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자] 넥스트 코리아 꿈꾸며 『행복한 독일 교육 이야기』 펴낸 독일 전문가 김택환 교수
[이 저자] 넥스트 코리아 꿈꾸며 『행복한 독일 교육 이야기』 펴낸 독일 전문가 김택환 교수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8.3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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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패전국, 분단국에 불과했던 독일이 어느새 유럽의 중심국가로 도약했다.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 사회복지 구축, 평화통일까지 선진국으로 향하는 중요한 과제들을 하나씩 이룩한 결과다. 이에 누군가 발 벗고 나서 ‘독일을 뛰어넘은 희망찬 한국’을 외치고 있다. 33년 이상을 독일 연구에 천착해 온 경기대학교 김택환 교수다. 

독일 전문가라 불리는 그는 『넥스트 코리아: 우리들이 꿈꾸는 나라』, 『넥스트 이코노미: 경제민주화로 부흥한 독일』, 『넥스트 리더십: 나라 경영의 영웅, 독일 총리와 한국 대통령 이야기』, 『넥스트 인더스트리: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을 펴냈고, 최근 『넥스트 해피니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행복한 독일 교육 이야기』를 통해 행복한 삶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행복한 교육에서 출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에게 “독일 학생은 한국 학생보다 덜 공부하는데 왜 더 경쟁력 있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고 묻는다. 그 해답은 책에 담겨 있다. 독일 사회는 사교육이 없고, 명문대라는 대학 서열도 없으며, 평생 공부하면서 행복한 직장생활과 함께 은퇴 이후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한국처럼 사교육에 의존하고 명문대 서열에 얽매여 학생들의 창의성을 죽이는 교육환경이 아니다. 

독일은 이처럼 좋은 환경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기 위해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융복합적 교육을 선택했다. 성적 중심이 아니라 학교 교실에서 함께 더불어 공부하고 연대하는 것을 배우면서 학생의 창의적인 소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민트(MINT)’ 프로젝트를 통해 수학, 전산(코딩), 과학, 기술을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누구나 코딩을 할 수 있고,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도록 혁신을 단행한 모습이다. 

반면, 아직 한국의 교육은 갈 길이 멀다. 엄청난 사교육비, 암기식 교육, 서열과 스펙의 대학 교육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융·복합 능력은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고, 행복한 일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교육혁명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갈 길은 독일 뛰어넘기’라는 프로젝트를 완수하고자 하는 김택환 교수를 만나 더 생생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9월 1일 저녁 7시 30분 반포도서관에서 독서신문 ‘제3회 북금(Book金) 콘서트’ 강연자로 나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행복한 독일교육 이야기』        
김택환  지음 | 자미산 펴냄 | 240쪽 | 15,000원 

- 30년 넘게 독일과 어떤 인연을 맺어 왔나

“83년도에 독일로 유학을 가 본(Bonn) 대학교에서 언론학, 정치학, 사회학을 공부한 뒤 한국언론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일했다. 뉴욕 대학에도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중앙일보 기자 생활 10년 했다. 지금은 경기대학교 특강 강사로 일하며 독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유학 당시 귀족 집안에서 홈스테이하면서 그들의 문화, 언어, 와인, 여행 문화를 배웠다. 양로원,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현장도 겪었다. 

유학 당시 유신 독재, 신군부 시대였기 때문에 학문적 자유에 대한 갈망 컸다. 대다수 친구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지만, 나는 친구와 독일로 향했다. 누나가 독일 파독 간호사라 독일 서민층의 교육 여건, 주택 문제, 이웃 문제, 교사 문제 등을 컨설팅하고 들을 수 있었다. 독일에서 의사 자녀 4명을 키운 분에게도 여러 가지 이야기 듣는다. 독일 대사나 정치재단보다도 독일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1년에 3번 정도 독일에 간다. 2번은 기업인들, 1번은 정치인들과 함께다. 이 정치 리더, 기업 리더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한국 사회가 발전할 수 있기에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하고 있다. 독일은 260가지 산업 분야가 2040년이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벌써 2040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준비한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 한국 사회도 앞으로 열심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제11대 독일 대통령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사진 찍은 김택환 교수

- 독일인들은 어떻게 ‘행복’한 국민이 됐는가

“어떻게 보면 독일인은 불행한 민족 중 하나다. 온갖 전쟁의 식민지였고, 광기와 전쟁의 땅이었다. 나치 공산주의의 피해도 입었다. 역사적으로 행복이란 단어가 없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 정치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교육을 밑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변화시켰다. 자기 역사를 반성한 것이다. 행복의 최저 수준은 별다른 게 없다. 돈이 없어도 병원에 갈 수 있고, 공부를 잘 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면 된다. 그것이 독일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다”

-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진로를 결정한다. 떡잎을 보면 그 아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는 재능과 끼를 갖고 있다. 스포츠에 뛰어나거나, 연기를 잘하거나, 물건을 잘 만든다. 그 적성을 제때 파악하고 아이가 사회의 주연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게 독일의 교육 시스템이다. 선생님은 교사가 아니라 코치다. 아이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감독을 해주는 것이다. 한국에 직업 종류가 1만 2000개 된다면, 독일에는 2만 개가 있다. 인포그래픽 전문가, 사진기자, 빅데이터 분석가 등 다원적이어서 성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 독일 교육에서 독서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독서 속에 무한한 여행이 있다. 지금까지 위대한 인간을 만든 건 독서였다. 성경, 논어, 코란, 불경이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독서에 여행이 더해지면 좋다. 여행은 간접적 책 읽기인데, 독서와 결합하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융·복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시야와 인식의 폭을 넓혀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독일은 모든 백화점과 마트에 서점을 만드는 것이 의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식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 서울시 내 모든 백화점과 마트에 서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면 아이들을 데려와서 글을 읽으며 하나의 지식 휴식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경기대학교에 신개념 도서관을 설립하려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 체험, 스포츠가 접목된 유럽형 도서관이다. 운동하고 나면 독서 집중도도 상당히 높아질 뿐 아니라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국어 시간에는 니체, 칸트의 책을 읽고 발표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친구를 통해 니체, 칸트를 공부하게 된다. 과학 시간도 마찬가지다. 다윈, 뉴턴의 책을 읽고 발표, 토론 수업을 거치면 자연스레 독서량이 늘어나고 사고력도 깊어진다”

- 이원 교육 시스템과 3무(無) 교육환경, 한국에 도입됐으면 한다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이원 교육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제조업 때문이다. 독일은 이 교육 시스템으로 마에스트로(장인)를 만들었고 이들을 통해 강국으로 거듭났다. 왜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하는가.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는 실정이다. 오히려 전문 대학을 가면 창업을 할 수 있다. 이제는 메이커의 시대다. 사진 찍고, 글 쓰고, 물건을 만들 줄 알아야 강점이 생긴다. 

또,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독일은 사교육비, 입시지옥, 대학 등록금이 없는 3 무(無)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국가 비용으로 대학을 국립화해 등록금 없는 나라로 만든 결과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수업 내용부터 혁신적으로 바꾸고 명문대학을 향한 치열한 암기식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

- 독일의 단점을 꼽아 달라

“나치즘 같은 패거리 공산주의를 만든 것이다. 독일인 최고주의를 외치는 신나치주의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 부분은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워런 버핏(오른쪽)을 만난 김택환 교수

-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한국 교육은 어때야 하는가 

“독일의 민트(MINT) 프로그램처럼 이과 과목을 교육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학교 교실에서부터 배워야 한다. 융·복합적으로 힘을 합치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게 아니고, 선후배로부터 배워야 한다. 공부가 아닌 학습을 통해 서로가 가진 기술을 교류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게 좋다. 책을 기반으로 토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앞으로 어떤 주제의 책 준비 중인가 
“다음 책은 『넥스트 매니지먼트: 경영의 신들』이 될 것이다. 교수 6명이 모여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메모와 스크랩 작업 중이고, 책을 쓸 때는 두 달 정도 집중해서 본격적으로 작업할 예정이다. 독일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 『넥스트 유니온』 출간을 비롯해 통일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윤·황은애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0호 (2017년 8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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