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제작자: 데이빗, 자네 희곡은 너무 무거워.
극작가: 모든 작가가 정신 산만한 이야기를 써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극장의 의무는 재미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의 영혼을 변화시키는 데도 있다고요.
제작자: 오, 정신 차려. 자네는 지금 그리니치 길거리의 단골 카페에 앉아 있는 게 아니야. 여기는 브로드웨이라고. - 영화 ‘브로드웨이를 쏴라’ 중에서
브로드웨이는 맨해튼을 남북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단일 명칭의 도로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거리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는 단순한 도로 이름이 아니라 공연 문화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작품이 아니면 여기에 입성할 수 없다.
브로드웨이의 극장이라고 영원한 전성기를 누리는 건 아니다. 1927년 54가 254번지에 개장한 갈로 오페라하우스는 지금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1977~1981년 사이에는 ‘스튜디오 54’라는 나이트클럽으로 명성을 떨쳤다. 영화 ‘스튜디오 54’는 이 시기를 영화화했다.
웨스트 46가 120번지에 있던 공연예술전문고교는 알란 파커 감독의 1980년 영화 ‘Fame’의 배경이 되었다. 전업 배우의 애환을 보고 싶다면 닐 사이먼 극본의 ‘The Goodbye Girl’을 추천한다. ‘버드맨’은 은퇴를 앞둔 중견 배우가 겪는 심적 고통을 묘사한다.
브로드웨이 극장들의 네온사인은 그 뒤로 수많은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감추고 있다. 타임즈 스퀘어야말로 뉴욕의 심장부다. 이왕 극장가를 찾아왔으니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넌버벌 공연이든 두어시간 꿈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176~191쪽 요약> / 정리=이정윤 기자
『영화, 뉴욕을 찍다』
박용민 지음 | 헤이북스 펴냄 | 376쪽 | 22,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7호 (2017년 7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