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앤 시네마] 2차 세계대전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생명을 불어넣다
[북 앤 시네마] 2차 세계대전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생명을 불어넣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8.3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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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 개봉과 함께 세계 전쟁사 최대 규모 철수 작전이었던 ‘덩케르크(다이나모) 작전’이 역사의 수면 위로 올랐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프랑스 북부 해안의 덩케르크 지역에서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독일군에 포위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연합군 33만 8000명을 영국 본토에 성공적으로 철수시킨 작전이다. 

극복할 수 없는 난관 같았던 이 역사는 민간인 선원이 대규모 군사 작전에 투입돼 군인과 함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2차대전뿐 아니라 해군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적 같은 작전의 성공으로 영국 국민을 단합시킬 수 있었고, 영국군 또한 철수한 병력으로 군대를 재건해 독일군에 대한 반격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사진=교유서가>

그때 나온 윌리엄 처칠의 의회 연설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입니다. 넘치는 자신감과 힘으로 공중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국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에서,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덩케르크’
1940년 작전 직후 출간된 원서 『덩케르크』

영화 ‘덩케르크’는 이 연설에서 착안해 해변, 바다, 하늘 세 곳을 배경 삼아 덩케르크 작전을 재조명한다. 놀란 감독은 해변 위의 군인들, 보트를 타고 항해하는 민간인들, 하늘에서 군인들을 보호하는 파일럿들의 고립된 상황을 각 시점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이에 해안에서의 일주일, 바다 위 보트에서의 하루, 하늘 위 스핏파이어의 한 시간으로 각각의 시간 척도를 구현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이야기들은 정교하게 교차하며 하나의 덩어리로 묶인다. 

놀란 감독은 관객들을 덩케르크 해안에 직접 데려다 놓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보트 위에서 항해하고 스핏파이어 조종석에서의 경험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65mm, IMAX 카메라의 사용을 최대한 늘렸고, 액션을 카메라에 담을 때 디지털 효과나 CG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해안에서 실제로 일주일을 촬영했는데 천 명이 넘는 배우들이 뛰어다녔고, 폭발 장면도 있었고 진짜 스핏파이어 전투기가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는 배우 핀 화이트헤드의 소감처럼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실제 덩케르크 해안에서의 촬영을 통해 생생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전투 장면을 실감 나게 그려낸 것뿐만이 아니다. 그의 진정성에 대한 추구는 배우 선택으로 이어졌다. “3개의 스토리에서 캐릭터들의 나이와 실제로 비슷한 나이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이 끔찍한 전장에 싸우러 나갔는지를 그리기로 했다. 그 중엔 아이들도 있었다. 관객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신선한 얼굴을 원했다” 그 결과 핀 화이트헤드(토미 역), 해리 스타일스(알렉스 역), 톰 글린 카니(피터 역) 등이 ‘덩케르크’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됐다. 배우들의 훈훈한 외모는 여성 관객들의 눈길을 끌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7월 20일 개봉한 영화 ‘덩케르크’는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약 277만 관객을 동원했다. 

<사진=교유서가>

한편, 1940년 덩케르크 철수 작전 직후 출간된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의 『덩케르크』가 영화 개봉과 맞물려 국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관련 서적 대부분이 이 작전을 사실관계에 따른 요점만 추려 간단하게 설명한 데 반해, 이 책은 당시의 상황을 각종 보고서와 메모 등의 자료에 근거해 날짜별,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에드워드는 1차 대전 때 영국 해군 지휘관으로 복무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 시절부터 인정받은 유려한 문체를 살려 실제로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참여한 군지휘관들과의 인터뷰를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구조작업에 투입된 선박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험에 첩첩이 포위된 것과 같았다. 용케 기뢰를 피한다 해도 해안 포열에서 포탄이 날아왔다. 운이 좋거나 민첩하다면 포탄까지 피할 수 있으나, 그다음은 급강하 폭격기다. 작은 선박들조차 손상을 입고 심지어 침몰하기도 했다는 건 놀랍지 않다. 상대적으로 큰 선박은 공습으로부터 살아남은 예가 극소수였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위험 없이 임무를 수행한 선박은 단 한 척도 없었다” 

책은 패색이 짙던 2차 대전 초반의 1940년 영국에서 쓰였다고 보기 힘들 만큼 당시 상황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독일군의 각종 무기와 전술, 저지대 국가(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 대한 공습 과정,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유럽 국가들의 상황, 연합군의 철수 과정, 당시 사용했던 각종 군함과 민간선박들의 모습은 물론 열정·의지·희망·좌절이 뒤섞인 개인의 불안한 심리까지도 세밀하게 재현돼 있다. 영화를 본 뒤 해군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어려웠던 합동작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다면 이 책을 권한다. / 이정윤 기자

『덩케르크』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 지음 | 정탄 옮김 | 교유서가 펴냄 | 392쪽 | 16,8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0호 (2017년 8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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