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열린연단] "현대생물학의 두 랜드마크는 『종의 기원』과 DNA구조 논문"- 이준호 교수 강연 '다윈과 왓슨 그리고 현대 생명과학' 요약
[네이버 열린연단] "현대생물학의 두 랜드마크는 『종의 기원』과 DNA구조 논문"- 이준호 교수 강연 '다윈과 왓슨 그리고 현대 생명과학' 요약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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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네이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의 7월 15일 순서는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 강연 2섹션 과학/과학철학의 여섯 번째 강연으로 이준호 서울대 교수의 '다윈과 왓슨 그리고 현대 생명과학'을 주제로 진행했다.(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 카오스홀)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생물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박사과정 중 꼬마선충 연구를 시작해 이후 20년 넘게 이 분야를 심층 연구한 유전학자이다.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있다. 공저서로는 『개체군 생태학』 등이 있고 그밖에  2012년 8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준호 교수는 셍명과학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두 사람으로 다윈과 왓슨을 꼽았다. 다윈은 풀라톤의 철학의 정수를 정면으로 반박해 사고의 혁명적 전환을 불렀고 왓슨은 크릭과 더불어 DNA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분자’ 생물학의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다윈의 학문적 후예로 자부한다며 꼬마선충의 히치하이킹 행동에 관한 연구의 한 단면을 소개하고 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요약.

이준호 교수

# 오늘 강연에서는 생명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현대 생명과학의 두 가지 큰 질문의 패러다임 그리고 그 선구자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미래 방향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생명을 이해하고자 할 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무한히 많겠지만 크게 두 가지 범주의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왜’라는 질문의 범주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라는 범주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가 있을 때, 자전거를 타는 목적이 무엇인지라고 하는 질문과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면 어떻게 앞으로 나가지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가 있는데, 전자의 질문이 ‘왜’ 질문이며 후자의 질문이 ‘어떻게’ 질문이다.

갈라파고스의 핀치 새들이 부리의 모양을 지금처럼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이유를 물으면 ‘왜’의 질문이고 그런 부리들이 과정에서 어떤 발생 경로로 만들어지는지를 물으면 ‘어떻게’의 질문이다.

생명과학에서의 혁명적 전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당사자로 다윈과 왓슨을 꼽는 이들이 많다.

다윈을 꼽는 이유는 다윈이 수천 년간 지배해온 플라톤의 불변의 진리 이데아가 존재한다는 철학의 정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혁명적 사고의 전환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왓슨은 크릭과 더불어 유전 물질로서의 DNA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분자’ 생물학의 시대를 열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혁명적 역할을 했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 의하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더불어 인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3대 사건 중 하나다.

가장 존엄한 존재인 인간이 생명의 나무의 한 가지 끝을 차지하는 동물의 하나로 위치가 바뀌게 된 때문이다. 다윈 진화론의 핵심적 논지는 ‘창조자’가 없이 일어나는 점진적인 변화로 다양한 생물 종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고 그 배경에는 적절한 수보다 많은 수의 자손, 자손 간에 일어나는 서로 다른 형질(변이에서 기인한), 그리고 환경에 의한 선택(생식 성공)이라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맬서스의 『인구론』과 라이엘의 『지질학 원론』, 그리고 자신의 갈라파고스 탐험에서의 관찰 결과 등이 종합되어 도출된, 새로운 시대정신이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가장 근본적인 진화의 동력은 변이이다. 이는 유전 현상의 일탈로서, 종의 영속성 또는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모와 거의 유사한 성질을 가진 (즉 같은 종의) 자손을 만들어내는 성질(즉 유전!)과는 반대의 성질로서, 부모와는 다른, 그리고 자신의 형제들과도 다른 특징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다윈의 대부분의 진화에 대한 주장이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여야 하는 대단히 논리적으로 탄탄한 내용이었지만, 다윈 자신도 평생 고민했고 결국 답하지 못한 질문이 ‘궁극적으로 변이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점이었다.
진화의 핵심 동력이 변이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표하면서 곧 발표될 속편을 예고하듯이 조만간 변이의 실체를 밝힐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그런 장담은 오랜 시간 동안 실현되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만족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변이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저서를 발표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현대 생물학에서 보기에는 어이없는 주장이었다.

다윈은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멘델이 밝힌 바와 같이 유전자가 입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유전 현상의 근본을 전혀 알지 못했고, 따라서 현상을 어설프게 설명할 수 있는 상상의 가설을 제시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 한계로 인해 진화론이 실증적으로 자리 잡기 힘든 상황이 되도록 하는 데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유전 물질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경주에서 마지막 승리를 잡은 사람은 왓슨과 크릭이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동등한 비중으로 저자로 참여한 《네이처(Nature)》 논문이 발표된 후 분자생물학의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이 기념비적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왜 DNA 구조의 발견이라는 업적에 대해 ‘왓슨과 크릭’이 아니라 많은 경우 ‘왓슨’으로 대표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크릭의 경우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조용히 연구에 몰두한 반면 왓슨은 현대 생명과학의 진보의 첨단에서 역할을 계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왓슨의 정제되지 않은 의견 표출이 언론의 구미에 맞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왓슨의 문제는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정제되지 않은 인종 차별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 전략이 아프리카인들의 지능이 백인과 동등하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는, 정말 믿기 힘든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주장을 공공연히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콜드 스프링 하버(Cold Spring Harbor) 연구소장직을 잃었고 대중 강연의 기회도 점점 잃게 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본인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는 치욕적 상황도 맞이했으니 영웅의 몰락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부터 500년, 또는 1000년 후에 현대 생물학의 두 개의 랜드마크를 꼽는다면 하나는 1859년의 『종의 기원』(찰스 다윈)이고 다른 하나는 1953년의 DNA 구조 논문(왓슨과 크릭)이다.” (에드워드 윌슨, 2005 찰리 로즈와의 집중 인터뷰 중에서)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논문이 현대생명과학의 역사에서 얼마나 기념비적인 업적인지를 새겨보는 것이 좋겠다.

왓슨과 크릭은 실제로 DNA 분자를 모아서 결정을 만들거나 그 결정을 엑스레이 회절 연구로 직접 수행한 과학자들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이 행한 것은 레고와 같은 염기들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면서 DNA 모델을 만들고 부수는 일이었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집적해온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잘 엮어서 결정적인 제안을 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발견을 해냈으니 대단한 통찰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다.

1953년에 발표된 그들의 논문은 손으로 그린 DNA 구조 모형 그림 하나를 포함하고도 단 한 페이지에 불과하였다(저자들의 소속 등을 쓰느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내용은 한 페이지 내에 다 담겨 있다).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발견으로 DNA에 담겨 있는 정보가 어떻게 실행되는지, DNA 자신은 어떻게 복제되는지 등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질문들이 되었고 그 외의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도전이 진행됨으로써 현대 생물학의 역사를 1953년 이전과 이후로 쪼갤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견인하였다.

근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브레인(BRAIN) 이니셔티브’를 대대적으로 발족한 것도 그 정도로 우리가 뇌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을 따름이다. 즉 뇌를 들여다볼 도구부터 만들자는 것이니, 아직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생명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고, 심지어 무엇을 모르는지도 잘 모르는 수준이니 생명과학은 이제야 겨우 걸음마 단계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의 미래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의 역사로 꾸려질 것이다. 다윈과 왓슨으로 대표되는 진화와 분자생물학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도전들이 일어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의 확장이일어날 수도 있고 폐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과정이 전개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좋은 질문을 가지고 추구할 때 좋은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지면을 조금 할애하여 필자의 연구에 우연 또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다윈과 왓슨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려 도전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필자는 다윈을 이해하고 전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다윈의 『종의 기원』을 논문에 인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 믿기에, 스스로 다윈의 학문적 후예라고 자부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 12장과 나아가 생애 마지막 논문에서 히치하이킹에 의한 종의 확산을 이야기하였고, 그의 마지막 저서는 지렁이(worm이라고 쓰여 있다)에 관한 것이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소재와 내용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공교롭게 다윈의 마지막 관심사를 이어나가는 듯이, 예쁜꼬마선충(영어로는 worm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른다)의 히치하이킹 행동에 관한 것이다.

예쁜꼬마선충은 전체 체세포가 100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단순한 동물이면서도 약 300개의 신경세포가 있어서 신경계의 주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단순함으로 인해 발생과 신경계 연구의 최적의 모델로 꼽힌다.
꼬마선충은 환경이 좋을 때에는 수정란에서 성체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발생을 진행하고 약 300개의 자손을 낳고 2~3주 내에 생을 마치게 되는데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 되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는 더 이상의 발생을 멈추고 휴면 상태의 유충으로 발생을 진행하고서는 더 이상 성체로의 발생을 진행하지 않게 되며 이런 상태로 오히려 수개월을 견딘다는 것이다.

이 휴면 상태의 선충은 외부의 나쁜 환경도 잘 견디면서 환경이 좋은 서식지를 찾아가고자 하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그것이 닉테이션(nictation)이라는 독특한 히치하이킹 행동이며, 이 행동이 필자 연구실의 연구 주제이다.

필자는 또한 멘델부터 시작되고 왓슨과 크릭이 촉발한 유전학의 전통의 역사를 맥을 잇고자 하는 유전학도임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약 20년에 걸쳐 알코올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구의 가설은 단순한 것이었다. 사람이 술에 취하듯 꼬마선충도 알코올에 노출되면 ‘취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꼬마선충을 연구하면 ‘취함’이라는 현상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무작위적으로 높은 빈도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조건에서 꼬마선충을 배양한 후 모든 정상 선충이 취하는 조건의알코올을 투여한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취하지 않고 있는 돌연변이 개체를 찾을 수 있었으며, 그 돌연변이 유전자를 ‘주당(judang)’이라 명명하고 지난해에는 그 유전자를 분자의 수준에서 규명하였다.

물론 꼬마선충 주당 유전자를 연구함으로써 사람의 취함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많이 한 것에 비해 결과적으로는 약간 설명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귀결되기는 했으나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기에 이 정도에서 만족하여야 했다. 결국 꼬마선충은 사람을 일부 대신할 수는 있지만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연구에서는 영국산과 하와이산 꼬마선충들을 교배시킨 자손들 중에 유전체의 일부는 영국산, 다른 부분은 하와이산 선충의 것을 갖는 ‘잡종’을 많이 제작하여 이들의 닉테이션 빈도를 다시 조사하였다. 그리고는 어떤 염색체 부위가 닉테이션을 잘하는 경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특정 염색체 부위를 지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연구 결과에 의하면 특정 염색체의 특정 부위가 그런 차이를 나타내게 하였고, 놀랍게도 그 부위는 꼬마 RNA(정식으로는 piRNA라고 부른다) 유전자들이 잔뜩 모여 있는 지역이었다. 기존에 잘 정립된 왓슨 이후의 분자생물학의 중심 원리는 DNA → RNA → 단백질로의 비가역적 정보의 흐름이었는데 이 중심 원리대로 작동하지 않는 예외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제는 중심 원리 자체를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단백질 → RNA 또는 DNA로의 정보의 흐름은 보고된 바가 없고 그 이외의 거의 모든 정보의 흐름이 어디선가는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보가 실제로 작동하는 최종 지점이 단백질이라는 생각도 이제는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microRNA, piRNA, lncRNA 등 RNA의 정보를 가지는 유전자의 수가 단백질 유전자의 수보다 많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찾아낸 행동 조절 유전자도 놀랍게도 한 무리의 piRNA 유전자임을 찾아낸 것을 기반으로 해서 이들이 실제로 신경계에서 작용하는지, 아니면 기존에 알려진 대로 생식세포에서 작용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인지 등을 조사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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