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슈 : 박열, 한 사람을 보는 세 개의 시선-2]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북&이슈 : 박열, 한 사람을 보는 세 개의 시선-2]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1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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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박열을 다룬 또 하나의 책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를 쓴 안재성은 머리말에서 “박열 투쟁이 값어치가 있는 것은 (…) 재판정에서 보여준 그의 기개 때문이다. 또한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민의 깊이 때문이다”라고 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투쟁과 굴종 등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은 여러 문제들을 고민하고 회의하고 또 질타하는 그의 연설문과 논문은 오늘의 현실에서도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박열(오른쪽)과 가네코 후미코

붉은 예복에 봉황이 수놓아진 넓은 허리띠
박열, 법정 당당한 입장…혼례 사대관모 차림

 옥중결혼 특별예우,‘호방한 사진’ 촬영
 판사에겐 ‘군’ 호칭…“천황은 강도단 두목”

박열과 후미코의 재판 상황을 중심으로 이 책을 살폈다. 다음은 171~193쪽 발췌 요약에 기자 생각을 더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에게 일본 예심재판부는 마침내 대역죄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1925년 7월 17일이다. 박열은 조선민족을 대표해 법정에 서는 것이니 조선의 왕관을 쓰고 조선의 왕의를 입는 것을 허락할 것을 요청해 허락 받는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일본 정부가 마치 법치주의를 온당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대단한 오해다. 일본 본토이고 세간의 이목이 몰렸기에 가능한 일이지 한국 땅 어느 지방이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재판부의 설득 작업 중 대표적인 것이 박열과 후미코의 1925년 12월 옥중 결혼식이다. 이는 예심판사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담당 판사는 2년 가까운 예심 내내 박열 부부에게 우호적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박열에 대한 특별 예우는 또 있었다. 박열은 독방에 있었지만 빡빡머리도 아닌 긴 머리를 하고 있었고 목욕도 매일 30분 이상 했고 달인 한약도 먹을 수 있었다. 감방 안에서는 만년필로 글을 썼다고 한 일본인 죄수가 나중 수기에서 밝혔다.

박열의 왼쪽 손이 후미코 가슴에 있다. 옥중 사진으로 ‘호방한 사진’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특별대우는 박열부부 옥중 기념사진에서 절정을 이룬다. 2시간 동안 찍은 사진 중 하나가 ‘걸작’이다. 박열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책상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여유있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는 가운데 가네코가 그의 가슴에 기대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박열의 왼쪽 팔은 가네코의 어깨를 안고 있었는데 손바닥이 그녀의 젖가슴 위에 올려 있었다. 박열은 장발이었고 두 사람 복장도 죄수복이 아니라 소매가 치렁치렁한 일본 옷이었다. 나중 ‘호방한 사진’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가네코는 형무소 안에서 미인이라는 평판이 자자했다.

박열 첫 공판은 1926년 2월 26일 도쿄 대심원 대법정에서 열렸다. 먼저 법정에 들어온 가네코는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받쳐 입고 머리까지 조선식으로 쪽을 지었다.

이어 들어온 박열은 조선 전통 결혼식에서 신랑이 입는 복장인 사대관모 차림이었다. 붉은 예복에 봉황이 수놓아진 넓은 허리띠를 맸는데 손에는 부채까지 들고 있었다.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펴냄 │ 296쪽 │18000원

조선 전통 복장에 천천히 부채를 흔들며 입장하는 모습은 ‘태연자약, 방약무인의 태도’였다고 당시 동아일보는 전했다.

박열이 요구한 대로, 재판장은 박열을 피고라 부르지 않고 ‘그대’ 또는 ‘그편’ 이라고 불렀고 박열은 재판장을 향해 ‘군’ 또는 ‘그편’이라고 호칭했다.

박열은 1시간에 걸쳐 자신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천황이란 국가라는 강도단의 두목이다. 약탈회사의 우상이며 신단이다. 나는 법률이나 재판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므로 형법 73조에 해당하는지 그건 알 바가 아니다. 그것은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 폭탄으로 일왕과 왕세자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명백히 밝혔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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