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슈] 작가 장강명이 현실 도피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결단하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라”
[북&이슈] 작가 장강명이 현실 도피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결단하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라”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7.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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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북토크쇼’ 추천 책 ②-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작가 ⓒ 백다흠

[독서신문] 여기 한국이 싫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한 여성이 있다.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서 꾸역꾸역 근무하던 중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출퇴근의 지옥철은 더더욱 참지 못한 나머지 사표를 제출한 20대 후반의 계나다. 계나는 말리는 가족과 눈물로 호소하는 남자 친구, ‘외국병’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호주로 떠난다.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계나는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택한다. ‘노마드 청춘’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계나를 통해 알게 된다. 

학벌, 재력, 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 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주인공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장강명 작가가 2015년 발표한 소설 『한국이 싫어서』다. 

이 책은 7월 2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국민과 함께, 대통령과 함께: 행복한 책읽기 북토크쇼’ 행사에서 한 시민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언급됐다. 그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한국에서 못 살겠다고 하는 이유를 들어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는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장강명 작가는 각종 유학 정보 사이트, 관련 도서, 호주 유학을 경험한 인물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현실성을 더했다.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뤄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고 경쾌하다. 

그는 세대 문제를 비롯한 사회의 그늘을 조명해 왔는데, 『한국이 싫어서』에서도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룬다. 다만, 그는 처해 있는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불만만 거듭하는 사람들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절망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뼈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허희의 작품 해설을 보자.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장소가 한국이다. 치열하게 아귀다툼하는 사방에 커다란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곳의 주인은 약자를 홀대하고 강자를 우대한다. 그는 차별적 포함과 배제의 메커니즘으로 담장 안쪽의 모든 이를 통제하고 순종시킨다. 자유를 영위하며 사는 줄 알았던 곳이 실제로는 거대한 사육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계나는 안주하지 않고 결행함으로써 또래와 엇비슷한 생활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한다”

계나의 첫 번째 출국은 한국이 싫어서 떠난 도피의 길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출국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도전의 길이다. 공항을 나와 선글라스를 끼면서 혼자 작은 목소리로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라고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지금 한국이 싫은’ 독자들의 마음에 닿았으면 한다. / 이정윤 기자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지음 | 민음사 펴냄 | 205쪽 | 13,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8호 (2017년 7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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