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풍부한 인간미를 꼽으라 한다면 무엇보다 예와 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는 염치와 겸양을 지닐 때 갖출 수 있다.
정은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다. 이 두 마음은 세상이 각박할수록,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현 세태에 꼭 필요한 마음 씀씀이다. 그럼에도 요즘 세태를 들여다보면 이런 마음들이 희석되고 상실 되어 사회 병폐로까지 자리할 일들이 여전히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소크라테스 말처럼 우린 사람에 의해 배움을 얻고 있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하고 인공 지능 로봇이 인간의 영역까지 도맡아 일을 해낸다고 하여도 인간 교육만큼은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다.
싸늘한 금속성 기계가 어찌 인간의 감성과 온기서린 마음을 흉내 낼 수 있을까.그러기에 이 땅의 많은 선생님들은 요즘도 휴머니즘적인 가슴으로 지식과 능력을 제자들에게 혼신을 다하여 아낌없이 전수 하고 있다.
이는 세태가 변질 되어도 일선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선생님들은 스승과 제자의 인간적인 교감이 교육의 생명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예로부터 스승은 자신들의 제자를 위하여 간까지 빼어줄 각오가 돼 있어야 진정한 스승의 자세라고 여겨왔다. 제자 또한 이런 스승님을 하늘처럼 공경하여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을 제자의 도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런 스승의 은혜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잖은가. 언젠가 텔레비전 뉴스에선 학생이 수업 중인 교사를 회초리로 구타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방영된 게 그것이다.
이즈막엔 각 기관에서 평생 교육 일환으로 온갖 배움의 기회를 국민들이 누리게 하고 있다. 배움엔 왕도가 없듯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교육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 정규 학교는 아니지만 각 기관에서 지도하는 강사들도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교육 시키므로 엄연히 스승이다. 무지를 깨우쳐 어둠 속에 갇힌 눈의 개안(開眼)을 안겨주는 분들이잖은가.
언젠가 부족한 공부를 더하고 싶은 욕심에 모 공공 기관에서 실시하는 어느 교육 프로그램에 잠깐 참여한 적 있다. 그 프로그램은 수강생들에게 교육비도 안 받고 무상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그곳의 선생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그 분야엔 뛰어난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분이다.
수업이 시작된지 얼마 안 되어서 일이다. 어느 수강생이 만들어온 작품을 보고 선생님이 다소 본령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하자 선생님의 말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게 옳다고 우겼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잘못된 부분인데 그는 선생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끝내 거부하였다.
뿐만 아니다. 언젠가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수강센터에서는 수강생 몇몇이 공모하여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왠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그 선생님이 속한 상급기관에 민원을 넣는 일도 있었단다.
그 수강생들은 자신들에게 심혈을 기울여 교육시켜 자격증까지 따게 해준 고마운 분인 선생님을 음해하고 모함했다고 하였다. 강사의 인권을 유린하고 헛소문까지 유포한 이런 수강생들은 배은망덕은 물론 인면수심의 자들로서 배움의 기회를 얻을 자격마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몇몇 수강생들에 의하여 명성과 인권을 유린당한 그 강사는 그 분야에 나름대로 내공을 쌓기 위하여 그동안 피땀을 흘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능력과 인격을 세 치도 안 되는 혀로 난도질해 놓은 수강생들은 오늘날까지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고 하였다.
무슨 일이든 행하기 이전에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배움의 자세가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타인이 베푼 배려나 친절에 고마움도 모르고 사소한 일로 남을 해코지 하는 자는 정신병적 심리 상태를 지닌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항상 배움의 끈을 늦추어선 안 된다. 이 때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노고와 고마움을 깊이 깨닫는 사람만이 올바른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어찌 이런 마음이 공부에만 국한 되랴. 삶 속에서 매사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일이야말로 완성된 인품을 갖출 수 있다.
한편 스승이 아니어도 남을 존중하고 예를 갖추는 일은 이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인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돌아오곤 한다. 얼마 전 스승의 날은 지나갔지만 이 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배움을 주신 스승님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지녀보자. 스승님은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을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내게도 훌륭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들이 계시다. 그분들의 지난날 고마움을 떠올리려니 불현듯 스승님께 정성껏 손편지라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