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소설가 백민석이 10년 만의 긴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어느 가을날 홀연히 쿠바로 떠난 뒤,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흥을 2인칭 시점으로 풀어놓은 에세이와 함께. 그의 첫 여행 에세이 『아바나의 시민들』은 작가가 처음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써 특별하다.
그는 낯선 도시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채도 높은 쿠바의 색감과 사람들의 역동적인 표정을 담았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말레콘, 아바나 비에하, 베다도, 아바나만 건너, 카피톨리오 인근 5개로 나눠 걷다 보니 아바나의 진정한 볼거리는 자연경관이나 유적이 아닌 시민들임을 알게 됐다. 그들도 자신이 관광자원임을 알고 있었다.
여행은 시간 순서로 구성돼 있지 않다. 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무작위로 배열한 뒤 그에 어울리는 글을 덧붙여 비선형의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소설을 쓸 때와는 또 다른 신기한 경험을 했다. 보통 글을 쓰고 나면 소모된 느낌을 받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안에서 무언가 샘솟아 충만한 감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간 잘 몰랐던 쿠바의 길거리와 사람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젊은 커플들이 빨간색 셔츠를 맞춰 입고 밤늦게까지 살사 춤을 추는 모습, 호텔 내셔널의 ‘1930 살롱’에서 열리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공연, 한국의 가로수길처럼 패션 화보 촬영이 많은 말레콘 거리까지 낯설면서도 신기한 문화를 생생한 사진으로 마주해 보자. ‘태양 아래 아바나는 모든 것이 뜨겁고 눈부시다’ / 이정윤 기자
『아바나의 시민들』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펴냄 | 340쪽 | 14,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9호 (2017년 8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