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시] 바다는 섬이 두렵다
[마음으로 읽는 시] 바다는 섬이 두렵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0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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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바다는 섬이 두렵다

바다가 먼저 생긴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섬이 저렇게 고분고분하겠나

섬이 여자인 게 맞을 것 같다
발가락 내밀기 부끄러워
허리춤이 보일라
긴 머리 푸른 물에 풍덩 풀어 가린다
그리고 땡볕에 그을린 파도는
자궁처럼 받아 안으로안으로 들인다

바다가 그 남자인 게 뻔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섬을 저렇게 포박하겠나
한 뼘 거리 뭍 사이에 해자를 두르고
찬물을 밤마다 흘리는구나

글=엄정권 기자 / 사진=이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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