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휴먼다큐멘터리 촬영, 주인공이 카메라 앞에서 가드 내리기까지…
[책 속 명문장] 휴먼다큐멘터리 촬영, 주인공이 카메라 앞에서 가드 내리기까지…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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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내게 남은 5%’에 출연한 틴틴파이브 멤버 이동우 씨 <사진=라온북>

[독서신문] ‘인간시대’와 관련한 신화 가운데 주인공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처음 며칠 동안 빈 카메라를 돌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다 사람들이 카메라의 존재를 잊어버릴 정도로 카메라에 친숙해지면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주 그럴듯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카메라와 친숙해지게 하기 위해 제작진이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뜻이다.

촬영은 친숙해진 다음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은 맞지만 출연자들이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처음 카메라가 왔을 때, 촬영이 뭔지도 모르고 보여준 그림이 훨씬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출연자에 따라 첫날 찍은 그림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자연스럽게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제작진의 욕심과는 달리, 출연자들은 카메라에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따로 있다. 카메라 앞에 익숙한 연기자를 휴먼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삼는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휴먼다큐 사랑-내게 남은 5%’에서는 틴틴파이브 멤버였던 이동우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동우 씨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시력의 대부분을 상실하고, 이제 정상인의 5% 수준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작 팀은 이동우 씨를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도록 설득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동우 씨의 마스크를 벗기는 작업은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김현기 PD는 말한다. “이동우 씨는 끝까지 연예인이고 싶어 했다. 카메라가 오면 연기를 시작했다. 카메라가 돌면 끝없이 이야기를 했다. 마치 예능프로그램에서 녹화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틴틴파이브 이동우였다”

‘내게 남은 5%’는 1월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동우 씨가 카메라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 것은 3월이 지나서였다. “집에서 딸이랑 있을 때도 아이가 돌아오면 카메라가 있으니 이동우 씨는 무엇인가 하려고 애썼다. 책을 읽어주려고 하고,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그런데 하루는 딸 지우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는데, 가만히 딸을 껴안고 누워있었다. ‘이제 됐다’ 싶었다”

휴먼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이 기다림이다. 주인공이 가드를 내리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촬영 팀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주인공은 비로소 카메라 앞에서 가드를 내린다. <174~181쪽 요약> / 정리=이정윤 기자

『크리에이터의 질문법』
윤미현 지음 | 라온북 펴냄 | 360쪽 | 16,000원

* 현 MBC 프로듀서인 저자 윤미현은 주인공을 향한 따뜻하면서도 색다른 시선으로 채워진 휴먼다큐멘터리로 작품마다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주며 호평을 받았다.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기획·연출했으며, 다큐멘터리 시리즈물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북극의 눈물’, ‘공룡의 땅’ 등을 기획했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승가원의 천사들’, ‘휴먼다큐 사랑-돌시인과 어머니’ 역시 윤미현 PD의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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