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 신작 출간 기념 내한… “페미니스트는 승리해왔고 지금도 승리하는 중이다”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 신작 출간 기념 내한… “페미니스트는 승리해왔고 지금도 승리하는 중이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8.2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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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 <사진=창비>

[독서신문] 2015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로 페미니즘 도서 열풍의 시작을 알렸던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이 한국을 찾았다. 『걷기의 인문학(반비)』,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듣는다(창비)』, 『어둠 속의 희망(창비)』 국내 출간을 기념해서다.

리베카 솔닛은 25일 오전 11시 창비서교사옥 50주년홀에서 내한 첫 일정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미국의 어지러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대통령을 탄핵한 한국 국민의 용감한 비결을 알아가고 싶다”며 4박 5일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비췄다.

리베카 솔닛이 이번에 출간한 세 권의 책은 ‘걷기’에 대해 말한다. 『걷기의 인문학』은 제목처럼 직접적으로 ‘걷기’를 말하고,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듣는다』와 『어둠 속의 희망』은 방황하고 누비는 사람들의 일상을 조명해 그동안 우리 시야를 가리고 있던 세상 너머를 탐색하고자 한다. 또한, 세 권 모두 수년 전 프랑스 혁명부터 최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여러 곳에서 일어난 비폭력적 저항과 봉기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걷기의 인문학』은 솔닛의 고유한 사유와 방법론의 출발점이자 종합판이다. 그만큼 여러 작가들과 독자들이 오랫동안 이 책의 출간을 기다려왔다. 책의 주요 주제가 ‘공적 공간으로 걸어 나오는 비무장 시민들의 힘’인 만큼, 솔닛은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한국의 수백만 시민들이 광장에서 이뤄낸 민주주의의 성취를 인상 깊게 지켜봤다며 한국어판 서문을 보내왔다. 독자들은 정신 vs 육체, 사적인 것 vs 공적인 것, 도시 vs 시골 같은 전통적인 철학적 모티프에 대해 솔닛 식으로 소화된, 소수자의 관점과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는 새로운 답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듣는다』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어둠 속의 희망』을 잇는 솔닛의 희망 3부작 완결편으로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여성혐오 살인, 여성을 배제하는 문학 작품, 코미디, 역사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침묵을 거부하고 말하기 시작한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솔닛은 이 책을 통해 ‘(여성들에게)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2004년 초판 출간 이후 10년이 지나 재조명된 『어둠 속의 희망』은 솔닛의 사회운동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다. 솔닛은 페미니스트 운동가이자 뛰어난 에세이스트로 잘 알려져 있지만, 1980년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운동의 현장에 직접 참여해온 전방위적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열린 가능성’과 ‘불확실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희망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만큼, 많은 경우 패배할 것이라고 무기력하게 전제하는 태도는 절망을 야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것을 요구했다.

신간을 들고 웃어보이는 리베카 솔닛 <사진=창비>

리베카 솔닛은 페미니스트로서 여성들의 상황이 상당 부분 바뀌어 왔음을 여러 번 강조했다. “페미니즘의 움직임에 남성들이 반발하는 현상 자체가 그 힘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끔찍한 여성 인권 유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수천 년 축적돼 온 문제를 50년 사이에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힘듦을 인식해야 합니다. 긴 시간, 큰 그림을 보면 여성들의 상황은 꾸준히 변화하고 개선됐습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페미니스트를 구세대와 신세대로 나누는 경향이 있는데, 두 세대 간에 큰 이견이 없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인도 뉴델리 집단 강간 사건, 미국 대학가의 여러 강간 사건 등 끔찍한 일들이 자행될 때,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처럼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했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의견을 고취시키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고 기존과는 다른 도구를 통해 페미니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리베카 솔닛은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우리는 승리하는 중입니다”라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함께 하면 그 힘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기보다, 인간 모두를 위한 해방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이미 전 세계의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승리해 왔고, 앞으로도 많은 부분을 바꿔 갈 것입니다”

이번 기자간담회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과거 성찰을 통해 미래의 변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었다. 리베카 솔닛은 같은 날 25일 저녁 7시 30분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이 강연회는 신청 접수 1주일 만에 1000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그는 ‘만약 내가 남자라면’을 주제로 의미 있는 강연을 만들었다. / 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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