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규 평론가 "추리소설 매력은 두뇌 게임…최고 탐정은 셜록 홈즈"
박광규 평론가 "추리소설 매력은 두뇌 게임…최고 탐정은 셜록 홈즈"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0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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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독서신문은 추리문학의 계절 여름을 보내며, 추리소설 등 특집을 마련한 가운데 박광규 추리소설 평론가를 통해 추리소설의 재미와 한국 추리문학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박 평론가는 고려대학교 대학원(비교문화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월간 『판타스틱』과 한국어판 『엘러리 퀸즈 미스터리 매거진』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 추리작가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박광규 평론가

- 추리소설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선 ‘의문을 풀어나가는 재미’라는 요소를 들 수 있겠습니다. 거의 모든 추리소설은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범인이 누구인가? 왜 범죄를 저지르고 어떻게 빠져나갔는가? 또 탐정은 무엇을 보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는가?

작가는 이런 저런 다양한 궁금증을 던져주고 독자에게 일종의 도전을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범인 미리 맞추기’를 즐기실 겁니다. 때로는 악인이 벌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의 정화를 하는 경우도 있고 멋진 주인공의 활약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 추리소설은 어떻게 읽어야 더욱 재미있나. 읽는 방법도 따로 있나요
“자신의 취향이 어떤가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폭력적인 내용을 싫어하는데 끔찍한 연쇄살인이 이어지는 책을 들었다가는 금방 읽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겠지요. 추리소설 애독자로 발전한 사람들은, 대개 연대순으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을 거쳐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 시리즈’,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등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수수께끼 풀이형 정통파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등 선호하는 분야가 분명히 드러날 것입니다. 물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혹 시간이 없으시다면 단편집을 선택해도 좋겠지요”

- 한국에선 추리소설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문제는 사실 추리소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독자들이 대체로 유명 외국 작가들을 선호합니다. 이건 한동안 국내 작가들의 활동이 적었던 탓도 있고, 작품 수준의 차이도 분명히 있습니다. 외국에서 경쟁을 거쳐 큰 성공을 거둔 인기 작품과 우리나라 신진 작가의 작품이 있을 때 아마 외국 작품에 먼저 손이 가는 경우가 많겠지요.

그렇게 호응을 못 받다 보니 한국 작가들의 작품 활동도 적은 편입니다. 일본의 경우 인기 작가는 1년에 한 권 씩 꾸준히 내곤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작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작품이 안 팔리면 다음 작품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전업 작가도 아주 드문 편입니다. 한국 작품은 ‘못 쓰니까 안 본다’(독자)와 ‘잘 써도 안 팔리니까 쓸 수가 없다’(작가)의 입장이 교차되는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이지요. 작품 수준이 올라가고 독자의 시선이 바뀌어야 하니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입니다”

셜록 홈즈

- 셜록 홈즈는 어떤 식으로 범인을 잡나요? 애거사 크리스티의 방법은 또 어떤가요? 작가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홈즈는 기본적으로 범죄에 관련된 지식이 풍부해서 자신이 본 증거에 의존하여 논리적 추리를 이어갑니다. 또 몸을 움직이는 것을 개의치 않고 땅바닥에 엎드리기까지 하며 실마리를 찾아내곤 하지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주인공인 푸아로나 미스 마플 역시 철저한 논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차이점을 비교하자면 홈즈는 활동형이고 푸아로와 미스 마플은 다소 비(非)활동형에 가깝습니다(그렇다고 꼼짝 않고 앉은 채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탐정 중 최고는 누구를 꼽을 수 있나요, 그 이유는?
“작가들마다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최고의 실력자처럼 만들지만, 아무래도 최고는 셜록 홈즈를 꼽아야 하겠지요. 『주홍색 연구』로 18세기에 등장한 홈즈는 ‘최초의 명탐정’이라는 호칭이 어울릴 정도로 추리소설에 선풍을 일으켰으며, 21세기까지도 재탄생하는 것을 보면 ‘최고로 유명한 탐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심리 스릴러 소설도 있습니다. 추리소설과 어떻게 다른가요
“추리소설의 분류와 차이점 같은 것은 학문적 정의가 없기 때문에 완전한 분류는 어렵습니다.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면, 마치 심리학적 연구가 나올 것 같아 복잡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심리 추리소설’ 혹은 ‘범죄 심리소설’ 등으로 불리는 작품은 ‘범죄자의 심리’를 주로 다룹니다. 탐정이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여 추적하는 작품을 심리 스릴러로 보는 분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범죄자의 내면을 중심으로(대개 범죄자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범죄 동기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작품을 말합니다. 프랜시스 아일스의 『살의』, 짐 톰슨의 『내 안의 살인마』 등이 있습니다”

- 추리소설을 한국 문단에선 낮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문단만이 추리소설을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추리소설에 대해 아직은 야박한 편입니다. 범죄, 특히 폭력이나 살인 등의 강력 범죄를 소재로 다룬다는 점이 ‘범죄 조장’으로 이어진다는 오해도 많이 받지요.

또 추리소설의 도식성, 즉 ‘범죄 발생-탐정의 추리-해결’이라는 형식 때문에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오락문학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무슨 캠페인을 벌여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좋은 작가의 꾸준한 작품 발표를 통해 차츰 완화되기를 기대할 뿐이지요”

- 독서신문 독자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 있다면
“추리소설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마음 편하게 집어 들고 읽어주시길…”
/ 정리=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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