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Book] 대통령도 읽은 그 책 『82년생 김지영』, ‘사람’을 바꾸고 ‘세상’도 바꾼다
[동서남Book] 대통령도 읽은 그 책 『82년생 김지영』, ‘사람’을 바꾸고 ‘세상’도 바꾼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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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여름 문학학교 강연서 조남주 작가·노회찬 의원 첫 만남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에서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와 ‘김지영 읽기 캠페인 전도사’ 노회찬 의원이 만났다.

[독서신문] 올해 1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인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천천히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2017년을 마무리할 때, 올해 읽어야만 했던 책을 세 권 꼽는다면 분명히 이 책이 속할 것’이라고. 

그 책은 바로,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후 ‘역주행의 아이콘’이 된 조남주 작가의 세 번째 소설 『82년생 김지영』이다. 30만 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소설로서도 최근 출간된 한국 작품으로도 모두 놀라운 기록이다. 

출간 당시만 해도 민음사 편집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읽고 나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사람은 바꿀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펴냈다. 조남주 작가 또한 집필 당시 이 소설이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책으로 나왔을 때 너무나도 기뻤고, 중쇄가 결정됐을 때는 출판사에 떡을 돌렸다고 한다. 

노회찬 의원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했다.

이처럼 출발은 미약했던 『82년생 김지영』이 오늘의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는 노회찬 의원의 역할이 컸다. ‘김지영 읽기 캠페인 전도사’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노 의원은 지난 5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는 글과 함께였다. 김정숙 여사에게는 황현산 작가의 『밤이 선생이다』를 선물했는데, 한 달여 뒤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 행사에서 만난 김정숙 여사는 추천해 준 책 대통령과 함께 잘 읽었다며 감사 표시를 했다. 그렇게 대통령도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설의 진가가 발휘됐다.

노 의원은 처음부터 책을 선물할 생각은 없었다. 청와대로 향하기 전, 김정숙 여사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대접한다기에 ‘그렇다면 빈손으로 갈 수 없다. 책을 선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82년생 김지영』을 들었다. 이 책에 담긴 문제의식들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을뿐더러, 정치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이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은 ‘대통령의 서재’에 꽂혔고, 지금은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널리 읽히고 있다. 

조남주 작가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난 ‘김지영 씨’의 삶을 통해서 여성 차별의 매커니즘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사회학적인 소설이다. 이야기는 34세 김지영 씨가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하는 등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시작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김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으로 소설이 꾸며져 있다. 

여권이 신장된 시대,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 김지영 씨를 다룬 책은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완성됐다. 시대별로 통계 자료도 구체적으로 활용해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했는지 몸소 느끼게 한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보고 할 말이 많아졌다. “사실 저도 아이가…”, “저도 몇남 몇째로 태어나서…” 작가도 많은 사람이 이런 차별을 겪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고, 되도록 독자들이 ‘내 얘기 같다’고 경험하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 뜻은 제대로 통해 최근 예스24에서 진행하고 27만 독자가 참여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온라인 투표에서 조남주 작가가 1위에 뽑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기념해 8월 29일 서교동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조남주 작가와 노회찬 의원이 함께하는 ‘예스24 여름 문학학교’ 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100여 명의 독자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책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남주 작가와 노회찬 의원도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그동안 자세히 전해지지 않았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강연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용과 강연 일부를 옮긴다. 

독서신문 창간독자임을 밝힌 노회찬 의원(왼쪽)이 덕담을 남겼다

- 『82년생 김지영』이 왜 충격처럼 다가왔나
노회찬 의원(이하 노) “책에 등장하는 여성 차별들. 팩트만 놓고 보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머리로 안다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달랐다. 그리고 그 사실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 녹아들어 흐르듯이 표현되니 가슴 속 깊이 다가왔다” 

-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공이 크다
노 “판매 부수만 놓고 보더라도 경이적인 기록이다. 더불어 소설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폭넓게 전달된 사례다. 높이 평가받는 소설, 상 받는 소설, 화제에 오른 소설은 많았지만,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 이렇게 많은 영향을 준 책은 드문 것 같다”

- 평소에도 책 선물을 좋아한다고 
노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선물도 하고 SNS에 공유한다. 한때는 예스24 플래티넘 회원이었다. 요즘은 보좌관들한테 부탁하다 보니 등급이 떨어졌는데 절치부심하겠다 (웃음)”

- 직장인 여성이 아닌, 전업주부의 삶을 다뤘다
조남주 작가(이하 조) “김지영 씨가 회사에 계속 다니는 설정이었다면 이야깃거리는 많았을 거다. 하지만, 회사에서 벌어지는 차별은 드라마 영화에서도 다뤄진다. 특히 일과 육아의 병행 문제에 관해서. 사람들은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일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사는 여자들의 삶은 어떨지 의구심이 들었다. 전업주부도 하나의 노동자다. 더군다나 휴가도 없고 승진도 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 왜 82년생, 김지영이었나
조 “주인공은 여성 인물로 잡되, 한국의 여성사와 맞물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80년대가 가장 성비가 불균형했던 때다. 산아제한 정책이 있었고, 낙태 시술도 암암리에 성행해 여아만 골라서 낙태하던 시기다. 80년대 초반생은 자라면서 청소년기에 IMF를 겪고 엄마가 돼서는 무상 보육 제도가 생기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무책임한 엄마라고 비난받았다. 82년생이라면 이런 문제를 포괄적으로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영이라는 이름은 82년도 전후로 여자아이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이름이라는 통계가 있다”

-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조 “페미니스트 작가로만 규정짓는 것은 피하고 싶다. 다만 앞으로 내가 쓸 소설에서는 관련 이슈들을 예민하고, 깊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각성하고 자각하면서 소설 쓰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그런 이미지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 한다” / 이정윤 기자, 사진=예스24 제공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 민음사 펴냄 | 192쪽 | 13,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1호 (2017년 9월 14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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