 것들’ 중 일부다. 이 시는 2012년 영남일보 문학상과 『현대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영민 시인의 첫 시집을 대표한다. 

그의 첫 시집을 본 전해수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은 그 성장의 기록이며 바람 소리로 불어오는 소리의 시학이라 할 수 있다. 그 소리는 바람의 연대기로 가 닿는 바람의 계보학을 펼쳐 보이지만 (바람처럼) 또한 우리 가까이에서 귀를 어루만져주는 선선한 기운으로 다가온다. 마치 우리의 어린 시절과 우리의 성장기도 시인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듯이 그 ‘바람의 소리’는 유년의 ‘대숲’을 건너 우리의 귓전에도 머물다 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윤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1호 (2017년 9월 14일자)에 실렸습니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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