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소설의 생명은 ‘재미’, 김홍민 대표의 북스피어 출판사
미스터리 소설의 생명은 ‘재미’, 김홍민 대표의 북스피어 출판사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8.3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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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이와 손톱』 『베를린 누아르 1』 『희망장』

[독서신문]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가 모토인 파격적인 출판사. 2005년 6월에 창립해 지금은 한 달에 한 권꼴로 책을 내고 있는 작은 출판사 북스피어다. 직원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성공적으로 기획한 김홍민 대표를 포함해 다섯 명이다.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를 첫 책으로 출발한 북스피어가 다루는 주요 분야는 문학이다. 그중에서도 SF, 판타지, 호러 등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한 대중 소설을 출간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북스피어의 모토는 김홍민 대표의 신조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마약 같은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르소설에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통찰이 담길 수 있고, 무엇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재미가 있기에 충분히 ‘깊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북스피어는 책을 기획할 때도 1차 관문으로 재미있는지를 염두에 둔다. 기획 단계부터 재미가 없다면 독자들에게도 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벤트도 출판사 특성에 맞게 독특한 콘셉트로 진행한다. 가령 극한 상황에서 책 읽는 모습을 담은 사진 공모전 ‘익스트림 리딩’, 독자와 함께 여행하며 추리소설 교정을 보는 ‘낭만열차’ 등이다. 이제는 오롯이 미스터리 소설 전문 출판사로 자리매김한 북스피어의 대표작 3권을 소개한다.

■ 이와 손톱
빌 S. 밸린저 지음 |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펴냄 | 288쪽 | 9,000원

‘서스펜스의 마술사’로 불렸던 빌 밸린저의 대표작. 애거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 버금가는 놀라운 결말에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읽는 듯한 긴박감까지 갖춘 20세기 미국 최고의 서스펜스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한 평론가는 “더 이상 새로운 미스터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마술사 루 앞에 한 아가씨가 나타난다. 루는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지만 행복한 생활도 잠시, 아내는 의문의 추락사를 당하고 루는 그것이 타살임을 직감한다. 그때부터 루는 마술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이 책은 출간 당시 결말 부분을 봉한 뒤 봉한 부분을 뜯지 않고 가져오면, 즉 결말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면 책값을 돌려주겠다는 대담한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루의 치밀한 복수극은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올해 개봉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원작 소설이다. 

■ 베를린 누아르 1: 3월의 제비꽃
필립 커 지음 |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펴냄 | 376쪽 | 12,800원

전쟁의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1936년의 베를린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한 소설. 프랑스 미스터리 비평가상과 프랑스 모험소설 대상을 받은 필립 커의 데뷔작이다. 레이먼드 챈들러 특유의 활달함과 유머를 고스란히 따르면서 철저한 역사 연구와 디테일한 묘사로 극찬을 받았다. 이 책은 ‘3월의 제비꽃’을 부제로 베를린 누아르 3부작의 시작을 알렸다.

‘3월의 제비꽃’은 1933년 3월 23일, 히틀러가 나치 독일 정권에 입법권을 위임한 전권 위임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독재자의 자리에 오르자 앞다퉈 나치당에 입당했던 기회주의자를 가리킨다. 작품의 배경인 1936년의 어수선한 독일 사회 분위기를 암시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 베른하르트 권터는 경찰 출신 사립탐정이다. 어느 날 그에게 철강 재벌 직스가 딸 부부를 살해하고 보석을 훔쳐간 범인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한다. 사건의 실마리는 나치 친위대였던 직스의 사위 파울에게 집중된다.

■ 희망장
미야베 미유키 지음 |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펴냄 | 528쪽 | 15,800원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 미스터리 신작. 『누군가』, 『이름 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을 잇는 ‘행복한 탐정’ 시리즈 4탄이다. 전작에서 악질 다단계 회사라는 최상급의 악과 맞닥뜨린 이후 신변에 큰 변화를 맞았던 편집자 스기무라 사부로가 마침내 서민생활 밀착형 탐정으로 전직해 도쿄의 낡은 건물에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대망의 첫 의뢰인은 이웃의 친한 아주머니. 딸에게 평생 모은 저금을 뺏겨 가난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한 동네 할머니가 근방에서 목격됐는데, 어찌 된 일인지 살아생전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며 조사를 부탁한다. 의뢰를 잘 해결해 주면 당번제 쓰레기장 청소를 1년간 면해주겠다는 솔깃한 거래도 제안한다. 소소한 형태의 사건이지만 깊은 고뇌를 동반하는 추리 과정이 흥미를 끈다. / 이정윤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0호 (2017년 8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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