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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칼럼] “고아원이 있는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사회입니다”
황태영 수필가 <보림에스앤피 부사장>

[독서신문]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을 보고 인권교육을 기획하는 어떤 단체의 장께서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좋다고 하고 그 단체에서 준비한 강의안을 기초로 강의구상을 해 보았다. 인권강의는 대부분 그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인권의 역사, 인권침해사례, 인권위의 결정내용, 인권침해 시 구제방법과 처벌 등 실제 사례와 법률적 접근이 기본이다.

그러나 뭔가 부족해 보였다. 인권 침해를 없애는 근본적 방안은 법적 제재가 아니라 극기복례(克己復禮)라 느껴졌다. 법은 정교해지고 처벌은 강화되어졌지만 인권침해는 사라지지 않았고 갑질은 더욱 더 파렴치해졌다. 자신의 탐욕이나 삿된 마음을 이겨내고 예의와 범절에 어긋나지 않게 된다면 인권침해는 자연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가진 것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내면이 따뜻하지 않고 속에 든 것이 없다면 극기복례할 수가 없다. 인권침해나 갑질의 근원은 자신의 천박한 내면은 숨기고 내가 잘났으니 좀 봐달라고 우쭐해보려는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에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에 다가가 꽃이 되려면 내가 먼저 꽃이 되어야 한다. 봄이 되고 꽃이 된 사람은 남들에게 겨울 찬 서리나 가시의 상처를 뿜어낼 수가 없다. 처벌에 앞서 빈곤하고 결핍된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강의의 말미에 잘난 삶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세부내용으로 HAPPY(행복)를 파자하여 H는 Humanity(인간애), A는 Attitude(태도), P는 Patience(인내), 다음 P는 Peace(평화), 마지막 Y는 You(배려)의 다섯 가지 덕목을 예화로 제시한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긍정적 태도로 인내하며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고 상대를 배려하면 자연스레 행복해진다. 행복한 사람은 남을 무시하거나 남에게 모질게 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이나 존경은 돈이나 권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그 뜨거운 연대에서 우리는 인간의 위대함을 보게 된다. 박노해 시인이 느꼈던 감동은 나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눔문화와의 대화에서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40만 명이 쓰나미로 한꺼번에 죽은 반다 아체나, 날마다 폭격이 진행되는 팔레스타인, 쿠르디스탄, 이라크…. 이런 곳에서 참 신기한 걸 봤어요. 자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강력한 생의 의지죠. 특히 부끄러웠던 것은 정치적 고아들에 대한 겁니다. 아버지와 형이, 누나가 저항 게릴라로 활동하다 죽고 고아가 된 아이들인데 마을 사람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회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 거기서 저도 모르게 “아이들 고아원을 어디에 짓죠.”라고 하니까 여성분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아니 샤이르 박, 코리아는 마을에서 부모가 죽고 형제자매도 없는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냅니까? 고아원이 있는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사회입니다. 아무리 배가 고프고 돈이 없고 폐허더미에 천막을 치고 살지만 이 마을 아이들은 우리가 키웁니다.” 하며 분노를 하시는 겁니다.>

이런 마을에서는 아들 같아서 전자팔찌를 채우는 일도 딸 같아서 가슴을 만지는 일도 아예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인간의 품격은 돈과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에서 나온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좋은 시설의 고아원이 아니라 좋은 이웃의 따뜻한 정이다.

빛나지 않는 별은 없고 빛나지 않는 사람도 없다. 힘센 별 하나만 있다면 밤하늘은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할 것이다. 밝은 별, 흐린 별, 무리 별, 외톨이 별도 있어야 밤하늘이 완성된다. 작지만 제 자리를 빛내는 모두는 아름답다. 각자가 볼품없다 자학하지 말고 스스로의 존엄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상대의 소중함을 지켜주어야 한다. 널뛰기 할 때 내가 높이 올라가는 방법은 상대를 더 높이 올려 주는 것이다. 상대를 높이 올려주면 올려줄수록 나도 더 높이 올라가게 된다. 상대를 폄하하고 헐뜯으면 나도 그만큼 더 낮아지게 된다.

이제는 모두가 깨어나야 한다. 막말하는 수준이하의 정치인에게 표를 몰아주고 개돼지 소리를 듣는 우매함은 벗어나야한다. 잘난 자들의 인권침해와 갑질을 보며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존경해 왔는지 또 무엇을 존경해야 하고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할지 깊이 숙고해 보아야한다.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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