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미스터리, 판타지,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브랜드가 있다. 문학동네 출판그룹에 속한 엘릭시르다. 엘릭시르는 다양한 해외 소설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독서의 즐거움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기획 출간 중인데,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 윌리엄 아이리시의 『새벽의 데드라인』 등 동서양 미스터리 거장들의 대표작을 모은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또한,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 MYSTERIA』를 론칭해 미스터리 장르의 독자층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는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소설/평론)’을 신설해 국내 미스터리 작가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엘릭시르(Elixir)’란 ‘현자의 돌’ 또는 ‘철학자의 돌’로 불리는 물질로, 납과 같은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매개물이자 불로불사의 생명을 주는 영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연금술사에게는 꿈의 물질이기도 했다. 작가를 흔히 ‘언어의 연금술사’라 부르듯, 엘릭시르라는 이름에는 연금술사(작가)들의 꿈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 마음이 담긴 엘릭시르의 대표작 3권을 소개한다.
■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펴냄 | 423쪽 | 12,800원
2012년 엘릭시르의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책이다. 세계 3대 미스터리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데, 아이리시의 장점인 논리적 구성, 등장인물을 밀어붙이는 압도적 상황, 도시적 우수와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도시의 밤을 밤보다 더 어두운 필치로 그려내 아이리시 특유의 서정적인 문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도입부만으로도 독자들을 사로잡는다는 『환상의 여인』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내와 싸우고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온 스콧 헨더슨은 오렌지색 모자를 쓴 것 이외엔 특별한 개성이 없는 여자를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온다. 아내는 살해당한 시체가 되어 있고, 그는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전락한다. 그는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데이트한 식당을 전전하지만 증인 중 어느 누구도 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형 선고를 받은 그를 대신해 환상의 여인을 찾으러 나선 사람은 스콧의 여자 친구인 캐럴 리치먼과 그의 친구 존 롬바드다.
■ 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펴냄 | 552쪽 | 13,800원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최우수상 수상작. 이 수식어로는 부족할 만큼 시놉시스만으로 심사위원의 극찬을 이끌어내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며 끊임없이 영화화 제의를 받은 장용민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풍부한 볼거리와 국경을 넘나들며 화려하게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로 독자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수 천 년 전부터 ‘미래를 기억하는 아이들’ 즉, ‘궁극의 아이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열 살 전후로 징후가 포착돼 수 세기 전에는 신관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검은색과 초록색 눈동자 오드아이를 지닌 그 궁극의 아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9.11 테러로 모든 것을 잃고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FBI 요원 사이먼 켄에게 십 년 전 오늘 발신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그 편지의 내용은 아내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기사와 기묘히 맞물린다. 모든 과거를 기억하는 여자와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그들은 어떤 퍼즐을 맞추게 될까.
■ 빙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펴냄 | 256쪽 | 12,000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일본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이자 애니메이션 ‘빙과’의 원작 소설이다. 고등학교의 특별 활동 동아리 고전부에 소속된 학생들이 일상에서 펼쳐지는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학원 청춘 미스터리 ‘고전부’ 시리즈의 첫 책이기도 하다.
그는 고등학생의 일상에 미스터리를 접목해 독특한 분위기의 청춘 소설을 만들어냈다. 청춘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밝은 면만이 아니라 감춰져 있는 어두운 면을 함께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은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가 좌우명인 고등학생 오레키 호타로다. 그는 33년 전의 문집을 토대로 지탄다 에루의 삼촌이 한 말의 수수께끼를 밝히고 책의 제목인 ‘빙과’의 유래를 풀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 이정윤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0호 (2017년 8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