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장종권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
[신간] 장종권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3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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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장종권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전설은 주문(呪文)이다』(리토피아, 10,000원)를 펴냈다. 74편의 작품이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어렵지 않은 문장과 짧은 시 속에는 알레고리를 통한 시대와 사회 풍자가 숨겨져 있다. 또한 세상의 본질은 선과 악의 구분도 아니고 정답과 오답의 차이도 아니며 생명체로서의 본성에 입각한 자유로운 작용에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장종권 시인

그는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실인 것은 없다. 늘상 존재하는 거짓말이야말로 진실로 아름답다. 진실이 있다고 믿지 않기로 한다.’ 우리 눈앞에 보여지는 것은 대부분 거짓이며, 이 거짓으로 세상은 아름답게 굴러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은 한 중견 시인의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깊이 있는 시 세계를 보여준다. 시력이 짧은 시인일수록 시에 힘이 들어가기 일쑤이다. 이와는 달리, 『전설은 주문(呪文)이다』의 시편들은 잔뜩 긴장되어 힘이 들어간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단시들인 시편들은 얼핏 보면 가벼운 단상을 싣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적지 않은 시력과 삶의 시간이 가지는 무게를 담고 있다"며 그의 이번 시집은 30년 이상의 단단한 시력이 압축된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종권 시인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김구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산호 가는 길』,『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등 6권이 있으며, 장편소설 『순애』, 단편소설집 『자장암의 금개구리』가 있다.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리토피아』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시집에 실린 작품 중 하나.  / 엄정권 기자

복분자

빨래터에 앉아 복분자 두어 병 나누어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젖꼭지가 사라졌다.
웬일일까 간밤을 곰곰이 더듬어보니
아차, 빨래터에 그냥 두고 왔구나.
정신없이 빨래터로 달려가보니
창피해라.
이웃집 남정네가 두고 온 젖꼭지 하나를 열심히 빨고 있네.
아무리 빨아도 땟국물이 주르르 흐르네.

나머지 하나는 어디로 갔을까.
두리번거리니 오오라,
건너마을 까치머리 고등학생이 개울 건너에서
떠내려가는 젖꼭지 하나를 온몸으로 투망질 하고 있네.

홀딱 벗은 복분자 빈 병이 함께 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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