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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셀럽이 나선다- 배우 이원종 추천 책 『끝없는 탐구』 『어떻게 살 것인가』

[독서신문] 자신이 하는 일을 누군가 정곡을 찔러 물으면 좀 당황하게 된다. 기자에게 언론은 무엇인가, 물으면 일순 허걱 한다. 소설가에게 소설은 당신에게 무엇이냐 물으면 머리가 하얘질지도 모른다.

배우에게 연기가 무엇이냐 물으면? 할수록 어렵다는 답변은 50점. 연기에 정답은 없다고 말하면 60점. 그런데 이 배우는 ‘삶이 곧 연기다’라고 답했다. ‘연기는 삶’이 아니라 ‘삶이 연기’라고 했다. 90점.

그 배우의 연기를 향한 길이 꽃길이었을리는 만무하다. 다 어렵다는 시절이지만, 보증금 10만원짜리 사글세 살고 그러다 6살 연상 여인을 따라다닌 끝에 결혼한다. 그 여인은 그에게 인생 연기를 가르쳤고 그를 대중 앞에 내놓는다.  ‘반려’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주에서 영화 촬영을 하다 급히 올라왔다. 이른바 연예인용 검은색 차량이 기자 앞에 나타났다. 이원종이다. 책을 하나 들고 내린다. 드라마 야인시대 ‘구마적’이라면 더 잘 알까. 그의 인터뷰 ‘연기’는 훌륭했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독서신문의 연중 캠페인 ‘책 읽는 대한민국’에 호응해 추천 책 2권을 소개했다. 칼 포퍼의 『끝없는 탐구』 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칼 포퍼라니? 탐구가 끝없다니? 연예인에게 바랐던 책이 아니다. 물론 가벼운 책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건 ‘클래스’가 달랐다. 책 얘기가 무거울 것 같아 주변 이야기부터 빙빙 돌아갔다.

- 전주에서 무슨 영화를 찍나요?
“‘엄복동’을 찍고 있습니다. 자전거 하나로 일제하 우리 민족 자긍심을 높인 인물이 바로 엄복동이죠” 엄복동은 당시 물장수를 하면서 물지게를 지고 달렸다. 예나 지금이나 신속정확이 최고. 그래서 엄복동은 물지게를 지고 날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다리는 더욱 튼실해지고 그 다리로 자전거를 타고 물을 날랐다. 일본인들이 그 다리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영화 속 역할은 한국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제 앞잡이라고 한다. 웃음이 번진다.

- 데뷔해서 양주에 정착하기까지 사연이 많겠죠
“영화는 1997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데뷔했으니 20년 됐네요. 연극은 훨씬 전에 시작했으니 연기인생 30년이네요. 가끔 악몽을 꾸어요. 무대에서 대사 까먹고 어쩔줄 몰라하는 꿈이예요. 배우들이 아마 다 그런 스트레스가 있을 겁니다. 아~ 양주 사는 얘기요?”

오래전 어느날 전철을 타고 가다 졸았다. 내려보니 종착역인 의정부 북부역. (당시 연극하던)대학로나 종로까지 50분도 안 걸린다는 역무원 설명에 그길로 부동산에 가 가장 싼 방을 구했다. 그러다 부인을 만났는데 부인 고향이 양주다. 삶의 터전이 양주가 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부인은 6년 연상으로 이씨의 연극 선생님이었다.

이씨의 아내 이야기는 좀 길다. 그만큼 신세진 게 많고 사랑한다는 말 아닐까. 아내를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는 건 좀 과장이다 싶지만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삶이 달라지고 삶의 목표가 뚜렷해졌다니 그냥 ‘콩깍지’라고 하기엔 뭔가 내막이 깊어 보였다.

- 연기 얘기 해볼까요. 연기와 인생이라는 주제로 설명을 한다면
“지금 이 순간 저와 대화를 나누는 기자도 연기의 일종입니다. 연기는 ‘진짜처럼’이 아니라 ‘진짜’해야 하는 겁니다. 감정이입에서 더 나아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인물(캐릭터)을 아주 디테일하게 찾아 들어갑니다. 그러다보면 제가 그 인물이 돼 있더라고요. 그 다음은 그 걸 즐기는 겁니다”

이씨는 세련된 인물과는 좀 거리가 있다. 체격이 그러하고 얼굴이 로맨스 타입이 아니기에 거칠고 선이 굵은 연기를 즐겨한다. 자신에게 맞는다고 한다. 연기 자세를 들어보면 내공이 느껴진다.

자신을 네모 모양이라 치고, 동그란 연기를 해야한다면, 동그라미와 네모가 만나 부딪치고 불티가 튀고 금이 가는 한이 있어도 자신은 네모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네모는 동그라미를 통과한다. 그래서 연기가 투박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게 이원종식 연기다.
/ 엄정권·황은애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배우 이원종씨가 추천한 책

『끝없는 탐구』       
칼 포퍼 지음 |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펴냄 | (정가 20,000원)

칼 포퍼 『끝없는 탐구』=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에 호응해 나선 유명 인사들이 추천한 책 가운데 아마 가장 어려운 책일지도 모른다. 이원종씨는 대학 때(행정학과) 미학을 배우면서 처음 칼 포퍼를 접했다.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밝히는 미학에서 그 실체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 게 칼 포퍼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사고방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비판할 것인지, 비판 시각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논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이씨는 덧붙인다. 이 책에서 더 나아가 열린 사회 책을 알게 됐고 차츰 칼 포퍼에 매료됐다.
 
『끝없는 탐구』는 칼 포퍼의 자서전이기에 다른 책보다 좀 평이하다. 그래서 읽기 편하다. 이 책에서 포퍼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 동유럽에서 일어난 공산주의의 흥망성쇠,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들, 특히 과학과 철학에 대한 젊은 시절부터의 매혹 등에 관한 흥미로운 증언을 남겼다.

또한 자신의 음악 애호, 유대계라는 출신배경에 대한 복잡한 감정, 비트겐슈타인과의 논쟁 중에 벌어진 전설적인 ‘부지깽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펴냄 | 342쪽 | 15,000원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이며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게 행복하고 어떻게 지구를 떠날 것인 가를 솔직하게 풀어 놓았다. 아주 철학적이지는 않지만 유시민답게 아주 쉬운 문장으로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얘기를 잘 풀어냈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 책 역시 자전적 요소가 강해 『끝없는 탐구』와 일맥상통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한 사람이 쓴 것 같다고 했다. “정치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세상의 모든 비극과 불의에 대해서 내 몫의 책임이 없는지 살펴야 하는 게 괴로웠다. 왕의 심기를 살피는 신민처럼, 변덕스러운 여론을 언제나 최고의 진리로 받들어야 하는 정치인의 직업윤리가 너무 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195쪽>를 보면 이씨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 정리=엄정권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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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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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나 2017-09-10 09:17:14

    길에서 종종 뵀지만 참 따뜻한 분이셨어요 책 꼭 읽어 볼게요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삭제

    • hermes 2017-09-08 09:03:39

      이원종씨 연기이야기에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데.. 추천하신 책도 수준이 높으시네요~ 앞으로도 멋진 연기 기대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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