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채변봉투…고전읽기대회…쥐를 잡자…경부고속도로 개통 퀴즈… 정부광고로 보는 그때 그시절
[리뷰] 채변봉투…고전읽기대회…쥐를 잡자…경부고속도로 개통 퀴즈… 정부광고로 보는 그때 그시절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07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 신부님 시절에 기차를 타고 신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신부님은 차창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신앙이 무엇인가? 믿음으로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가?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그러나 마음속으로 ‘답이 없네, 답이 없어’라며 답답해하고 있는데, 저 멀리 좁은 기차 통로에서 홍익회 판매원이 판매 손수레를 밀며 외치는 말 “삶은 계란이요”

신부님은 비로소 ‘삶은 계란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아재 개그’. 결국 사람들에겐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명제를 유머로 풀었다.

『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 책을 열면 나오는 대목이다. 저자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아재 개그’로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1960~70년대로 이끈다.

과거 정부 또는 공공기관 등에서 했던 광고를 일별하는 것은 단순히 시대상을 엿보는 것 못지않게 당시 사회문제, 경제문제 등 뜨거운 이슈를 살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과거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말이 맞다.

어쨌든 광고는 촌스럽기 짝이 없다. 전달하는 메시지도 실소를 자아낸다. 다음은 『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와 『정부광고의 국민계몽 캠페인』에서 일부 발췌 요약한 것이다. 두 책 모두 김병희 교수가 지었다.

『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
김병희 지음 │ 살림 펴냄 │ 148쪽 │ 4,800원

『정부광고의 국민계몽 캠페인』
김병희 지음 │ 살림 펴냄 │ 148쪽 │ 4,800원

* 대한항공공사(현 대한항공) 광고(1963년 12월21일자 동아일보)를 보자. 승객이 비스듬히 누워있고 그 옆 재떨이에선 담배연기가 피어오른다. 눈길 끄는 카피는 “궐련 두 대 피우실 사이에 여러분을 목적지까지 모셔드립니다”이다. 담배 두 대 피우면 벌서 부산이라는 설명이다. 담배를 피우다니, 요즘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고나 할까.

* 채변봉투를 아시나요? 자신의 변을 담는 작은 비닐봉투, 요즘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담아오라면 아마 기겁을 할 것이다. 1960년대 초등학교(초등학교) 다닌 엄마 아빠는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채변봉투는 기생충박멸협회가 입찰공고를 통해 확보한 것으로 그 수량이 자그마치 1,359만6,000매다. 전국에 걸쳐 기생충 검사를 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인 안도현은 「밤알 크기에 대한 성찰」이라는 에세이에서 “채변 시에는 소독저로 세 군데에서 밤알 크기만큼 떠어내어 봉투에 담으십시오”라는 대목이 지금까지도 풀지 못한 난해한 숙제였다고 추억했다. ‘밤알 크기’는 얼마만 한 크기일까.

* 문체부는 해마다 우수교양도서를 선정, 발표한다. 옛 문화공보부의 공고 ‘청소년 우량도서 선정’편(1971년 7월 13일자 동아일보)을 보면 『그리스 신화』나 『죄와 벌』 『징기스칸』 등이 올라있는데, 청소년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있다.

E.H. 카(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청소년이 이해하긴 너무 힘들다. 어쨌든 이 우수도서는 문체부가 구입해 공공도서관, 벽지 학교, 병영 도서관 등에 배포하기 때문에 책의 유통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하니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 독서량이 줄면서 대학 도서관에는 폐기를 앞둔 장서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자유교양추진회의 광고 ‘고전 공급인’편(1971년 1월 30일자 동아일보)을 보면, “70년도엔 130여만명이 고전읽기에 참가했”다고 했다.

문화공보부 산하 단체인 한국자유교양추진회는 초 중 고교생과 대학생에게 지정된 고전을 읽게 한 다음 자유교양 경시대회를 거의 매년 개최했다. 1968년 제1회 대통령기 쟁탈 고전읽기 대회가 열렸다. 당시 언론은 이 대회를 긍정 평가했다.

강제로 책을 잃히는 게 효과가 있었냐고 반문할지 몰라도 당시 신문은 강제 독서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다시 고전을 읽게 할 구체 방안을 찾아볼 때다.

* 이런 퀴즈도 있었다. 건설부(현 국토부)가 경부고속도로 준공을 경축하고자 냈던 현상공모(1970년 7월 7일자, 경향신문)는 다음과 같다.

경부고속도로는 “(중략) 온 국민의 일치단결된 열과 정성으로 완성되는 조국 ①□□□의 지름길이다. 총 연장 ②□□□KM의 이 고속도로가 준공되면 ③□□와 ④□□의 격차를 완화하고 전국을 ⑤□□□□□으로 묶어 국민 경제성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는 순전히 우리의 ⑥□□와 재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값싼 ⑦□□□을 들여 가장 ⑧□□ 기간에 완성되는 단일 구간 노선으로서는 동양에서 ⑨□□ □□ 또한 ⑩□□한 고속도로이다”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만 써서 관제엽서로 보내면 되었다. 상품으로는 1등 코티나 자동차 한 대, 2등 퍼브리카 한 대, 3등 금성 텔레비전 한 대, 4등과 5등에는 중소형 라디오가 각 한 대씩이었다. 정답은 기사 맨 뒤에.

* “쥐를 잡자”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 1970년대 전국 일제 쥐잡기운동의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간첩을 색출하는 정신으로 쥐를 찾아내 박멸하자”고 해 쥐는 간첩과 같은 존재였다고 해석된다. 정부는 1970년 1월 16일 오후 6시 전국적으로 일제히 쥐약을 놓으라고 했다. 정부에서 쥐약 놓는 시간까지 정해주다니!  /엄정권 기자

<정답> ①근대화 ②428 ③도시 ④농촌 ⑤일일생활권 ⑥기술 ⑦공사비 ⑧짧은 ⑨제일 길고 ⑩튼튼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