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슈] 고양이, 어엿한 반려동물이 되다 ③- 고경원 『둘이면서 하나인』
[북&이슈] 고양이, 어엿한 반려동물이 되다 ③- 고경원 『둘이면서 하나인』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7.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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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안나푸르나>

[독서신문] 작가가 길고양이를 찍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던 때였지만 ‘키울 수 없다면 길고양이 사진이라도 찍자’라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15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엔 고양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뿐이었는데, 길고양이 세계로 다가갈수록 그 뒤에 숨은 고단한 삶이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수많은 동물운동가와 캣맘이 있다. 저자는 사진 찍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한때 우리 곁에 살았던 고양이의 삶을 꾸준히 기록하고 잊히지 않게 남겨두고자 한다. 이 책은 2003년부터 2016년 사이에 만난 7개국 40여곳의 커플 고양이 사진을 엮은 것이다. 

커플이라면 흔히 연인을 떠올리지만, 사진 속 고양이들의 관계는 보다 다양하다. 느긋한 엄마와 낯가리는 아이, 갓 사랑을 시작한 연인, 말없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 동네 아저씨와 겁 많은 꼬마, 함께 늙어가는 노부부, 집고양이와 길고양이까지. 그들의 세계는 수많은 관계와 감정으로 이어져 있다. 

그는 길고양이를 찾아 나라 안팎의 섬, 도심, 상가, 주택가, 야산, 재개발 구역을 헤매다녔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길바닥에 포복 자세로 몸을 낮추고, 때로는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치켜들고, 숨죽이며 하염없이 지켜보다 셔터를 눌렀다. 그래서 탄생한 ‘결정적 순간’들은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연인·친구·노부부 
다양한 커플 고양이들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셔터에 담다

* 동백섬 그늘에 몸을 숨기고 살던 형제는 해질녘이 되자 세상 구경을 나왔다. 바다 너머 보이는 빌딩숲은 멀리서도 화려하게 반짝였다. 고양이들은 그쪽을 한참 동안 보고 있었다. 그 숲은 아름답지만 길고양이가 가까이하기엔 위험하다. 하지만 아직 어린 고양이 형제는 그 사실을 모른다. 넓고 깊은 바다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아무리 고개를 높이 들고 발돋움해도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 고양이는 부른다고 흔쾌히 오는 법이 없다. 자기를 부르는 줄은 알지만 굳이 사람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고양이가 불렀을 때 달려온다면 명령에 복종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반갑고 좋아서일 뿐이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에 사는 어르신 댁 고양이도 그랬다. 철길에서 둘이 뒤엉켜 뛰어놀다가도, 어르신 손짓 한번에 종종걸음으로 와서 머리를 비벼댔다. 그들이 얼마나 깊은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은신처의 회양목 화단 속에서 노는 고양이들을 보면 두더지 게임이 생각난다. 키가 훌쩍 큰 주변 나무들에 비하면 회양목은 볼품없이 작았지만 고양이가 몸을 낮추고 숨바꼭질하기엔 딱 좋은 높이였다. 여기서 쏙, 저기서 불쑥, 들락거리며 두더지 놀이를 하던 고양이들이 동시에 튀어나온 순간 뿅망치 두들기듯 셔터를 눌렀다. 두더지 잡기 게임기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듯이 사진 속 회양목 숲도 없어지고 고양이도 간 곳 없지만, 그날의 추억은 사진에 고스란히 남았다. / 정리=이정윤 기자

『둘이면서 하나인』 
고경원 글·사진 | 안나푸르나 펴냄 | 211쪽 | 14,8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7호 (2017년 7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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