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열린연단] "맥스웰은 '숟가락'을 얹고 아인슈타인은 기적을 보였다, 초끈이론은 어디로…"- 이필진 교수 '맥스웰, 아인슈타인, 그리고 빛의 패러다임' 강연 요약
[네이버 열린연단] "맥스웰은 '숟가락'을 얹고 아인슈타인은 기적을 보였다, 초끈이론은 어디로…"- 이필진 교수 '맥스웰, 아인슈타인, 그리고 빛의 패러다임' 강연 요약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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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네이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의 7월 29일 순서는 이필진 고등과학원 교수의 '맥스웰, 아인슈타인, 그리고 빛의 패러다임'을 주제로 진행했다.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 카오스홀)

이필진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에서 물리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원, 코넬대 연구원,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 방문과학자, 시카고대 방문교수로 활동했고 현재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로 있다. 초끈이론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공저서로는 『체계와 예술』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이날 강연을 통해 현대물리학의 두 축인 상대론과 양자 역학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아인슈타인은 감히 평가할만한 대상이 아니라며 학자로서의 존경을 표했다.

이어 이 교수는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일 수도 있겠다는 맥스웰의 생각과 이에 따른 놀라운 과학적 발견은 앞으로도 현대문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이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 요약이다.

이필진 교수

* 현대 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일 것이다.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1905년에, 네 편의 짧은 논문들을 출간하면서 20세기 과학을 한 순간에 열어버린 인물이다.

1905년 네 논문들 중에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연구는 상대성 이론이 아닌 소위 광전효과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 역시 빛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당시까지 주로 파동이라고 생각해오던 빛이 사실은 광자라는 입자가 무수히 많이 모여 만들어지는 현상으로도 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당시까지의 물리학으로는 설명이 잘 안되던 광전효과를 깔끔하고 단순하게 설명함으로써, 이때까지만 해도 플랑크 등에 의하여 간접적인 혹은 수학적인 가설로서 제안되던 양자 현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역할을 하였다. 흔히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이 상대론과 양자 역학이라고 하니, 이 두 가지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그의 영향력은, 감히 평가한다는 것이 송구스러울 정도이다.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에, 반드시 함께 언급되어야 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라고 하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인 과학자이다. 그가 만든 것이 그 유명한, 그리고 이공계를 전공한 많은 사람들에게 악몽과도 같았을, 맥스웰 방정식이다. 맥스웰 방정식은 어떤 형태이건 한번은 풀어보고 지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물리학 그리고 많은 공학 분야의 교육 과정인데, 이는 곧 현대의 과학기술에서 맥스웰 방정식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말해주기도 한다. 맥스웰 방정식은 흔히 전자기 방정식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서 전자기는 전기와 자기를 합친 말이다.

그런데 맥스웰 방정식을 풀면 이 파동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 속도는 당시 측정되기 시작한 빛의 속도와 매우 유사하다. 아! 그러면 혹시 빛 역시 전자기파의 특수한 형태일까? 맥스웰이 이 생각에 다다른 것이 1862년의 일이라고 한다.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일 수도 있겠다는 이 생각,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질의 근원인 원자를 만드는 기본적인 힘이 이 전기와 자기에 있다는 다음 세대의 학자들의 발견이 현대 문명에 끼친 영향은, 그리고 앞으로도 끼칠 영향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백열전구와 유선전화, 20세기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그리고 소위 3차 및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컴퓨터 관련 기술들, 어느 하나 전자기 현상에 근거하지 않는 것이 없다. 조금 더 근원적으로 보자면 생명 현상 역시 대부분 매우 복잡한 전자기 작용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전자기 현상을 조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자기 이론을 완성한 이 발견을 굳이 “숟가락을 얹었다”라고 한 이유는, 첫째, 새로운 실험을 해서 알아낸 발견이 아니며, 두 번째로는 알고 보면 그 이전까지의 법칙들이 이 새로운 항을 추가하지 않으면 실은 수학적으로 서로 모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 추론만으로, 이만큼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한 경우는 아마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100년이 지난 지금, 가장 근원적인 것들을 연구하고 있는 물리학자들이 풀고 싶어하는 문제들 역시 한 세기 전 당시의 그것과 많은 점에서 유사해 보인다.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에게 던져진 화두가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과 뉴턴 역학의 충돌이었다고 한다면, 현재의 화두는 양자 역학과 중력 이론의 충돌이다.

광전효과를 광자의 존재를 통해 설명하여 양자 역학을 사실상 처음으로 구현한 아인슈타인이 노년에 이를 대체할 이론을 찾으려 했다는 이야기는 과학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일화인데, 한편 그 이외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오히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어떻게 양자화될 수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 두 목표가 모두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맥스웰 이론과 뉴턴 역학의 충돌이 상대성 이론의 출현을 예고했듯이, 양자 역학의 원리들과 일반 상대론이 공존하려면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해 보인다.

어느 쪽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방은 1970년대에 시작되어 일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으나, 지금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양자 역학적으로 담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며,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이 그 새로운 체계가 초끈 이론이라는 데 공감한다고 할 수 있다.

초끈 이론은 하나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물리학적인 그리고 수학적인 패러다임에 가깝다. 상대론이나 양자 역학이 그러했듯이. 그리고 초끈 이론이 보여주는 다양한 현상 중 많은 부분이, 초끈 이론은 4차원이 아닌 10차원의 시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된다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사실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초끈 이론의 체계 안에 우리 우주를 실현하자면 4차원의 시공간뿐만 아니라, 6차원의 숨겨진 공간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시공간의 모든 지점에 작게 감긴 6차원의 공간이 숨겨져 있는데, 그 크기가 너무 작아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들여다볼 수 없어, 하나의 점과 구별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얼마나 많은 종류의 6차원 공간이 4차원 우주를 구현하는 데 쓰일 수 있을까? 답은 “어마어마하게 많다”이다. 무한히 많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10의 1천제곱가지는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한다. 불교 경전에서 가장 큰 숫자로 언급되는 '무량수'가 10의 88제곱이라는데, 이보다 10의912제곱 배 더 큰 숫자이다. 이렇게 다양한 10의1천제곱 가지의 서로 다른 4차원 우주가 구현될 수 있는 것이 초끈 이론이 가진 대표적인 특징이다.

빛의 속도를 처음 재려고 한 사람은 그전에도 있었겠지만, 갈릴레이가 등불 두 개를 사용해서 시도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천으로 가린 등불을 하나씩 가지고,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두 산봉우리에 각자 올라간 두 사람의 협업이었다. 갈릴레이가 등불의 가림막을 열면, 조수도 그 불빛이 보이는 순간 가림막을 연다. 두 등불 사이의 거리 두 배를 갈릴레오에게 두 번째 등불이 보이기까지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빛의 속도를 잴 수 있다는, 나름 신선한 시도였다.

물론 문제는 이 실험 과정에서 가장 느린 부분이 빛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의 신경계와 근육의 반응 속도라는 문제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 실험에서 갈릴레오는 빛의 속도가 소리의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다는 결론까지는 도달했다고 한다. 후자가 약 초속 340m이니 이해할 만한 결과이다. 이 이야기의 가장 놀라운 대목은 빛에도 유한한 속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자체가 아닐까 한다.

줄곧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라고 이야기하였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는 2억 9979만 2458m인데, 특이하게도 소수점 이하가 없다. 무언가의 개수도 아닌 바에야 조금 이상해 보인다. 속도는 진행한 거리를 걸린 시간으로 나눈 것이고, 이런 나눗셈이 정수로 떨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데도 말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길이의 정의 자체에 빛의 속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소위 '메트르 데 자르시브(Metre des Archives)'라고 부르는 백금 혹은 백금-이리디움 합금으로 만든 막대를 1미터라는 길이의 표준으로 사용하였는데, 1983년에는 무언가의 길이를 사용하는 이런 체계를 포기하고, 대신 빛이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움직이는 거리를 1미터로 정의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소수점 이하가 있을 수 없는 것인데, 이 이야기에서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라는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맥스웰 전자기 이론의 가장 직접적인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벌써 한 세기가 지나서, 이제는 그의 고전적인 상대성 이론이 완벽히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가들에게 양자적인 의미에서의 중력은 아직 이해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다.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을 갈릴레이와 뉴턴의 덫에서 구해낸 1905년 아인슈타인의 기적을, 초끈 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얼마나 충실히 그리고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현해낼지 기대된다. / 정리=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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