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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안희정 충남지사] 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추천 책 『사막의 지혜』『빨래하는 페미니즘』

[독서신문] 누구를 진정 이해하려거든 그의 분노까지 알아야 한다. 그 분노가 시대에 맞선 저항의 몸짓이었기에 상처는 외면당했고 그 상처 치유의 팔 할은 세월과 바람 몫이었다.

거기에 들끓으며 벼려진 날카로운 내면의 칼은 외로이 차갑게 담금질됐다. 켜켜이 쌓인 분노는 어느덧 훈풍을 만나 발효해 깊고도 명징한 호수가 됐고 내면의 칼은 시대를 앞선 뜨거운 깃발이 됐다.

8월 22일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를 만나보니 그렇다. 대통령선거 후보군으로 떠오르던 때 TV 등을 통해 보던 안희정과 홍성 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안희정은 달라져 있었다. 명징한 호숫물에서 길어올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기품이 배어 있었고 뜨거운 깃발이 된 내면의 칼은 겸손이라는 칼집에 들어 있었다. 그 분노의 맥은 고교시절 제적부터 정치인으로서의 절망까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데까지 닿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남도청 직원들이 독서를 통해 도민에 보다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됐고 도민 뜻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독서경영의 의미를 설명했다.

안 지사는 독서신문이 진행하는 연중 캠페인 ‘책 읽는 대한민국’에 기꺼이 동참하면서 읽을만한 책도 두 권(『사막의 지혜』,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추천했다.

안 지사와 독서신문의 인연은 꽤나 오래됐음을 듣고 놀랍고 반가웠다. 안 지사가 독서신문을 만난 건 1981년, 고교생 안희정에게 흑역사가 시작되던 때다. 반정부 지하 유인물을 읽다 적발돼 모처에 끌려가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제적되는 등 안희정은 개인사가 갈갈이 찢어졌다. 그때 독서신문은 교과서를 대신하는 유일한 벗이었다. 제적당하고 집에 있으면서 구독해 인문사회 지식을 넓혔고 세상을 보는 지혜도 얻을 수 있었기에 안희정에겐 ‘생명수’였다.

안 지사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최근 출판계 불황은 88올림픽, 3당 합당이후로 인문사회 매체의 침체가 그 연원이라 말했다.

안 지사에게 독자들에 대한 인사말을 부탁했다.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안 지사는 “37년 전 청소년기 때 만난 독서신문과 저는 어느덧 대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적당하고 집에 있을 때 인문학과 세계관으로 올바르게 안내해주어 제 청소년기의 길잡이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출판계가 어렵습니다. 저는 그러나 종이 책을 좋아합니다. 종이와 인쇄활자 사이사이 여백까지 모두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행위 자체로 행복한 일입니다. 독서신문은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는 좋은 신문입니다”

뜻하지 않은 덕담을 들은 기자 일행은 좀 상기된 표정이었다. 독서신문이 재미있어 독서를 즐기게 됐는지, 독서의 즐거움을 알아 독서신문을 즐겨 봤는지는 안 지사에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질문 같아 아예 하지 않았다.

“책 읽는 공무원
눈빛이 달라졌다”

독서경영 뿌리내려
"도민과의 소통 수단"

충남도청은 ‘독서경영’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도청 청사 2층 출입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기둥을 책이 두르고 있고 집무실 벽에는 도지사 추천 책이 죽 진열돼 있다. 독서경영은 책을 읽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결국 넓어진 견문으로 도정을 펴 도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의지의 한 표현이다.

안 지사는 일반 회사에서 독서경영을 하는 것을 보고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도 저렇게 하는데 우리도 해야겠다 싶어 2011년 시작했다. 이젠 독서경영이 도정의 인사와 행정의 운영 원리로 자리 잡았다. 독서대학, 독서토론회, 동아리가 있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매월 개강되는 독서대학은 수료 1회당 상시학습 3시간을 인정하고 인사고과에 가점을 준다. 우수자는 연말에 시상한다.

독서경영이 성공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밥 세 끼 다 먹지만 밥을 꾸준히 먹는다고 다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죠. 건강을 유지하는 기분을 갖는 것이죠. 그런 것처럼 독서를 생활화했다는 게 큰 성과입니다. 독서대학이나 독서경영의 결과를 수치로 낼 수는 없죠. 그러나 우리 공무원 눈빛이 생생해졌고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건강한 독서를 통한 건강한 공무원이 건강한 행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안 지사에게 정치인으로서 분노를 쌓이게 한 것은 이른바 보혁 대결이라는 진영 싸움이었다.  이 진영싸움은 권력 질서의 패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정치사에 깊은 골을 냈고 안 지사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으며 분노는 절정에 이르게 했던 것. 그 분노는 이제 겸손으로 승화하고 있다.

그 증거로 안 지사는 4세기경 은둔한 수사들의 잠언을 토머스 머튼 수사가 엮어 펴낸 『사막의 지혜』라는 책을 추천해 내용을 들려줬다. 먼저 안 지사는 폭력(권력 질서의 또 다른 말)의 근거를 차별에서 찾고 있다. 그 차별을 극복하는 게 민주주의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한다.
“누구를 구하는 게 정치인이 아니고, 각종 차별이 폭력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차별행위의 구조를 축소시키는 게 정치인입니다” 그러면서 “성별, 장애, 민족, 인종, 종교, 지역 등 다양한 것들이 다양함으로 존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들이 차별과 폭력으로 존재하면 안 됩니다. 다양화를 무시한 일색화로 소화하려 했던 것이 폭력의 모습입니다” 차별의 역사를 말하고 있지만 기자 귀에는 우리나라 최근세사의 정치역사로 들렸다.
 
안 지사는 젊은이들에게 두 가지 운동을 권했다. 하나는 육체 운동, 하나는 생각 운동. 즉 운동과 독서다. “헝클어진 머리를 빗질하듯 독서와 운동은 우리 인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두 개의 빗입니다. 마음을 빗질하십시오”

안 지사의 분노가 세월에 발효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오랜 기간 분노로 헝클어진 삶을 그는 겸손이라는 마음으로 빗질했던 것이다. 겸손이 독서에서 비롯됐음은 말할 필요 없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추천 책

『토머스 머튼이 길어낸  사막의 지혜』        
토머스 머튼 지음 | 안소근 옮김 | 바오로딸 펴냄 | 223쪽 | 8,000원 (2011년 8월5일 출간)

안희정 지사는 이 책 설명에 20분을 할애했다. 안 지사 말을 옮긴다. “1915년 프랑스 출신 토머스 머튼 수사가 지은 책입니다. 제가 2004년 감옥에 있을 때 중국 선불교 관련 책을 보는데, 목사님 기도문이 있었어요. ‘우리가 주님께 이르는 길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하나는 가난이요, 하나는 질병이다’ 아집과 물욕을 버려야함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기도문 주인공이 목사님이 아니라 바로 토머스 머튼 수사였습니다. 그러다 4~5년 전 토머스 머튼 신간이 나왔다고 했는데 바로 이 책입니다. 4세기경 은둔한 수사(은수사)들의 잠언을 모은 책입니다. 기도와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말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분노’에 대한 얘기입니다.

분노를 극복하고
겸손에 이르는 길

독서신문 인터뷰 때문에 서가에서 꺼내 다시 읽었는데 사막에 은둔한 수사들이 깨달았던 것은  바로 분노와 교만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옥에서 토머스 머튼의 기도문을 읽고 10년이 지나 다시 잠언집을 읽어보니 분노를 이기는 것은 ‘겸손’이구나 싶었습니다. ‘주여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말하잖아요.
내가 죄인인데 누구한테 분노합니까? 겸손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겸손은 모욕당한 것을 용서하는 행위입니다. 저의 분노는 젊은 시절 죽음을 불사하며 혁명하려 했던 것이죠.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누르려 했던 거죠. 그러나 그 혁명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젠 시민의 시대입니다. 다양한 공존을 원하는 시대입니다. 다양성과 조화가 존중되는 게 정치의 본질입니다. 은수사들의 잠언이 우리 시대와도 통합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 지음 | 고빛샘 옮김 | 민음사 펴냄 | 444쪽 | 19500원 (2014년 9월30일 출간)

“진보적 민주주의 지식인으로서 페미니즘을 좀 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3년전부터 양성평등 관점에서 여성학 공부를 하다보니 여성학은 남녀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해방운동이 아니었습니다. 여성학은 그냥 인간학, 인류학이었습니다.

여성학은 여성해방 넘어
인간 보편의 인문학

당초 여성해방이나 여성학은 남성 중심의 질서로부터 해방을 위한 논리로 출발했지만, 지금의 여성학은 인간 해방의 논리입니다. 남자들도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들도 섹슈얼리티 그물에 갇혀 있어요. 남자다움, 가부장 위엄, 허세, 허세를 채우지 못하는 열등감 등이 있습니다. 여성은 더욱 수많은 이데올로기에 부닥칩니다. 성적 대상으로서의 전락, 이른바 ‘독박 육아’의 이데올로기 등으로 질곡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성학은 청년기에 배웠던 계급해방의 개념이 아니라 젠더라고 하는 인간 보편적 인식에 이르기 위한 인문학임을 일깨운 책이 바로 이것입니다” / 정리= 엄정권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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